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변화

from 경계의서/미아 (완료) 2009. 7. 6. 21:38 by 케르베로스

변화(變化) 사물의 성질이나 모양이 다르게 변하다

며칠째 내리는 비 때문에 담배가 눅눅하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 내리는 도시는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다.
나는 마술사 엘.
연기를 부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연기술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은 이름이 없는 소년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유를 찾는 걸 도와주지.」
「네? 아, 고맙습니다.」

한 사람이 지내기에 좋은 크기의 아파트였다.
가구라고는 침대와 책상 그리고 낡은 의자가 전부.
새하얀 방은 흐린 하늘로 인해서 무기력한 회색으로 보였다.
흰색은 시작의 설렘과 변화에서 나오는 두려움 모두를 가지고 있다.
변화란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쉽게 단정 지을 순 없다.
모든 것은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변화를 하며 여기까지 왔다.
상황은 늘 그런 식으로 흐른다.
아마 소년의 상황도 그렇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

「내일 사람을 만나러 갈건 데 같이 가실래요?」
「그러도록 하지.」

녀석의 기억은 다이어리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 아파트도 녀석의 기억이 아닌 다이어리에서 찾았다.
이유를 찾는 것보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야 할지도 몰랐다.

「만날 사람이 누군데?」
「주소록 가장 위에 적혀 있는 A요.」
「알았다.」

만약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지운 거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기억 찾기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건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다.

다음날 우리는 카페 페르소나로 향했다.
A가 아르바이트 하는 장소였다.
다행히 그 날 비는 그쳤고 택시 기사는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A양?」

카페의 사장은 이름을 듣고 기억에서 찾아보려고 애를 쓴다.
우리는 그냥 있기가 부담스러워 주문을 했다.

「레모네이드 주세요.」
「난 에스프레소.」

소설에나 나올법한 메이드 복장의 종업원이 주문을 받았다.
그녀는 주문을 받고도 한참동안 소년을 바라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소년을 알고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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