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from 단편 2009. 7. 6. 20:56 by 케르베로스

눈부신 햇살의 나날이 계속 되는 하루.
나는 우연히 결혼식장의 주차장 일을 하게 되었다.
 
모두들 5월의 신부를 놓치지 않겠다는 건지,
5월의 마지막 주의 결혼식은 엄청나게 많았다.

그만큼의 하객들이 몰려들어서 아르바이트생의
입장에서는 축복받을 결혼식이 지긋지긋 하고
짜증나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기계적인 목소리로 요금을 계산하며
언제나 늦장을 부리며 교대하는 후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법 부지런히 움직인 건지
10분정도 늦게 나온 녀석이 헤벌레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형님 미안해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수고해라.」
「말속에 뼈가 있네요.」
「하하하~」

가볍게 웃어 보이며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일도 편하고 돈도 괜찮은 일이지만
조만간 그만두고 다시 글을 써야지 라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흐음~」

아는 사람인가라며 기웃기웃 거리는 데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저기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요.」
「아~ 저기 일층에 가서 계단 옆에 보면...」

급했는지 부끄러웠는지 이야기를 다 듣지도 않고 달려간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마도 내가 아는 그녀가 아닌 모양이다.
햇살이 눈부신 5월의 끝을 잡고 잊은 줄 알았던
오래전의 그녀를 떠올리고 말았다.
지금의 그녀에게 내심 미안해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아르바이트 중이야?」
「응.」
「여자들 많이 오지?」
「하하~ 응, 되게 많이 와.」
「왜 웃어?」
「아무것도 아니야.」
「뭔가 의심스러운데?」
「나중에 나 퇴근하고 영화 보러 가자.」
「은근슬쩍 넘어가는 게 이상하지만...」
「이상 하지만?」
「뭐~ 맛있는 것도 사주면 용서해줄게.」
「물론이지 사줄게.」

5월의 햇살은 눈부시지만
나한테는 더 눈부신 그녀가 지금 있으니까
더 이상 과거에 매달리지 말아야지.

「하품이나 하고 있을 후배나 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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