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from 단편 2009. 7. 6. 21:05 by 케르베로스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일어나기 싫다.
포근한 하늘색 이불 속에 몸을 숨긴다.
절대로 내가 잠이 많아서 이러는 건 아니다.

-오후 1시.

어제 새벽까지 통화한 녀석은 뭐할까?
혹시 방금 전의 나처럼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전화해서 깨워주자!
나는 얼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

언제나 이 음악이 흐른다.
사실 내가 하라고 시키긴 했지만...
자기는 싫다고 그래놓고 결국은 이거다.

「응, 왜?」

의외로 멀쩡한 목소리로 녀석이 받았다.
나는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일찍 일어났네?」

순간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사악한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 이제 일어났지?」
「아니야!」
「1시인데 배고프겠다.」
「아침에 식사했네요.」
「먹을 것 좀 사서 놀러갈까?」
「응?」
「네가 좋아하는 덮밥 사갈께.」

아직 세수도 못했는데 큰일 났다.
아마 나는 평생 이 녀석을 못 이기겠지.

「어디가지 말고 기다려.」
「응,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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