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from 단편 2009. 7. 6. 21:17 by 케르베로스

아무도 열어보지 않은 상자가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상자 앞에 모여서 떠들기 시작했다.

「마피아의 총과 마약이 든 위험한 상자 입니다.」
「해적의 금은보화가 든 보물 상자야.」
「도서관으로 갈 책이 가득 든 상자인 거 같네요.」
「상인이 팔러 나온 병아리가 든 상자가 아닐까요?」

사람들 사이에 있던 부자는 못 참겠다는 듯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상자의 주인이 누구요? 내가 이 상자를 사겠소.」
「상자는 우리 모두의 것이니 모두에게 돈을 주면 당신의 것으로 인정해 드리리다.」

아무도 팔겠다는 사람이 없자 한 노인이 앞으로 나와 그렇게 대답했다.
그 자리에서 상자를 산 부자는 한 젊은이에게 상자를 대신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부자는 그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두려워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열어보도록 하죠.」

청년이 상자를 열자 모두의 시선이 상자로 향했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상자는 텅 비어 있었고 그제야 모두들 만족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살 수 있는 힘과
그것을 팔 수 있는 지혜와
그것을 열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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