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의 향수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6. 11:16 by 케르베로스

바다
저편에 산이 있고

산 위에
구름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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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의 자화상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6. 11:15 by 케르베로스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질 않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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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의 흑과 다의 환상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22 by 케르베로스

친구.
우리는 이 말에 얼마나 큰 공포를 느끼고 살아왔을까?

이 악의 없고 진부한 말을 중얼거릴 때,
누구나 가슴 속에 복잡하고 씁쓸한 감정을 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친구가 많은 아이는 좋은 아이라는 '상식'을 어른들은 계속해서 각인시킨다.

고독은 패배라고 협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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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의 유혹하는 글쓰기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22 by 케르베로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드는 오늘날
소설을 쓴다는 것은 지적인
겁쟁이들이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니다.

요즘 세상에는 검열관 지망생이 너무도 많다.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각기 다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한결같다.

그들을 여러분이 자기들과 똑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원하고,
설령 뭔가 다른 것을 보았더라도
침묵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현상 유지를 옹호한다.
그렇다고 꼭 나쁜 사람들은 아니지만,
정신적 자유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위험한 족속이 아닐 수 없다.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2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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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의 묘의 일화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21 by 케르베로스

지부리에서 애니메이션 화까지
된 바 있는 2차대전 배경의 반전소설

"반딧불의 묘".

그 원작자 노사카 아키유키에 관한, 유명한 일화.
노사카의 딸이 학교에서 국어수업을 하던 도중,
아버지의 그 작품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선생님이

「이 작품을 집필했을 당시, 저자의 심경을 대답하라」

라는 문제를 숙제로 내었는데,
딸은 집에 돌아가서 곧장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마감에 쫓겨 필사적이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그대로 답한 딸은 오답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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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의 GO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21 by 케르베로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훗카이도에 맹인 안내견 양로원이라는게 있는데,
거기는 나이가 너무 들어 맹인 안내견 역할을
제대로 할수없는 개가 여생을 보내는 장소래.
나, 그런 컨셉의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동했거든.

그래서 화면으로 기어들어갈 것처럼 열심히 봤는데,
10년이나 같이 생활한 어떤 할머니 하고
개가 헤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거야.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와 골든 리트리버 수놈이었는데,
할머니하고 개는 한 시간쯤 꼭 껴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어.
간신히 담당 직원이 떼어놓아 작별을 하기는 했는데,
차를 타고 양로원을 떠나는 할머니가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손을 흔들면서 '잘 있어, 안녕' 하고 개의 이름을 외치는데,
개는 꼼짝 않고 앉은 채 멀어지는 차 쪽을 쳐다만 보고 있는 거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맹인 안내견은 그렇게 하도록 훈련을 받았으니까.
마음의 동요를 겉으로 표현해서는 절대로 안 되고, 짖어서도 안 되니까.
차가 양로원 문을 나서서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데도
개는 헤어진 장소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할머니가 사라진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거야. 몇 시간 동안이나.
10년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던 사람이 곁에서 없어진 거잖아.
충격이 너무 커서 움직이지도 못했을 거야, 아마.

할머니하고 한낮에 헤어졌는데,
해가 기울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무지하게 세찬 비가.
그런데 꼼짝 않고 앞만 바라보고 있던
개가 고개를 들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웡, 하고
짖기 시작하는거야. 웡-웡-, 하고 몇번이고 말이야.
그런데도 그 모습이 조금도 비참하거나 볼품없어 보이지 않는거야.
개는 등과 가슴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선을 꼿꼿하게 펴고
마치 완변한 조각상 같았어.

나, 그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어버렸어.
개가 짖는 소리에 맞춰서 엉~엉 하구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 개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는거.
그 개울음 소리는 내가 지금까지 들었는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웠어.
나, 좋아하는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다가,
만약 그 사람을 잃게 된다면,
그 개처럼 울수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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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아한 세계 중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8 by 케르베로스

힘든 인생사다.

남자로 사는 거,
남편으로 사는 거,
아빠로 사는 거,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누구한테 우아하게 사는 것도 배운 적 없고,
원래 우아하지도 않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우아한 세계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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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요코오노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7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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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사람/에드윈 H. 차핀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6 by 케르베로스

성실한 사람은 세상 속의 자기 자리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본성에 따라 그 자리를 찾아가서
별과 같이 자연스럽게 제 자리에서 돌아간다. - 에드윈 H. 차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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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알렉산드르 솔제니친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5 by 케르베로스

그러나 운명은 나를 좀더 살게 해 주었다.
그리하여 이 봄은 내 생애에 있어서,
가장 괴로운 봄인 동시에 가장 황홀한 봄이기도 했다.

Alexander Solzhenits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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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저편/프리드리히 니체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4 by 케르베로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래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될 것이다.

Whoever battles with monsters had better see that it does not turn him into a monster.
And if you gaze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will gaze back into you.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선악의 저편(Beyond Good and Evil)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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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궁전/폴 오스터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4 by 케르베로스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그때 나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였지만
어쩐지 아무래도 나는 미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태위태한 삶을 살고 싶었다.
갈수 있는 데까지 가본다음
거기에 이르렀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다.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어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 만큼 강력한 단 한가지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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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배/장자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3 by 케르베로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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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싸워서 이기는 방법/이현세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12 by 케르베로스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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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코노하라 나리세

from 시작/문장 2009. 7. 4. 18:06 by 케르베로스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 좋아하니까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고 해.
더 나에게 다정하게 하라구.
그렇게 하면 네 마음에 응해 줄게…
너만을 좋아해 줄 테니까."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강한 자세에 불손한 태도.
 
화가 났다.
요시모토가 축축히 젖은 눈으로 노려보니,
미카사의 눈빛은 호소하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난 확실한 것을 원해.
말이든 태도든 무엇이든 좋으니까….
애매한 것에 걸 마음은 없단 말야."
 
둘 다 침묵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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