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from 단편 2009. 7. 6. 21:15 by 케르베로스

비가 내리는 늦은 일요일 새벽.
파이널 판타지의 승리 팡파르가 방안 가득 울렸다.
청년은 간신히 잠에서 깨어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실례지만 L이라고 아세요?」

몇 살인지 모를 여자가 뜬금없이 물었다.
L이라는 이름은 너무 흔한 것이었다.
청년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상대가 먼저 말했다.

「K씨 맞으시죠?」
「네.」
「안녕하세요, 전 L의 여동생이에요.」
「안녕하세요, 그런데 왜 연락을?」

상대가 자신을 알고 있기에 청년은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L이 누군지 모르고 있었다.

「언니가 얼마 전에 자살을 했거든요.」
「그렇군요.」
「혹시 궁금해 하실까봐 연락했어요.」
「네.」

둘 사이에 긴 침묵이 가로 막았다.
여자는 침묵을 깨며 말을 했다.

「죄송해요, 이런 일로 전화해서...」
「2년 전에 죽었어.」
「네?」
「나한테 그녀는 이미 2년 전에 죽은 사람이야.」

청년은 전화를 끊어버리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왜 자살했는지 이유 따위는 묻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차갑게 돌아선 주제에 그렇게 보고 싶어 할 때는 보이지도 않다가
간신히 기억에서 지우고 나니까 이제 와서 죽었다는 소식으로 연락이 왔다.

「새벽부터 지독한 악몽이군.」

청년은 이불을 끌어안으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작은 동물이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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