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from 시작/기록 2010. 8. 6. 19:31 by 케르베로스


제목이 뜬금없이 낚시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긴 하지만 절대로 스스로 죽을 일은 없으니 누군가가 보고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생이라는 거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뭐 별 거 없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미리 정리해놓는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유서 라는 게 변호사 없이 이런식으로 미리 적어놔도 정당한 효과가 있나 모르겠다. 하긴 내가 뭐 거창하게 있다고...

그나저나 젊을 때는 모르겠더니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로 오래 살고 싶다. 인생이라는 게 힘들긴 한데 뭐랄까? 묘한 매력이 있는 거 같아서 재미있다.

1. 우선, 조금이나마 내가 모은 현금이 있다면 그건 전부 부모님 소유로 한 후 사용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의사에 맡긴다.

2. 현금을 제외한 일부를 제외한 모든 물품은 동생인 김 관훈의 소유로 한 후 사용에 대해서는 동생의 의사에 맡긴다.

3. 내 소유의 모든 게임관련 물품은 가능하다면 김 혜연에게 양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좋겠다. 다만 거부 의사를 밝힐 경우 동생 김 관훈의 소유로 한 후 사용에 대해서는 소유자에게 맡긴다.

4. 묘는 만들지 말고 (가능하다면) 화장을 해서 뼛가루는 어디 큰 나무 밑에 뿌려서 거름이나 되게 했으면 좋겠다.

5. 이 유서에 필요한 정보는 현재 2010년 다이어리에 적혀 있으며 이 유서는 2011년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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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 Hit !

from 시작/기록 2010. 8. 1. 18:19 by 케르베로스

요즘 사는 게 바빠서 블로깅도 느리고 애초에 참 볼 게 없는 블로그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이만명이 왔다 갔네요. 모두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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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위해 주지?

from 시작/생각 2010. 7. 28. 19:56 by 케르베로스


알람 소리에 간신히 일어나서 창 밖을 봐도 달이 하늘 높은 곳에 걸려 있는 어두운 새벽에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고 있으면 이래저래 참 슬퍼진다. 잠자리에 누울 때는 왠지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용케 나는 또 하루를 더 살겠구나 싶다.

중학교 때 이야기가 이미 10년 전의 일이고 고등학교 때 이야기도 곧 10년 전 일이 되어버린 지금의 나는 그때와 같이 하나도 변한 게 없는 데 어찌 거울 속의 나는 조금 초췌해보이고 많이 늙어버린 느낌이다.
그 때 내가 꿈 꾸던 내 모습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흐름을 타고 나도 이제 어떻게 될 지 조금도 모를 인생을 살고 있다.

사실 힘들다 말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본다. 여태 부모님의 도움으로 별 걱정없이 편하게 공부만 했으니까 이제는 나도 내 인생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차례라고 생각한다.

다 좋은데 제일 힘든 건 누가 나를 위해 주는 걸까?

나보고 힘내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응원해줄 그런 존재가 너무 필요하다. 그래, 나도 이거 적고 있다보니 무슨 개소리인가 싶고 나이 먹을대로 먹은 놈이 무슨 놈의 투정인가 싶다.

그런데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잖아. 내 개인적으로 인간 관계 형성이 더딘 것도 사실 이지만 그렇다고 남이라고 볼 수 있는 관계, 일종의 단기, 장기 계약의 형태에서 어떤 것을 더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까...

결국 내가 나를 챙겨야 하고 믿을 건 나 하나 인데 가끔은 그런 내가 못 미덥고 그런 내가 지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시작이고 언젠가는 부모님도 없어질 그 날이 오면 내가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삶이라는 건 참 재미 있어서 늙어버리고 초췌한 내 모습을 슬픈 눈으로 보다가 의미 없는 헛웃음을 가볍게 짓고 나갈 채비를 마저 한다.

어찌 되었건 시간은 멈추지 않고 죽지 않은 나는 또 하루를 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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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m

from 시작/영상 2010. 7. 20. 17:01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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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주차 한탄

from 시작/생각 2010. 7. 16. 19:06 by 케르베로스

신은 왜 주유를 보내시고 또 제갈량을 보내시었는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말인지, 삼국지라는 게임에 나오는 말인지 아니면 삼국지 관련의 만화 혹은 소설에 나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유가 저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 딱 내 기분이 그렇다. 상대는 바로 오믈렛!(응?)

오믈렛은 악마의 음식이 분명하다. 우리 가게 음식 중에서 제일 어렵다. 다들 2주 정도 지나면 만들어 낸다는 데... 난 모양은 나오는데 윗부분이 찢어진다. 정말 만들기 싫다. 만약에 내가 다른 가게에 가서 밥 먹을 일 있으면 무조건 오믈렛 시켜서 그쪽 쉐프 실력을 평가하도록 해야지.


연애? 하고 싶지. 대로변에서 지랄발광을 떨 정도로 하고 싶지.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못 하겠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 수록 사랑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만큼 더 가난해져서 포기 할란다.

말하려고 하면 3일 밤낮을 내내 떠들수 있는데 싫다. 귀찮다. 게다가 지금은 푹 자고 일어나서 별로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가 않다. 나중에 술이나 마시면서 궁상이나 떨어야지.



인생 = 돈, 요즘 느끼는 거지만 진짜 저거 진리 아냐?

사랑, 우정, 열정, 희망, 성실, 가족, 보람, 꿈 등등 각종 듣기만 해도 세상이 밝고 환해지는 그런 단어들이 정답이 아닌 거 같아.  원래 난 야망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는 참 밍밍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정말 단란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꿈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꿈이 쉬운 꿈이 아닌가 싶더니 벅차게 느껴지더라.

그래, 돈이 깡패고 진리지.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게 의식주 라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돈이 필요하더라. 그런데 웃긴 건 사람답게 살려고 돈을 벌면서 개처럼 일하고 있잖아.


그림은 영화 비열한 거리의 포스터 중 일부. 조인성씨는 저런 표정을 지어도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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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마 전 일하다가 물청소 마치고 미끄러운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팔꿈치에 깊은 상처에 생겼다. 온 몸이 아프고 쉐프 옷의 오른쪽이 순식간에 붉게 물드는데 바로 일어나서 티타월로 팔꿈치 감싸고 피 닦아내고 일했다.

그래, 내가 미련한 건지도 모르지. 그 순간에 병원 갈 수도 있지. 그런데 사람이 그게 안 되더라. 20분만 더 일하면 오늘 마감인데 나 때문에 가게 하나를 마비 시킬 수도 없잖아. 그냥 내가 일하다 죽고 말지.

이런 성격 참 괴상하다는 건 나도 안다.

집에 오는 길에 약국에서 이것저것 사서 집에서 혼자 치료하는데 팔꿈치라 잘 보이지도 않고 피는 안 멈추고... 병원은 예약하면 일주일 후에 진료 가능하다고 하고 그렇다고 $200 내고 응급실 가도 최소 5시간 기다려야 된다네.

간신히 약 바르고 피 나던 말던 붕대로 칭칭 감고 약국 들렸다가 오는 길에 일식 테이크어웨이 전문점에서 점심때 만들어서 팔다가 남아서 반값 할인하는 장어 덮밥을 "피 흘렸으니까 단백질 먹자." 라며 혼잣말을 하고 우걱우걱 씹어 먹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길래 밥 먹다 말고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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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잘 자고 일어나서 왜 이런 일을 적고 있나 모르겠다. 그냥 좁은 방에 혼자 있으니까 대화할 상대도 없고 자꾸 나한테 내가 말 걸고... 현실을 보자니 울고 싶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있으니 그것도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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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속 무관심

from 시작/생각 2010. 7. 15. 18:56 by 케르베로스


연애나 친구 같은 타인과의 관계나 새해나 새학기의 새로운 계획의 연속 같은 건 과연 어떠한 조건이나 이유가 부합해야 하는걸까?

익숙히 경험한 것 처럼 계획이나 연애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빛 바랜 사진 마냥 흐릿한 추억 속으로 사라지기 마련이고 오죽하면 작심삼일 혹은 정 때문에 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분명히 처음은 의욕이 가득 했을 거고 분홍빛 사랑의 오오라가 가득 했을텐데...

정이라는 애매하고 모호한 의미의 단어가 연속성을 가지게 해줄는 걸까? 혹은 생계 즉 의식주와 관련된 돈이 라면 가능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삶에 대한 연속성, 관심과 집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드는 생각은 약간의 무관심 역시 어떠한 것의 연속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종의 상황의 변화를 지켜보는 장기적인 계획이라던지 남자들 간의 "몇년 만에 만나서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는 몰라도 어찌되었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건 우리가 친구이기 때문이지." 라거나 "우리 잠깐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거 같아." 같은 거 말이다.

분명 어떠한 것에 속해 있지만 딱히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다는 건 우습게도 길게 혹은 잠시동안 이라도 연속성의 유지에 도움을 준다. 다만 이러한 관심 속 무관심이 가져오는 결과는 대부분 좋지 못한 경우가 많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는 점이 결국 빠른 선택을 요구하게 만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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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from 시작/생각 2010. 7. 15. 18:46 by 케르베로스


한국과 다른 나라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군대문화가 강한 탓인지 옛부터 정신력 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유독 대화 도중에 하면 된다. 라는 말을 듣는 것 같다.

그래, 불굴의 의지로 하다보면 될 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그런데 그게 만고의 진리이며 모든 일의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저런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게 무서운 일이다.

전국민 마법사화도 아니고 스탯을 정신력에만 찍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정신력이 약해서 라는 건 정말 허울좋은 핑계거리이고 어떤 실패나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파고들어서 원인이나 이유를 알아보고자 하려는 의지가 없는 건 아닐까?

물론 정신력이라는 거 참 중요하다. 어느 정도 가벼운 틈은 의지만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게 전부이지는 않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게 준비를 한다면 하면 된다라며 개고생해가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이 정신력 탓 만으로 몰아가는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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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ling, It's Alright" - Francis and the Lights

from 시작/영상 2010. 7. 6. 16:44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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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S - Crashing into love

from 시작/영상 2010. 7. 5. 16:26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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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Shadow - This Time

from 시작/영상 2010. 7. 5. 16:22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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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 / 日々の音色 (Hibi no Neiro) MV

from 시작/영상 2010. 7. 5. 16:18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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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son - tonka truck

from 시작/영상 2010. 7. 5. 16:14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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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만 즐겁다.

from 시작/생각 2010. 7. 3. 21:54 by 케르베로스


사진은 묘하게 팬만큼 안티도 많은 제이미 올리버. 개인적으로 나를 이 세계로 들어오게 만드는 데 제일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고,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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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척이나 바쁘다. 일하는 곳이 조용한 동네라 다양한 레스토랑을 찾기 힘들어서 그런지 역 앞에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의외로 손님이 많다는 점이 놀랍다. 물론 하루에 예약 손님만 200 ~300명 있는 큰 레스토랑에는 못 미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사진의 제이미 올리버처럼 여유있고 멋있게 요리하는 건 아니고 바쁜 시간에는 아주 그냥 정신 없이 일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루하루가 즐겁다.

예전에 일식 스시 전문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워낙 거기서 개같이 일해서 그런지 조금 바빠서는 바쁜 느낌이 안 드는 것도 큰 몫을 하고 배운 게 프렌치 요리다보니 일식이 아닌 프렌치 요리를 한다는 점도 좋다.

그렇다고 아주 100% 만족스러운 조건은 아니고 몇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사장님 스토브 4개는 너무 적습니다, 최소 불은 6개 있으면 좋겠어요!) 그거야 내 사정이지 가게 입장에서는 또 다를테니까...

어찌 되었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사장님 포함)이 워낙 좋아서 참 마음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

몇 가지 요리 스킬에서 확실히 Head Chef 보다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고 더 잘하고 싶기도 하다. 조금씩 조금씩 욕심 부리지 말고 실력을 늘려야겠지. 이론 수업 들어가면서 화상과는 거리가 멀어지다가 6개월 만에 첫 화상을 입었는데(사실 요리를 좀 배우고 나면 칼에 베이고 찔리는 상처는 잘 안 입는다) 이게 또 쾌감이...

그나저나 사장님이 메뉴의 변화를 주고 싶은 지 은근슬쩍 나한테 요구하는 게 있는데 사실 이게 불안한 게 괜히 내 일이 늘어날까봐 걱정된다. 물론 돈 벌러 가서는 최선을 다하는 게 옳겠지만 문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숙달되기 전에 다른 일까지 함께 해버리면 완성도나 여러가지 면에서 가게에 폐를 끼칠까 걱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키친이 홀과 독립적으로 되어 있어서 스피커로 오더를 불러주는데 이게 매번 적응이 안 된다. 오더 종이를 주면 좋겠는데 안 되면 모니터에 띄워 주던지 말이다.(하지만 우리 비스트로는 작아서 이건 무리) 하긴 헤드 쉐프는 잘 알아 들으니까 내가 아직 적응이 안 되서 그렇겠지.

아무튼 요리 참 즐겁다. 나이 먹고 여유가 있다면 나도 늙어서 저런 작은 비스트로나 운영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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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것들의 가치

from 시작/생각 2010. 7. 1. 15:15 by 케르베로스


최근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7월달 부터 시작하는 실습 기간 이었다. 이왕 프렌치 요리를 배운 김에 한식이나 일식이 아닌 그쪽 계통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경력과 영어로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가 않았다.

심지어 6월 29일까지 일을 못 구해서 학교를 그만 둘까 라고 고민할 정도였는데 30일에 일자리를 구해서 학교에 서류를 제출해서 무사히 실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거의 300 곳 가까이 이력서를 제출하고 그중 최소 100 곳에서 인터뷰 또 그중에서 20 곳에서 트라이얼을 보면서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어느정도의 가치로 보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한번 두번 그리고 점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쓰는 상황을 보며 내 가치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라는 분노와 왜 나는 그렇게까지 밖에 안 보이나 라는 한탄이 나를 조금씩 갉아 먹는 듯 했다.

어찌 되었건 이번에 일하게 된 비스트로(Bistro) 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로 나를 바라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잘하고 싶다. 덕분에 나는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잘해보자는 용기도 생겼으니 말이다.

사실 스스로 생각해도 나는 남에게 떳떳하게 내세울수 있을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난 사람도 아니지만 나 정도의 평범한 사람은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은 정말 많으니까...

하지만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이렇게 다시 시작한 것 처럼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이렇게 힘들고 지치더라도 그 끝에는 희망이 있을 거 같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나는 내 가치를 점점 더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걸 배운 시간 이었다. 어떠한 것들의 가치에 대해서 정말 많은 걸 배운 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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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의 거리

from 시작/생각 2010. 6. 27. 19:22 by 케르베로스


내가 무지 이기적이라서 그런지 요즘 상황이 힘들다보니 그냥 너무 보고 싶다. 그런데 우습게도 보고 싶다고 말을 못하겠다.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 나서 두려워서 그만둔다.

같이 공부하는 아는 형 이야긴데 그 형이 1년 만에 한국 들어갔을 때, 한국 있는 내내 태연하던 여자 친구가 가는 날 엉엉 울면서 왜 자기는 남들처럼 연애 못하냐고 괜히 너 같은 거 좋아해서 자기는 상처 투성이라며 그러더란다.

그래서 결국 헤어졌다고 그 형은 도저히 그런 상황을 견딜 수가 없어서 헤어졌다고 술 마시면서 내 앞에서 엉엉 울었다.

내가 모자라서 생각을 깊이하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생각해보면 진짜 무서운 이야기다.

만약 그 녀석이 내가 외국에 있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것도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면 나따위는 어떤 다른 것에 가볍게 뒤로 밀려서 생각나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다면 그것 또한 너무 싫을 것 같다.

그래서 보고 싶다고 말을 못하겠다. 내 말에 녀석이 와르르 무너질까봐 아니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을까봐...

벌써 녀석을 만난지 반년이 지났다. 내년 1월까지는 학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사실 비행기 표 값도 만만치 않은 편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나는 그 녀석이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그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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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from 시작/생각 2010. 6. 24. 22:12 by 케르베로스

우리는 남과 항상 비교하며 행복과 나는 별개인 것처럼 살며
불만은 늘 꼬리처럼 따라 다녀
뭐 하나 제대로 된 만족 없는 삶이란 틀 어찌하겠나
이 것이 다 살아가는 모든 이의 인생인 것을 Yeah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행복의 조건
운전자에겐 탁 트인 도로가 행복 백수에겐 백수탈출이 행복의 조건
직장인은 승진이 상인은 대박이 엄마에겐 자식 잘 됨이 행복의 조건
싱글은 사랑과 밍글하는 가슴 속 팅글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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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 타이거의 행복의 조건이라는 노래의 가사중 일부이다. 예전에는 힙합 참 좋아했지만 요즘은 별로 듣지 않는데 그래도 가사가 참 좋다.

짐은 이미 거의 다 옮겨났지만 이사하기 전날 여유를 내서 오랜만에 블로깅을 한다. 이래저래 참 힘든 나날이다. 저번주 목요일에 학교를 끝마치고(다행히 재시험 과목이 하나도 없었다.) 한시도 쉬질 못했다.

행복해지자며 여기를 왔는데 어찌 된 게 별로 행복하지 못하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간신히 때우는 기분이다.

행복해지기 전에 행복의 조건을 먼저 알아야 할텐데 그게 벅차서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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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몇 번이나 생각나?

from 시작/생각 2010. 6. 13. 20:51 by 케르베로스


겨울이 오고 한동안 비가 계속 내려서 마음이 울적했는데 요즘은 추운 건 그대로지만 다행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뜻하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은 복잡하지만 어찌되었건 8주차를 무사히 보냈고 남은 9주차만 어떻게 넘어가면 이번 학기도 끝이구나 싶고 9주차 월요일이 영국 여왕님 생신이라 공휴일인데다가 때마침 월드컵 개막이라 금요일부터 괜히 마음이 여유롭다.

캔버라 갔던 친동생이 남은 일처리를 위해 집에 오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친한 형님이 와서 남자 3명이서 맥주 마시면서 그리스 전을 봤다.

승리의 기쁨에 겨워하다 자고 일어나니 한가한 일요일 아침이 어쩜 이렇게 맑고 투명할 수 있는가? 진짜 이런 날에는 달달한 연애하고 싶다. 아침 늦게 여친 데리고 카페 가서 브런치 먹으면서 수다나 떨고 말이다.

 적적하다. 변방의 요새에서 성벽을 지키는 늙은 병사 같다. 명예도 돈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무얼 지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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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from 시작/생각 2010. 6. 6. 19:23 by 케르베로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서정수 시인의 자화상 이라는 시의 한 문장이다. 재미 있게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딱 저 문장이 떠 오른다.

궁극적으로 완벽하기 그지 없는 신이 되길 원하는 인간이 만든 단어중 인간미 라는 게 있다. 최후에는 신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도망칠 방법으로 만든건지는 몰라도(애초에 저렇게 해석하는것 부터가 문제겠지만) 인간미 라는 것 자체가 불완전한 것 혹은 미완성인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관대하다는 것이다.

최근 제일 관심이 생기는 건 타블로씨의 학력의혹에 관한 것인데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갱신되고 의혹물 반박물등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주 그냥 일일 아침 드라마 마냥 재밌다.

뭐 그건 그렇고 에픽하이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타블로씨나 그 친형 되시는 분의 대처 방법은 이해가 안 된다.

반박 카페를 만든다던지 트위터에 쉰다고 말해버린다던지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 단순 의혹 때문에 졸업 증명 서류를 인증한다는 게 자존심 상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일을 만든 건 유명대 졸업이라고 말한 자신에게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냥 쿨하게 인증 때려버리면 조용히 될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는 건 아니다 싶다.

아무튼 학력을 위조했던 어찌되었건 사실 나랑은 하등관계 없는 일이고 위조했다면 에이~ 개새끼 해버리고 실망하면 되고 위조 안 했다면 어휴~ 부러운 새끼 라고 배아파하면 그만이긴 하겠지.

이번 일을 계기로 내 과거를 돌이켜보면 유명인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싶다. 부끄러운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26년 짧은 인생을 헛 살았구나 싶기까지 하다. 이게 게임이면 새로 시작 버튼이라도 누르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하찮고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쓸모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분명히 나는 새로운 실수를 계속해나갈거고 책임질 게 늘어날 수록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겠지만 허리를 펴고 조금 더 높은 곳의 공기로 숨 쉬며 내일을 바라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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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자가 되다.

from 시작/생각 2010. 6. 5. 16:46 by 케르베로스


주변에서 도대체 그런 애매한 관계가 어디 있냐며 신나게 까이는 전여친님이랑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있으면 블로깅 할 시간에 술마시고 있거나 질질 짜고 있을 듯) 호주유학을 결심하게끔 제일 큰 영향을 주었고 제일 많이 도와준 친동생이 시드니를 벗어나 캔버라로 가버렸다.

나나 동생이나 둘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어차피 차차 따로 살아야 할 게 분명함에도 거의 2년 가까이 같이 살다가 떨어지게 되니 참 마음이 허하다.

사실 동생과 나는 여러가지로 완전 극과 극이라 서로 안 맞을 때가 많았는데 이게 또 알게 모르게 미운정이 쌓이고 그래도 형제다보니 고운정 쌓이니 따로 살게 되면 시원할 줄 알았더니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어찌되었건 동생의 미래에 행운이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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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from 시작/생각 2010. 6. 4. 22:38 by 케르베로스


첫 문장부터 조금 웃기긴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경상도 분이시고 나의 어머니도 경상도 분이시고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공부를 한 곳도 경상도이고 여행을 제외하고 경상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아주 그냥 네츄럴 본 경상도 인 남자이다.

그런데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하다보니 어찌 된 게 한국인들만 날 한국인으로 안 본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어차피 백인들이야 아시아인들 구분을 잘 못하니 둘째치고 아시아쪽 친구들은 다들 넌 가만히 보면 한국인 같아. 라고 말을 하는데 유독 한국 사람들만 나를 다른 나라의 아시아 인으로 생각하더란 말이다.

뭐 그런데 그럴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같이 공부하는 형은 비행기 탈 때마다 일본어로 인사 듣는다고도 하던데 말이다. 그런데 진짜 그런데 우리 전투민족 한국인들은 왜케 날 까냐? 외국인 이라고 생각해서? 아니면 내가 깔 곳이 많아서? 내가 만만해서?

자주 가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그 날도 커피 하나 시켜놓고 필살 과제 모드에 돌입해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남자 한명과 여자 두명이 앉더니 이런저런 호주생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화제가 나로 바뀌더니 신나게 나를 깐다. 카페에 혼자 왔다. 패션이 저질스러운거 보니 중국계 인가 보다(검은색 모자에 회색 후드 점퍼에 평범한 티셔츠랑 청바지, 컨버스 신발 신고 있었음. 그렇게 저질 스러웠나?) 카페에서 과제하는 모습이 허세가 쩐다 등등등...

우연히 거기서 일하는 같은 학교 녀석이 일 마치고 퇴근하다가 날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 나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더라. 하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까서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그런데 그런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고르거나 음식을 주문하기 전 고민하는 사이에 거리를 걷는 사이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딘가로 이동하는 그 사이사이에 나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험담을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는거다.

기분 상한다고 하나하나 반응하면 나만 귀찮고 힘들어지고 그렇다고 무시하고 넘어가자니 신나게 까인 삐에로가 된 기분이고 마음 같아서는 싸그리 다 고소크리 때려서 아주 고생을 실컷 시켜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뿐이고...

까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부터 그냥 외국인이니까 까는 것도 있고 하여튼 좀 심하다 싶다. 그래, 니들 참 잘 나셨어요. 한국 돌아가시면 왜 이래 나 유학파야 라며 어깨에 힘 팍 주고 다니시겠죠.

나야 같은 한국인이니까 나를 까도 에효~ 거리며 블로그에 툴툴 거리면 끝이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 그런 소리 듣다보면 한국인 이미지가 아주 좋아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방예의지국 같은 옛 말은 그냥 옛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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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금금

from 시작/생각 2010. 5. 29. 21:24 by 케르베로스


외모는 전사지만 실제 스탯은 법사인 나는 저질 체력에 저질 행동력을 가지고 있는데 운 좋겠도 이번 학기에는 한참을 안 아프더니 기여코 배탈이 나고 도미노마냥 몸살, 감기로 이어지는 바람에 이틀을 골골 거렸다.

그런데 사는게 아프다고 누워만 있을 수가 없는 게 또 슬프다. 곧 이사도 해야 해서 짐도 챙겨야 하고 당장 과제랑 시험 준비랑 다음 주 에 있을 인터뷰 준비도 해야하니 또 약 하나 입에 털어넣고 이리저리 몸을 굴린다.

참 다행인게 그래도 아직 젊어서 그런지 이렇게 며칠 지나면 또 괜찮아 진다는 거다.

겨울이 왔다. 하루종일 우중충한 건 당연하고 일주일에 해가 떠 있는 날도 며칠 없다. 덕분에 빨래는 안 마르고 몸은 아프고 밖은 비가 쏟아지는데다가 추워서 미칠 거 같은데 이사할 때 쓸 가방이 필요해서 결국 시티로 나갔다.

시티까지 가는 30분 동안 멍하니 창 밖을 보는데 참 기분이 서글프더라.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짤방처럼 따뜻한 침대에서 전여친님 괴롭히고 놀면 좋겠다. (그런데 난 전여친님 못 이기니까 괴롭힘 당하고 있지 싶기도 하다.)

아, 진짜 이건 어쩔 수 없는 건지. 아프니까 빵에 고기 넣어 먹는 것보다 따뜻한 쌀밥에 고기가 먹고 싶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햇쌀로 지은 밥 먹고 싶다. 갓 담근 엄마 김치랑 삼겹살 이랑 같이 먹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지.

드래곤볼에 나오는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가서 한 1년만 푹 쉬었다가 나오면 좋겠다.
최근에 월드컵 한다고 여기저기서 떠드는데 우연히 본 나이키 광고가 아주 대박이더라. 과연 호주에서 월드컵을 얼마나 챙겨줄지 심히 의심 스럽다. 뭐 어차피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상관 없긴 하다.

어찌 되었건 날이 춥다보니 외롭다. 역시 사람은 광합성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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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1주년

from 시작/기록 2010. 5. 22. 20:20 by 케르베로스


2009년 5월 23일, 처음으로 블로깅 포스팅을 남긴 날 이다.

그로부터 딱 1년이 지나 2010년 5월 22일 토요일 오후 9시
포스팅 글 406개, 덧 글 356개(절반은 내꺼), 트랙백 4개, 방명록 50개 에 14610 명이 블로그를 다녀갔다.

사실 블로그를 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블로그의 목적을 잘 모르겠다. 블로그를 처음 알 게 된 건 이글루스가 생기던 시점이니까 꽤나 오래 된 거 같다.

그때 당시 이글루는 뭐랄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읽을만한 글도 많았고(물론 지금도 읽을 글은 많지만 워낙 포스팅 개수가 많다보니 그 중에서 취향에 맞는 글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또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서 즐거웠다.

하지만 생각의 깊이도 전문적인 지식도 없던 10대인 나는 그 사회에 끼어드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러다가 게임의 길드카페와 여러가지 사회적 네트워크적 네이버 붐 으로(나는 모뎀 시절 워낙 다음에 실망을 많이해서 네이버 초기때부터 네이버를 이용할 정도로 골수 노예였다.) 네이버 블로그를 하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건 해외 유학을 오게 되면서 무거워서 네이버를 쓰기 힘들어 지면서 구글을 홈 으로 설정하기 시작했고(사실 과제하면서 자료를 찾다보면 구글이 훨씬 편하기도 하다.) 점점 네이버 블로그는 안 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돌고돌고돌아 티스토리로 왔긴 왔는데 처음에는 진짜 뭘 해야 할 지 막막했달까? 그러고보니 처음 블로그 시작할 때 "그래, 이 블로그는 삼류 글쟁이의 블로그로 만들자! 글을 쓰자!" 라는 계획이 있었는데 지금 보면 별로 쓴 글이 없긴 하다.

그냥 1주년이고 해서 블로그에 대해서 이야기 해봤는데 결론은 지난 일 년 참 즐거웠다. 운 좋게 이런 전용 스킨도 생겼고 새로운 인연들도 생겼고 하니까 말이다.

블로그는 기록 이랄까? 시간, 생각, 사건의 기록 인 거 같다. 1년 전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테마도 없고 매번 혼자서 중얼 거리기나 하는 블로그 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아와주시는 분들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런 중얼 거림에 낚여서 오시는 분들도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또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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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은 공익공익 하며 울지요

from 시작/생각 2010. 5. 16. 21:51 by 케르베로스


우선 글을 쓰기 앞서서 나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을 무조건 존중합니다. 아래글에 아무리 공익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지만 그 힘든시간이 현역보다는 못하다는 점도 인정 합니다.

또한 이 글에서 여성을 까고 있다고 해서 세상 모든 여성을 까는 게 아니니 괜한 시비 거시면 참 피곤해집니다.

요즘 시험과 과제와 그 외 잡다하게 하루하루 시간이 부족해서 인터넷도 거의 못하며 살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삶은 참 버라이어티 해서 재밌는 일이 많다. 그 중 이번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국인 여성 두 분이 신나게 공익을 까고 있었던 일이다.

"그 녀석 공익이야."
"남자도 아냐."

등등 듣고 있다보니 기가 찬다. 도대체 공익이 니들한테 잘못한 게 뭐냐?

나는 2006년부터 2008년 까지 2년 2개월간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4주간 훈련을 마친 뒤 울산 남구청 건설과 토목계에서 공익으로 근무했다. 주 업무는 과적차량 단속 이었고 가끔 행정계의 불법 노점상 단속을 지원 했다.

솔직히 공익이 현역보다 편한 건 인정한다. 그래서 술자리에 나가서 현역들이 공익들 무시하면 나는 그냥 입 다물고 넘어간다. 나는 최소한 퇴근하고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었고 온라인 게임도 했고 연애질도 했으니까 2년간 휴가를 제외하면 부대에 갇혀 있던 현역들보다는 편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도 대체 군복무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했잖아. 한 겨울 새벽에 덜덜덜 떨면서 덤프트럭을 추적해서 붙잡고 한 여름에는 뜨거워 미치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땀 뻘뻘 흘리며 덤프트럭 밑에 윤중기 깔아서 덤프트럭 중량 재었다. 시비가 붙어서 기사 및 시민들에게 욕먹기도 하고 후배들 도로에서 사고 날까봐 괜히 기합도 주고 공무원 분들 서류준비부터 민원전화를 받는 업무까지 했다.

그래, 막말로 2년 2개월간 내 소중한 청춘 나라를 위해서 소비했다. 그런데 사회 나오면 현역 나온 남자들 한테는 공익 주제에라며 까이지 여자들은 저런 식으로 남자도 아니라며 공익 무시한다.

다시 한 번 물어보자. 도대체 공익이 니들한테 잘못한 게 뭐냐? 도대체 대체군복무라는 명목하에 2년 2개월 개고생한 우리들은 왜 최소한의 정당한 평가도 받지 못하는 건데? 남자도 아니라고? 장난치나...

내 말이 그냥 편하게 공익 나온 놈이 열등감 폭발 하는 글 같기도 할테지만 정말 공익 나와서 사회생활 해보면 면제보다 못한 느낌이다. 도대체 내 2년 2개월은 무엇을 위한 시간 이었는지 후회가 가득하다. 취직해서 군대 나왔어? 라고 질문 받아서 네. 라고 답하고 어느 부대였냐는 질문에 공익이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그것도 군대 나온거야? 라고 되묻지 말란 말이다.

하긴 요새 신체 건장한 연예인들이 다 공익 빠지는 거 보면 나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공익들 다 열심히 일한다.(물론 노는 보직에서 편하게 노는 놈들도 있긴 하지만 그건 현역도 그렇잖아. 소위 땡보직이라고 하던가?)

제발 공익 나왔다고 까지 말자.
공익은 공익공익 거리면서 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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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라는 시간의 무게

from 시작/생각 2010. 5. 8. 20:41 by 케르베로스

제목은 조금 장난을 쳤는데 사실 2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그냥 저렇게 적어봤다.

드디어 호주 온지 2년이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파란만장 한 거 같기도 하고 유유자적 편하게 지냈다 싶기도 하고...

사실 1주년과 달리 2주년은 기분이 조금 묘하다. 호주라는 곳에 대한 생각도 유학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많이 변했다. 가장 큰 건 2년간 도대체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한 실망감이 제일 크다.

처음에 호주에 왔을 때는 자유랄까? 해방감 이랄까? 마음이 편했다. 새로운 출발 같았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자신감이 내 안에 가득했고 깨끗한 자연, 여유로운 생활, 신기한 문화들을 접하며 호주는 정말 좋은 나라 같았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지금도 호주는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를 가던 똑같은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전혀 조금도 편하지가 못하다.

과제, 시험, 인터뷰, 다음학기를 위한 취직, 이사, 금전적인 문제까지 하루하루가 벅차다.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새장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탈출했다고 생각했지만 호주에서도 나는 여전히 새장 안에 있는 거 같다.

특별할 게 없다. 여전히 내 삶의 주는 공부이고 공부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다. 웃을 일이 없다. 한국과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퇴보한 기분이다.

편안하게 쉴수 있던 집은 언제든지 이사갈 준비를 마친 잠자는 곳으로 변했고 맛있는 어머니의 요리는 조촐한 2첩반상(때로는 1첩반상)으로 변했다. 초고속 인터넷은 느려터진데다가 용량제까지 더해졌고, 교통비는 매년 증가해서 일주일에 3만 2천에서 4만 2천원으로 올랐다. 때때로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대화가 힘들거나 무시당하기도 한다.

같은 건 한국이나 여기나 취직하기는 더럽게 힘들다는거다.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래,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다. 그런데 힘든 건 힘든거다. 지쳤다.
2년 이라는 시간의 무게에 나는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도대체 나는 그 시간동안 무엇을 얻었을까? 그리고 남은 1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동안 나는 또 무엇을 더 잃을지 무섭다.

잃은 만큼 얻었기 바란다. 지금 당장은 모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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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쓰러지듯 마음이 무너진다.

from 시작/생각 2010. 4. 8. 20:16 by 케르베로스


방학이 시작되고 조금씩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인데 도저히 될 거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물론 아직 이력서도 더 돌려야 하고 더 발로 뛰어야 하는데 마음이 점점 더 조급해진다.

4월달에 바뀌는 독립기술 이민법이 상세하게 나오기 전에 뭔가 결과물을 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더 그런것 같다.

아무튼 마음이 조급해지니 다른게 손에 안 잡힌다. 블로그도 취직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블로그질이야 싶고 게임도 공부도 다 손에 안 잡힌다. 옆에서 동생의 은근한 갈굼도 스트레스가 되고...

얼른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의 플랜을 잘 짜서 안정적인 생활을 다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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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과를 고르더라도 난 죽겠지.

from 시작/생각 2010. 4. 5. 15:21 by 케르베로스

사진출처: 소설 Twilight 영문 발행판 표지


요즘 한국은 곧 선거를 앞두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투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선관위의 어이없는 이벤트를 조롱하는 글도 보이는데 사실 외국에서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그런가보다 싶다.

사실 이 이야기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왠지 꺼내만 아주 시원하게 까일 거 같아서 안했는데 묻어두면 언젠가는 이런 내생각도 같이 사라질 거 같아 그냥 까이면 까이자라는 마음으로 쓴다.

사람들은 투표에 관심이 없는 투표일이 그냥 노는 날인줄 알고 있는 젊은이들을 비난하는데 사실 나도 그러한 젊은이들을 비난하는데는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투표에 왜 관심이 없어질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투표 안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안타깝다.

나는 느낌이 딱 그렇다. 눈 앞에 2개의 사과가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지만 하나는 독이 들었고 다른 하나 역시 독이 들어 있다. 옆에서는 꼭 골라야 한다지만 사실 어떤 사과를 고르더라도 난 죽을 게 뻔해 보인다. 결국 그러한 사실들이 나를 그냥 도망쳐버리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는 투표에 관한 게 아닌 독사과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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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거짓말을 해보자

from 시작/생각 2010. 4. 1. 20:54 by 케르베로스


사진출처 http://yourchoice.tistory.com

솔직히 말해서,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나는 거짓말인거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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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9 Hit!

from 시작/기록 2010. 3. 30. 09:08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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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2 x 2

from 시작/비밀 2010. 3. 20. 19:35 by 케르베로스

최소한 수업시간만큼은 하루 24시간 중 수업이 있는 4시간만큼은 딴 짓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학교 안 오고, 재미 없다고 옆 사람하고 놀고, 선생 가르치는 게 별로라고 수업 안 듣고 그래놓고 나중에 가서 왜 꼭 자기는 열심히 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 하는지 모르겠다.

천재가 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는 이야기다.

참고로 답은 6 이다. 8 이라고 생각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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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는 말은 언제나 묘하다.

from 시작/생각 2010. 3. 14. 22:29 by 케르베로스


몸은 한가한데 고민할 게 많아서 살짝 정줄 놓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늘이 화이트 데이. 사실 내가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딱히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니지만(물론 미안하게 생각함) 부랴부랴 문자도 보내고 이메일도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나니 조금 허탈하다.

녀석은 쿨데레라서 그런건지 날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건지 혹은 연애세포가 남들보다 적은건지 아니면 바빠서 인지(수많은 가정의 연속) 장거리 연애를 하면 이런 날 섭섭할 법도 한데 아무 말도 없다.

메일을 다 적고 나면 안녕 이라고 적는데 안녕이라는 말이 참 묘하다. 외국인 친구들이 Hello 와 Bye 를 한국말로 가르쳐 달라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우리나라 말로는 둘다 "안녕" 이라고 한다고 다만 억양이 다르지 라고 가르쳐 주는데 그러면 거의 대부분은 "그래? 그거 흥미롭군." 이라며 신기해 한다.

물론 안녕, 잘가 로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내가 딱히 어디 다른 곳을 가는건 아니고 공통된 공간에서 위치의 변경만 있을뿐이니 왠지 그건 조금 아닌거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다.

아무튼 안녕이라고 적고 나면 이게 또 영원히 안녕 이라는 의미인 거 같은 예전 이별의 기억이 떠올라서 소심한 새가슴에 다음에 만날 때 까지 안녕 이라고 고쳐 적고는 속으로 보고 싶다를 덧붙인다.

언젠가는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와서 우리 사이에 안녕 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될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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