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from 단편 2009. 7. 6. 21:17 by 케르베로스

붉은 비 뒤에 숨어 며칠 나타나지도 않고 바로 여름이 왔다.
무더운 날 평소보다 짙은 그림자를 바라본다.

내가 달리면 같이 달리고, 내가 울면 같이 울고,
내가 바라보면 녀석도 가만히 날 바라본다.

「뭐해, 어서 가자!」

라고 당장이라도 녀석은 나한테 말을 걸어 올 것만 같다.
어두운 곳을 가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틀림없이 내 옆에 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년 내가 죽는 날까지도 내 옆에 있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죽으면 그림자도 죽겠지.
그렇다면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내 영혼은 날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내 그림자에 있으면 좋겠다.

그럼 녀석도 천국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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