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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asic Lesson 15 2009.07.06
  2. 4장 변화 2009.07.06
  3. 3장 몽상 2009.07.06
  4. 2장 나락 2009.07.06
  5. Basic Lesson 14 2009.07.06
  6. 1장 미아 2009.07.06
  7. 살구잼 2009.07.06
  8. 그림자 2009.07.06
  9. 상자 2009.07.06
  10. 구름 2009.07.06
  11. 연락 2009.07.06
  12. Basic Lesson 13 2009.07.06
  13. 자유 15제 2009.07.06
  14. 주말 2009.07.06
  15. 바람 2009.07.06
  16. 고백 2009.07.06
  17. 질문 2009.07.06
  18. 여행 2009.07.06
  19. 햇살 2009.07.06
  20. 오쇼 라즈니쉬의 틈 중 2009.07.06
  21. 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 중 2009.07.06
  22. 김용호의 향수 중 2009.07.06
  23. 서정주의 자화상 중 2009.07.06
  24. 온다리쿠의 흑과 다의 환상 중 2009.07.04
  25. 스티븐 킹 의 유혹하는 글쓰기 중 2009.07.04
  26. 반딧불의 묘의 일화 중 2009.07.04
  27. 가네시로 카즈키의 GO 중 2009.07.04
  28. 영화 우아한 세계 중 2009.07.04
  29. 꿈/요코오노 2009.07.04
  30. 성실한 사람/에드윈 H. 차핀 2009.07.04

Basic Lesson 15

from 요리/프랑스 2009. 7. 6. 21:50 by 케르베로스

Fish Veloute

<피쉬 벨루떼>
벨루떼 라는 건 가장 기본이 되는 스프를 뜻한다.
피쉬 스톡에 밀가루와 버터를 풀어서 만든 요리.



Merlan Colbert, Parsley Butter

<메를란 콜버트>
대구과의 생선 튀김 요리.
생선 위쪽을 발라낸 다음 등뼈를 쏙하고 뽑아내는 방식이 재미있음.
맛은 생선 맛임.

<파슬리 버터>
버터에 다른 재료를 넣어서 만드는 걸
Beurre Compose 라고 한다.
생선 위에서 녹고 있는 버터가 바로 파슬리 버터.
그냥 버터에 파슬리 향이 난다.



Supreme de Saumon a Loseille

<슈프리모 데 살몬 아 로젤리에>
불어니까 발음이 정확한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아무튼 연어 스테이크 요리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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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변화

from 경계의서/미아 (완료) 2009. 7. 6. 21:38 by 케르베로스

변화(變化) 사물의 성질이나 모양이 다르게 변하다

며칠째 내리는 비 때문에 담배가 눅눅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 내리는 도시는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다.
나는 마술사 엘.
연기를 부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연기술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은 이름이 없는 소년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유를 찾는 걸 도와주지.」
「네? 아, 고맙습니다.」

한 사람이 지내기에 좋은 크기의 아파트였다.
가구라고는 침대와 책상 그리고 낡은 의자가 전부.
새하얀 방은 흐린 하늘로 인해서 무기력한 회색으로 보였다.
흰색은 시작의 설렘과 변화에서 나오는 두려움 모두를 가지고 있다.
변화란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쉽게 단정 지을 순 없다.
모든 것은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를 하며 여기까지 왔다.
상황은 늘 그런 식으로 흐른다.
아마 소년의 상황도 그렇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

「내일 사람을 만나러 갈건 데 같이 가실래요?」
「그러도록 하지.」

녀석의 기억은 다이어리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 아파트도 녀석의 기억이 아닌 다이어리에서 찾았다.
이유를 찾는 것보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야 할지도 몰랐다.

「만날 사람이 누군데?」
「주소록 가장 위에 적혀 있는 A요.」
「알았다.」

만약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지운 거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기억 찾기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다.

다음날 우리는 카페 페르소나로 향했다.
A가 아르바이트 하는 장소였다.
다행히 그 날 비는 그쳤고 택시 기사는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A양?」

카페의 사장은 이름을 듣고 기억에서 찾아보려고 애를 쓴다.
우리는 그냥 있기가 부담스러워 주문을 했다.

「레모네이드 주세요.」
「난 에스프레소.」

소설에나 나올법한 메이드 복장의 종업원이 주문을 받았다.
그녀는 주문을 받고도 한참동안 소년을 바라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소년을 알고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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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몽상

from 경계의서/미아 (완료) 2009. 7. 6. 21:35 by 케르베로스

몽상(夢想) 꿈과 같은 헛된 생각

두 사람이 있다.
창밖의 풍경은 쉴 새 없이 바뀌고 있었다.
목적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기차가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름이 없는 소년과 마술사 엘은 서로 마주본 채 앉아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둘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행복해?」

엘의 갑작스런 질문에 소년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는 한참을 고민한다.

「그저 그래요.」

의외로 평범한 대답이었다.
어쩌면 가장 무난한 대답이라고 생각한지도 모르겠다.

「사실 행복이나 불행은 사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정말 영향을 미치는 건 살아갈만한 이유가 있냐는 거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불행해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으면 악착같이 사는 게 인간이야.
행복해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으면 자살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지.」
「살아가야 할 이유라...」

잠시 대화가 멈춘다.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인다.

「꿈같은 건가요?」
「네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렇군요.」
「너한테는 이유가 있어?」
「이제부터 찾아 볼 생각이에요.」

어울리지 않게 두 사람은 어려운 이야기를 나눈다.

이유라...
나한테는 이유가 있던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쉰다.
담배를 꺼내 물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곳은 나락과 달 사이의 중간지점이었다.
나도 아직 달까지 간 적은 없었다.
마술사는 아니었지만 소년은 달로 가고 있었다.
갈 수 있을까?
마술사가 도와준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달로 가는 기차에 오르는 결정은 소년이 해야 한다.
그건 누구도 도와 줄 수 없는 일이고 마술사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기차에 올라탄다.
아마 나락의 기차역에서 나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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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나락

from 경계의서/미아 (완료) 2009. 7. 6. 21:33 by 케르베로스

나락(奈落)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 상황

눈이 내리는 숲에 서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무작정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하얀 입김이 시야를 가린다.

뒤를 돌아다본다.
나를 쫒아오는 발자국과 오른쪽 손목까지 이어진 붉은 선.
여긴 달이 아니라 나락인가?

한참을 더 걸어서 도착한 곳은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다.
지붕의 앞쪽 중앙에는 붉은색의 한자로 역(驛)자가 쓰여 있었다.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티켓을 꺼내 확인했다.
기차를 기다리며 옆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피곤하다.

「딱히 할 이야기가 없네.」
「그러게...」
「사실 난 너랑 문자주고 받다가 생기는 이런 공백이 좋아.」
「그게 뭐가 좋냐?」
「글쎄~ 좋아하는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응, 난 그게 좋아.」
「그런데 나는 두 손 꼭 잡고 거리를 걷는 게 더 좋아.」
「난 걷는 거 싫은데...」
「그런 느낌이랄까?」
「바보.」

멀리서 들려오는 기차소리에 잠에서 일어났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맞은편 의자에 소년이 앉아 있다.

「반가워.」
「네?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이네.」

소년이 미소를 짓는다.
아는 사람인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쓰지 마. 어차피 기억나지 않을 거야.」
「그런가요?」
「나는 마술사 엘(EL).」
「저는...」

얼른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제일 뒷장을 펼친다.
그리고 내 이름을 확인한다.

「이름을 잃어 버렸어요.」

그 다음은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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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Lesson 14

from 요리/프랑스 2009. 7. 6. 21:31 by 케르베로스

Truite au Bleu, Sauce Holladaise

<트라우트 아 블루>
무지개 송어 요리 인데
식초를 부으면 피부가 푸르슴하게 변한다.
그래서 요리 이름이 블루 라고 붙어 있음.
진짜 맛 없다.

<소스 홀란데이즈>
마요네즈랑 거의 비슷한 맛의 소스.



Filet de Breme Meuniere

<필렛 데 브림 미뉴에르>
도미류의 생선 요리.
그냥 밀가루 바르고 기름에 굽는다.

소스는 버터를 갈색빛이 살짝 날때까지 구운 다음
파슬리를 넣어주면 된다.

생선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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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미아

from 경계의서/미아 (완료) 2009. 7. 6. 21:21 by 케르베로스

미아(迷兒) 길을 잃은 아이

좋게 말해서 엉뚱하고 나쁘게 말해서 미친 거고,
애매하게 말하자면 나는 아이 혹은 청년 아니면 이상한 녀석.
어찌되었건 달라지는 건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새벽이 좋지만 깊은 밤이 라도 괜찮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 년.
존재하지 않는 시간의 벽을 넘어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꿈과 현실 사이를 방황했다.
어떤 이는 꿈을 포기하라고 어떤 이는 꿈을 위해 살라고 했다.

답은 없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나 역시 알 수 없었다.
열심히 살자는 각오가 마음속을 맴돌며 나를 괴롭혔다.

나는 누군가의 친구이자 아들이며 형이고 동생이었다.
때로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역할에 맞는 가면을 쓰고 연기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미친 거라고 간단하게 치부하며 날 멀리했다.

제기랄,
누가 만든 건지도 모르는 나이 값도 해야만 했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미아가 되어 있었다.

도망치자고 계속 중얼거렸다.
꿈과 이상이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열정에 의한 노력의 결과물이 단지 웃음거리가 되어버리는 현실.
그렇지만 나는 늘 제자리였다.

사는 건 죽는 것만큼 힘들었고 죽는 것은 사는 것 보다 더 힘들었다.
어디에 있어도 마음 편하게 쉬질 못했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친구를 만나도 괜찮다며 웃었다.
나는 나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다는 말이 정말 듣기 싫었다.
옆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어도 내 상처는 아프다.

사회에 대한 불만은 쌓여만 가고 나는 미친 거 같았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모아 달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는 늘 마음을 먹었으면 행동을 빠르게 하라고 말씀 하셨다.
다음 날 바로 티켓을 사고 여행 준비를 마쳤다.
지인들에게는 몇 년간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연락을 했다.
기념품을 사오라는 말을 들은 뒤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날 나는 죽었다.
하늘이 보이는 창가에 서 있다가 그대로 추락했다고 한다.
오른쪽 손목에 붉은 선도 생겨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죽어버린 내 시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달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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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잼

from 단편 2009. 7. 6. 21:18 by 케르베로스

새벽부터 차가운 비가 내리는 뜨거운 여름의 일요일 아침.

사람은 거짓말쟁이라 생각하지만  글쟁이는 그보다 더한 거짓말쟁이다.
창가에 앉아 가만히 내리는 비를 보며 담배를 피우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현관에 도착해 문을 열자 옆집에 사는 여자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저기 죄송한데 이것 좀 열어 주세요.」

유리병에 담긴 주황색의 액체는 좋은 향기를 내고 있었지만 잠겨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래 전에 옆집에서 유난히도 달콤한 향이 났던 게 생각났다.

「단단히도 잠겨 있네요.」

위기에 처한 남자의 자존심을 위해 뚜껑에 억지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결국 잠겨 있던 뚜껑은 조금씩 움직이더니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유리병을 그녀에게 돌려주고 나니 주황색의 액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뭐에요?」
「살구 잼이에요.」
「향도 좋고 색도 예쁘고 맛있어 보이네요.」
「집에 오래 된 큰 살구나무가 있거든요.」

딸기잼은 몇 번 사서 먹은 적이 있지만 살구 잼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또 기회가 있겠지라며 돌아서는데 그녀가 말했다.

「같이 드실래요?」
「네?」

놀라서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그녀가 웃으며 유리병을 나한테 내밀었다.
그리고는 식빵을 가지고 와서 너무 당당한 모습으로 내 집으로 들어왔다.
실수로 먹고 싶어 한다는 표정을 지었던가? 생각하며 부엌으로 따라갔다.

「부엌 좀 쓸게요.」
「네, 그러세요.」

잠시 후 노릇하게 구워진 식빵과 달콤한 향의 살구 잼이 식탁에 올라왔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 내와서 컵에 부은 다음 무심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담배!」
「아~ 죄송합니다.」

그녀의 놀라는 소리에 손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담배를 집어넣었다.
조금 불편했지만 오랜만에 괜찮은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참을 만 했다.
살구 잼은 달콤했고 식빵은 바삭거렸고 우유는 시원했고 날씨는 흐렸다.

「뭐하시는 분이세요?」
「저 말인가요?」
「몇 번 만났는데 그때마다 시간이 다 달라서요.」
「그런가요?」

평소보다 조금 많이 먹었고 난 베란다 창가에 기대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녀는 돌아가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나를 보다가 그렇게 물어왔다.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뭐하는 사람 같아요?」
「백수.」
「그럼 그렇게 생각하세요.」
「화났어요?」
「전혀.」

그렇게 그녀가 돌아가고 나는 다시 조용한 일요일의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원래 친구를 만드는 성격도 아니고 시끄러운 곳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주말에 집에만 있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에 그냥 밖으로 나갔다.

「어서 와.」
「여전히 인기가 좋네.」

자주 가는 곳은 대형 서점과 케이크 전문점 그리고 집 근처의 공원 이었다.
케이크 전문점의 사장은 아주 오래 된 친구로 잘생긴데다가 성격도 좋았다.
덕분에 지금처럼 주말에도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여학생들 손님이 많았다.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 몇 조각을 샀다.

「돌아갈까?」

내리는 비를 핑계로 결국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시 집으로 향했다.
가만히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누군가 팔을 잡아 당기 길래 고개를 돌렸다.

「또 만나네요.」
「어디 갔다 왔어요?」
「그 쪽은 어디 갔다 왔는데요?」

달려왔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에게 케이크 상자를 보여주며 물었다.
그녀는 케이크 상자를 보고서 눈을 반짝이다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문제집?」
「고등학교 올라가니까 힘들어요.」
「너 고등학생이야?」
「설마 몰랐어요?」
「응.」

옆에 있는 그녀 아니 이 소녀 때문에 하루에 몇 번이나 놀라는지 모르겠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가만히 보고 있으니 어려보이는 거 같긴 하다.
소녀는 케이크 상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이상하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

「교복 입었을 때 만난 적 있잖아요.」
「미안하지만 전혀 기억 안나.」
「무관심하시네요.」
「케이크 같이 먹을래?」
「저 케이크 무지하게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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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from 단편 2009. 7. 6. 21:17 by 케르베로스

붉은 비 뒤에 숨어 며칠 나타나지도 않고 바로 여름이 왔다.
무더운 날 평소보다 짙은 그림자를 바라본다.

내가 달리면 같이 달리고, 내가 울면 같이 울고,
내가 바라보면 녀석도 가만히 날 바라본다.

「뭐해, 어서 가자!」

라고 당장이라도 녀석은 나한테 말을 걸어 올 것만 같다.
어두운 곳을 가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틀림없이 내 옆에 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년 내가 죽는 날까지도 내 옆에 있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죽으면 그림자도 죽겠지.
그렇다면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내 영혼은 날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내 그림자에 있으면 좋겠다.

그럼 녀석도 천국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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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from 단편 2009. 7. 6. 21:17 by 케르베로스

아무도 열어보지 않은 상자가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상자 앞에 모여서 떠들기 시작했다.

「마피아의 총과 마약이 든 위험한 상자 입니다.」
「해적의 금은보화가 든 보물 상자야.」
「도서관으로 갈 책이 가득 든 상자인 거 같네요.」
「상인이 팔러 나온 병아리가 든 상자가 아닐까요?」

사람들 사이에 있던 부자는 못 참겠다는 듯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상자의 주인이 누구요? 내가 이 상자를 사겠소.」
「상자는 우리 모두의 것이니 모두에게 돈을 주면 당신의 것으로 인정해 드리리다.」

아무도 팔겠다는 사람이 없자 한 노인이 앞으로 나와 그렇게 대답했다.
그 자리에서 상자를 산 부자는 한 젊은이에게 상자를 대신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부자는 그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두려워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열어보도록 하죠.」

청년이 상자를 열자 모두의 시선이 상자로 향했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상자는 텅 비어 있었고 그제야 모두들 만족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살 수 있는 힘과
그것을 팔 수 있는 지혜와
그것을 열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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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from 단편 2009. 7. 6. 21:16 by 케르베로스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상처 하나씩을 가지고 산다.

이미 다 나은 것 같은 분홍빛 상처는

비가 오거나
깊은 밤이 되거나
혹은 어느 날에
갑자기 사람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흘린 눈물은
하늘로 올라가고
하루, 이틀 그리고 일년이 지나서
눈물이 구름이 되면

어느 날 깊은 밤
비가 되어
다시 사람을 아프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구름하나를 만들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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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from 단편 2009. 7. 6. 21:15 by 케르베로스

비가 내리는 늦은 일요일 새벽.
파이널 판타지의 승리 팡파르가 방안 가득 울렸다.
청년은 간신히 잠에서 깨어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실례지만 L이라고 아세요?」

몇 살인지 모를 여자가 뜬금없이 물었다.
L이라는 이름은 너무 흔한 것이었다.
청년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상대가 먼저 말했다.

「K씨 맞으시죠?」
「네.」
「안녕하세요, 전 L의 여동생이에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연락을?」

상대가 자신을 알고 있기에 청년은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L이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언니가 얼마 전에 자살을 했거든요.」
「그렇군요.」
「혹시 궁금해 하실까봐 연락했어요.」
「네.」

둘 사이에 긴 침묵이 가로 막았다.
여자는 침묵을 깨며 말을 했다.

「죄송해요, 이런 일로 전화해서...」
「2년 전에 죽었어.」
「네?」
「나한테 그녀는 이미 2년 전에 죽은 사람이야.」

청년은 전화를 끊어버리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왜 자살했는지 이유 따위는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차갑게 돌아선 주제에 그렇게 보고 싶어 할 때는 보이지도 않다가
간신히 기억에서 지우고 나니까 이제 와서 죽었다는 소식으로 연락이 왔다.

「새벽부터 지독한 악몽이군.」

청년은 이불을 끌어안으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작은 동물이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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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c Lesson 13

from 요리/프랑스 2009. 7. 6. 21:15 by 케르베로스

Warm Goat's Cheese Salad

<웜 고츠 치즈 샐러드>
염소 치즈와 샐러드 그리고 빵조각의 장식으로 만든 요리.
염소 치즈 비싸다는데 생각 외로 맛은 없다.



Chicken en Cocotte Grand Mere

<치킨 엔 코코테 그랜드 메레>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치킨 요리 라는 뜻.
닭을 끈으로 잘 포박해서 오븐에서 요리함.
맛은 그냥 소스에 따라서 좌우된다.



Cream Caramel

<크림 카라멜>
푸딩 비슷한 녀석인데 만들기 쉽지 않다.
맛은 바닐라 향에 카라멜 향에... 달다.
위에 있는 하얀 녀석은 생크림.
생크림을 저런 모양으로 만드는 거 보기보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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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15제

from 단편 2009. 7. 6. 21:06 by 케르베로스

1.우산: 비온 뒤에 더위가 오니까 우산을 먼저 사는 게 좋아.
2.부채: 선물하고 싶었던 청록색 부채는 어느새 매진이었다.
3.레모네이드: 레몬즙과 설탕 그리고 얼음으로 만든 음료.
4.그림자: 넌 영혼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
5.영화: 최근에 본 것은 일본영화 우울한 청춘 이었다.
6.여자: 토끼, 개, 고양이 주관적인 세 가지 분류방법.
7.남자: 늑대 주관적인 한 가지 분류방법.
8.합격: 형한테 제일 먼저 알리는 거야.
9.걱정: 수험생에게 놀아달라고 하는 건 무리일까?
10.추락: 끝까지 둔해빠진 새끼들...
11.바이올렛: violet, 붉은빛을 띤 청색.
12.대답: 그건 상황에 따라 몹시 다른 거야.
13.바보: 글쟁이라 적고 삼류 몽상가라 읽는다.
14.의문: 허수아비와 꼭두각시는 어떤 관계일까?
15.사과: 미안 누굴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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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from 단편 2009. 7. 6. 21:05 by 케르베로스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일어나기 싫다.
포근한 하늘색 이불 속에 몸을 숨긴다.
절대로 내가 잠이 많아서 이러는 건 아니다.

-오후 1시.

어제 새벽까지 통화한 녀석은 뭐할까?
혹시 방금 전의 나처럼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전화해서 깨워주자!
나는 얼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

언제나 이 음악이 흐른다.
사실 내가 하라고 시키긴 했지만...
자기는 싫다고 그래놓고 결국은 이거다.

「응, 왜?」

의외로 멀쩡한 목소리로 녀석이 받았다.
나는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일찍 일어났네?」

순간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사악한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 이제 일어났지?」
「아니야!」
「1시인데 배고프겠다.」
「아침에 식사했네요.」
「먹을 것 좀 사서 놀러갈까?」
「응?」
「네가 좋아하는 덮밥 사갈께.」

아직 세수도 못했는데 큰일 났다.
아마 나는 평생 이 녀석을 못 이기겠지.

「어디가지 말고 기다려.」
「응,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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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from 단편 2009. 7. 6. 21:05 by 케르베로스

「심야요금 입니다.」

야심한밤
그는 작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여기저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핸드폰으로 대화를 나누고,
담배 연기를 만들거나,
지도를 꺼내 보거나,

20분후에 도착할 버스를 기다리며
모두들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바람이 부네.」

시원한 바람이 그를 스쳐 지나가고
버스가 도착한다.

아직 바람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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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from 단편 2009. 7. 6. 21:03 by 케르베로스

이어폰을 끼고 탁자에 누워서
녀석은 피곤한지 곤히 자고 있었다.

「자는 모습은 정말 귀엽네.」

녀석의 옆에 앉은 나는
이어폰 한쪽을 빼서 내 귀에 넣었다.

-무얼 그리 망설이 나요
-뭐가 그리 맘에 걸리죠?
-지난 노래 가사처럼
-술에 취한 목소리로
-고백하면 어때요?
-그녀를 만나요
-그리고 손을 잡아요.
-떨리는 숨결로 마음을 전해요.
-그녀의 눈빛이 그 말을 기다리겠죠.
-이젠 준비됐나요?
-그럼 말해요
-난 네가 너무 좋아!

「노래 좋지?」
「뭐..뭐라는 거야.」

언제 일어났는지 녀석이 날 보고 있었다.
나는 빨갛게 변한 얼굴을 숨기기 위해 얼른 일어났다.
그런데 녀석은 내 손목을 붙잡으며 천천히 말했다.

 「난 네가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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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from 단편 2009. 7. 6. 21:02 by 케르베로스

「어서 오세...」

바람이 차가운 어느 겨울 날.
담배가 없어서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 녀석을 만났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오랜만이네.」
「응, 잘 지냈어?」
「그럭저럭, 뭐 사러 온 거야?」

나는 멍하니 그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녀석의 말에 간신히 답했다.

「던힐 한 갑 줘.」
「담배, 다시 피는 거야?」
「그렇게 되었네.」

머리는 얼른 이 곳을 떠나라고 고함치고
마음은 조금만 더 있으라고 떠들고 있었다.
그 때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때문에...」
「응?」
「나 때문에  다시 피는 거야?」
「아마도 그럴 거야.」
「우연이라도 다시 만나고 싶었어.」
「편하지 않았어?」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

녀석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다시 내 옆으로 돌아 와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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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from 단편 2009. 7. 6. 21:00 by 케르베로스

여행을 결심한 건 그해 여름이었다.

햇살과 바람 그리고 레모네이드는
사람들의 기분을 축제처럼 만들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걸까?」

길게 늘어난 흐릿한 내 그림자.
연두, 보라, 주황빛으로 물든 오후 하늘.
오래된 선풍기가 돌아가며 내는 소리.

멍하니 누워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어두운 바람에 흩어지는 회색 연기.

「여보세요?」
「나야.」
「이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야?」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 했지.」
「거짓말은 하지 마.」
「나 방금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어.」
「정말?」
「요즘 들어 너무 지쳤어.」
「그래서 어디로 갈 건데?」
「에...」
「설마 언제 갈건지도 안 정했냐?」
「미안.」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나는 가만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좋은 곳은 무지하게 많았다.
 
그렇게 어느새 겨울이 왔다.
새 코트, 새 가방, 새 청바지, 새 신발.
나는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귀찮게 왜 부른 거야?」

나는 녀석의 집 앞 놀이터에 있었다.
녀석은 추운지 하얀 입김을 만들어 냈다.

「생각해봤는데...」
「이야~ 준비 많이 했네.」
「카메라도 새로 샀어.」
「어디로 갈 건지 정했어?」
「아니.」
「오늘 간다며!!」
「그래서 말인데...」
「응.」
「너랑 함께 가고 싶어.」
「응?」
「너랑 가면 어디라도 좋아.」
「그거 고백이야?」
「응, 널 좋아해.」
「난 아직 아무런 준비도...」
「내가 다 했어.」

녀석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했다.
나는 웃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


「나랑 같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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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from 단편 2009. 7. 6. 20:56 by 케르베로스

눈부신 햇살의 나날이 계속 되는 하루.
나는 우연히 결혼식장의 주차장 일을 하게 되었다.
 
모두들 5월의 신부를 놓치지 않겠다는 건지,
5월의 마지막 주의 결혼식은 엄청나게 많았다.

그만큼의 하객들이 몰려들어서 아르바이트생의
입장에서는 축복받을 결혼식이 지긋지긋 하고
짜증나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요금을 계산하며
언제나 늦장을 부리며 교대하는 후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법 부지런히 움직인 건지
10분정도 늦게 나온 녀석이 헤벌레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형님 미안해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수고해라.」
「말속에 뼈가 있네요.」
「하하하~」

가볍게 웃어 보이며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일도 편하고 돈도 괜찮은 일이지만
조만간 그만두고 다시 글을 써야지 라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흐음~」

아는 사람인가라며 기웃기웃 거리는 데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요.」
「아~ 저기 일층에 가서 계단 옆에 보면...」

급했는지 부끄러웠는지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고 달려간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마도 내가 아는 그녀가 아닌 모양이다.
햇살이 눈부신 5월의 끝을 잡고 잊은 줄 알았던
오래전의 그녀를 떠올리고 말았다.
지금의 그녀에게 내심 미안해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아르바이트 중이야?」
「응.」
「여자들 많이 오지?」
「하하~ 응, 되게 많이 와.」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야.」
「뭔가 의심스러운데?」
「나중에 나 퇴근하고 영화 보러 가자.」
「은근슬쩍 넘어가는 게 이상하지만...」
「이상 하지만?」
「뭐~ 맛있는 것도 사주면 용서해줄게.」
「물론이지 사줄게.」

5월의 햇살은 눈부시지만
나한테는 더 눈부신 그녀가 지금 있으니까
더 이상 과거에 매달리지 말아야지.

「하품이나 하고 있을 후배나 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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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쇼 라즈니쉬의 틈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6. 11:21 by 케르베로스
세상 어디에도 안정이란 없다.

삶은 불안정하다.
그것을 지탱해 주는 토대가 없기 때문이다.

안정을 지나치게 갈구함으로써 그대는 어려움에 처한다.
안정을 추구할수록 그대는 더욱 불안정해진다.
불안정이 삶의 근본 이치인 까닭이다.

그대가 안정을 추구하지 않을때
비로소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나무가 푸른것이 순리이듯, 삶 역시 불안정한 것이 순리이다.
나무가 하얗기를 바란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문제의 원인은 푸를 수밖에 없는
나무에게 하얘지라고 요구하는 그대에게 있다.

삶은 불안하고, 사랑 또한 불안하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것이 바로 삶과 사랑이다.
삶이 안정적인 순간은 오로지 그대가 죽을 때뿐이다.

바위 아래에는 단단한 땅이 있다.
하지만 꽃 밑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꽃은 작은 미풍에도 쓰러지고, 꽃잎이 떨어진다.
꽃이 거기에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다.
삶은 하나의 기적이다. 그대 역시 단순한 기적이다.
그대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오히려 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더 많지 않은가?
이렇듯 그대가 삶의 불안정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기뻐할 때 성숙이 그대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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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6. 11:18 by 케르베로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공부를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그들 또한 나름대로의 존재방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일본에서 학교는 평등주의 원칙에 입각해 있어요.


하지만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을 게으름뱅이로 간주하여

일말의 여지없이 배척해 버리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어요.

 
-기리토시 리사쿠, 괴수 오타쿠

- 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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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의 향수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6. 11:16 by 케르베로스

바다
저편에 산이 있고

산 위에
구름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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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의 자화상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6. 11:15 by 케르베로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질 않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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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의 흑과 다의 환상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22 by 케르베로스

친구.
우리는 이 말에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고 살아왔을까?

이 악의 없고 진부한 말을 중얼거릴 때,
누구나 가슴 속에 복잡하고 씁쓸한 감정을 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친구가 많은 아이는 좋은 아이라는 '상식'을 어른들은 계속해서 각인시킨다.

고독은 패배라고 협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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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의 유혹하는 글쓰기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22 by 케르베로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드는 오늘날
소설을 쓴다는 것은 지적인
겁쟁이들이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다.

요즘 세상에는 검열관 지망생이 너무도 많다.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각기 다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한결같다.

그들을 여러분이 자기들과 똑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하고,
설령 뭔가 다른 것을 보았더라도
침묵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현상 유지를 옹호한다.
그렇다고 꼭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정신적 자유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위험한 족속이 아닐 수 없다.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2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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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의 묘의 일화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21 by 케르베로스

지부리에서 애니메이션 화까지
된 바 있는 2차대전 배경의 반전소설

"반딧불의 묘".

그 원작자 노사카 아키유키에 관한, 유명한 일화.
노사카의 딸이 학교에서 국어수업을 하던 도중,
아버지의 그 작품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선생님이

「이 작품을 집필했을 당시, 저자의 심경을 대답하라」

라는 문제를 숙제로 내었는데,
딸은 집에 돌아가서 곧장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마감에 쫓겨 필사적이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그대로 답한 딸은 오답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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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의 GO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21 by 케르베로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훗카이도에 맹인 안내견 양로원이라는게 있는데,
거기는 나이가 너무 들어 맹인 안내견 역할을
제대로 할수없는 개가 여생을 보내는 장소래.
나, 그런 컨셉의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동했거든.

그래서 화면으로 기어들어갈 것처럼 열심히 봤는데,
10년이나 같이 생활한 어떤 할머니 하고
개가 헤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거야.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와 골든 리트리버 수놈이었는데,
할머니하고 개는 한 시간쯤 꼭 껴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어.
간신히 담당 직원이 떼어놓아 작별을 하기는 했는데,
차를 타고 양로원을 떠나는 할머니가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면서 '잘 있어, 안녕' 하고 개의 이름을 외치는데,
개는 꼼짝 않고 앉은 채 멀어지는 차 쪽을 쳐다만 보고 있는 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맹인 안내견은 그렇게 하도록 훈련을 받았으니까.
마음의 동요를 겉으로 표현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짖어서도 안 되니까.
차가 양로원 문을 나서서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데도
개는 헤어진 장소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할머니가 사라진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거야. 몇 시간 동안이나.
10년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사람이 곁에서 없어진 거잖아.
충격이 너무 커서 움직이지도 못했을 거야, 아마.

할머니하고 한낮에 헤어졌는데,
해가 기울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무지하게 세찬 비가.
그런데 꼼짝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던
개가 고개를 들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웡, 하고
짖기 시작하는거야. 웡-웡-, 하고 몇번이고 말이야.
그런데도 그 모습이 조금도 비참하거나 볼품없어 보이지 않는거야.
개는 등과 가슴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선을 꼿꼿하게 펴고
마치 완변한 조각상 같았어.

나, 그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어버렸어.
개가 짖는 소리에 맞춰서 엉~엉 하구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개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는거.
그 개울음 소리는 내가 지금까지 들었는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웠어.
나, 좋아하는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다가,
만약 그 사람을 잃게 된다면,
그 개처럼 울수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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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아한 세계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8 by 케르베로스

힘든 인생사다.

남자로 사는 거,
남편으로 사는 거,
아빠로 사는 거,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누구한테 우아하게 사는 것도 배운 적 없고,
원래 우아하지도 않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우아한 세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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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요코오노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7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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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사람/에드윈 H. 차핀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6 by 케르베로스

성실한 사람은 세상 속의 자기 자리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본성에 따라 그 자리를 찾아가서
별과 같이 자연스럽게 제 자리에서 돌아간다. - 에드윈 H. 차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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