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夢想) 꿈과 같은 헛된 생각
두 사람이 있다.
창밖의 풍경은 쉴 새 없이 바뀌고 있었다.
목적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기차가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름이 없는 소년과 마술사 엘은 서로 마주본 채 앉아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둘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행복해?」
엘의 갑작스런 질문에 소년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는 한참을 고민한다.
「그저 그래요.」
의외로 평범한 대답이었다.
어쩌면 가장 무난한 대답이라고 생각한지도 모르겠다.
「사실 행복이나 불행은 사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정말 영향을 미치는 건 살아갈만한 이유가 있냐는 거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불행해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으면 악착같이 사는 게 인간이야.
행복해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으면 자살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지.」
「살아가야 할 이유라...」
잠시 대화가 멈춘다.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인다.
「꿈같은 건가요?」
「네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그렇군요.」
「너한테는 이유가 있어?」
「이제부터 찾아 볼 생각이에요.」
어울리지 않게 두 사람은 어려운 이야기를 나눈다.
이유라...
나한테는 이유가 있던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쉰다.
담배를 꺼내 물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곳은 나락과 달 사이의 중간지점이었다.
나도 아직 달까지 간 적은 없었다.
마술사는 아니었지만 소년은 달로 가고 있었다.
갈 수 있을까?
마술사가 도와준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달로 가는 기차에 오르는 결정은 소년이 해야 한다.
그건 누구도 도와 줄 수 없는 일이고 마술사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기차에 올라탄다.
아마 나락의 기차역에서 나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