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

from 시작/생각 2010. 7. 15. 18:46 by 케르베로스


한국과 다른 나라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군대문화가 강한 탓인지 옛부터 정신력 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유독 대화 도중에 하면 된다. 라는 말을 듣는 것 같다.

그래, 불굴의 의지로 하다보면 될 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그런데 그게 만고의 진리이며 모든 일의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저런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사람이 참 많다는 게 무서운 일이다.

전국민 마법사화도 아니고 스탯을 정신력에만 찍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정신력이 약해서 라는 건 정말 허울좋은 핑계거리이고 어떤 실패나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파고들어서 원인이나 이유를 알아보고자 하려는 의지가 없는 건 아닐까?

물론 정신력이라는 거 참 중요하다. 어느 정도 가벼운 틈은 의지만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게 전부이지는 않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꼼꼼히 계획을 세우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게 준비를 한다면 하면 된다라며 개고생해가며 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이 정신력 탓 만으로 몰아가는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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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만 즐겁다.

from 시작/생각 2010. 7. 3. 21:54 by 케르베로스


사진은 묘하게 팬만큼 안티도 많은 제이미 올리버. 개인적으로 나를 이 세계로 들어오게 만드는 데 제일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고,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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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척이나 바쁘다. 일하는 곳이 조용한 동네라 다양한 레스토랑을 찾기 힘들어서 그런지 역 앞에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의외로 손님이 많다는 점이 놀랍다. 물론 하루에 예약 손님만 200 ~300명 있는 큰 레스토랑에는 못 미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사진의 제이미 올리버처럼 여유있고 멋있게 요리하는 건 아니고 바쁜 시간에는 아주 그냥 정신 없이 일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루하루가 즐겁다.

예전에 일식 스시 전문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워낙 거기서 개같이 일해서 그런지 조금 바빠서는 바쁜 느낌이 안 드는 것도 큰 몫을 하고 배운 게 프렌치 요리다보니 일식이 아닌 프렌치 요리를 한다는 점도 좋다.

그렇다고 아주 100% 만족스러운 조건은 아니고 몇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사장님 스토브 4개는 너무 적습니다, 최소 불은 6개 있으면 좋겠어요!) 그거야 내 사정이지 가게 입장에서는 또 다를테니까...

어찌 되었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사장님 포함)이 워낙 좋아서 참 마음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

몇 가지 요리 스킬에서 확실히 Head Chef 보다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고 더 잘하고 싶기도 하다. 조금씩 조금씩 욕심 부리지 말고 실력을 늘려야겠지. 이론 수업 들어가면서 화상과는 거리가 멀어지다가 6개월 만에 첫 화상을 입었는데(사실 요리를 좀 배우고 나면 칼에 베이고 찔리는 상처는 잘 안 입는다) 이게 또 쾌감이...

그나저나 사장님이 메뉴의 변화를 주고 싶은 지 은근슬쩍 나한테 요구하는 게 있는데 사실 이게 불안한 게 괜히 내 일이 늘어날까봐 걱정된다. 물론 돈 벌러 가서는 최선을 다하는 게 옳겠지만 문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숙달되기 전에 다른 일까지 함께 해버리면 완성도나 여러가지 면에서 가게에 폐를 끼칠까 걱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키친이 홀과 독립적으로 되어 있어서 스피커로 오더를 불러주는데 이게 매번 적응이 안 된다. 오더 종이를 주면 좋겠는데 안 되면 모니터에 띄워 주던지 말이다.(하지만 우리 비스트로는 작아서 이건 무리) 하긴 헤드 쉐프는 잘 알아 들으니까 내가 아직 적응이 안 되서 그렇겠지.

아무튼 요리 참 즐겁다. 나이 먹고 여유가 있다면 나도 늙어서 저런 작은 비스트로나 운영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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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것들의 가치

from 시작/생각 2010. 7. 1. 15:15 by 케르베로스


최근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7월달 부터 시작하는 실습 기간 이었다. 이왕 프렌치 요리를 배운 김에 한식이나 일식이 아닌 그쪽 계통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경력과 영어로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가 않았다.

심지어 6월 29일까지 일을 못 구해서 학교를 그만 둘까 라고 고민할 정도였는데 30일에 일자리를 구해서 학교에 서류를 제출해서 무사히 실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거의 300 곳 가까이 이력서를 제출하고 그중 최소 100 곳에서 인터뷰 또 그중에서 20 곳에서 트라이얼을 보면서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어느정도의 가치로 보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한번 두번 그리고 점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쓰는 상황을 보며 내 가치의 정도를 알 수 있었다.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라는 분노와 왜 나는 그렇게까지 밖에 안 보이나 라는 한탄이 나를 조금씩 갉아 먹는 듯 했다.

어찌 되었건 이번에 일하게 된 비스트로(Bistro) 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로 나를 바라보는지는 모르겠지만 잘하고 싶다. 덕분에 나는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잘해보자는 용기도 생겼으니 말이다.

사실 스스로 생각해도 나는 남에게 떳떳하게 내세울수 있을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난 사람도 아니지만 나 정도의 평범한 사람은 혹은 그 이상의 사람은 정말 많으니까...

하지만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이렇게 다시 시작한 것 처럼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이렇게 힘들고 지치더라도 그 끝에는 희망이 있을 거 같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나는 내 가치를 점점 더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걸 배운 시간 이었다. 어떠한 것들의 가치에 대해서 정말 많은 걸 배운 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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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의 거리

from 시작/생각 2010. 6. 27. 19:22 by 케르베로스


내가 무지 이기적이라서 그런지 요즘 상황이 힘들다보니 그냥 너무 보고 싶다. 그런데 우습게도 보고 싶다고 말을 못하겠다.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 나서 두려워서 그만둔다.

같이 공부하는 아는 형 이야긴데 그 형이 1년 만에 한국 들어갔을 때, 한국 있는 내내 태연하던 여자 친구가 가는 날 엉엉 울면서 왜 자기는 남들처럼 연애 못하냐고 괜히 너 같은 거 좋아해서 자기는 상처 투성이라며 그러더란다.

그래서 결국 헤어졌다고 그 형은 도저히 그런 상황을 견딜 수가 없어서 헤어졌다고 술 마시면서 내 앞에서 엉엉 울었다.

내가 모자라서 생각을 깊이하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생각해보면 진짜 무서운 이야기다.

만약 그 녀석이 내가 외국에 있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것도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면 나따위는 어떤 다른 것에 가볍게 뒤로 밀려서 생각나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다면 그것 또한 너무 싫을 것 같다.

그래서 보고 싶다고 말을 못하겠다. 내 말에 녀석이 와르르 무너질까봐 아니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을까봐...

벌써 녀석을 만난지 반년이 지났다. 내년 1월까지는 학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사실 비행기 표 값도 만만치 않은 편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나는 그 녀석이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그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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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from 시작/생각 2010. 6. 24. 22:12 by 케르베로스

우리는 남과 항상 비교하며 행복과 나는 별개인 것처럼 살며
불만은 늘 꼬리처럼 따라 다녀
뭐 하나 제대로 된 만족 없는 삶이란 틀 어찌하겠나
이 것이 다 살아가는 모든 이의 인생인 것을 Yeah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행복의 조건
운전자에겐 탁 트인 도로가 행복 백수에겐 백수탈출이 행복의 조건
직장인은 승진이 상인은 대박이 엄마에겐 자식 잘 됨이 행복의 조건
싱글은 사랑과 밍글하는 가슴 속 팅글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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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큰 타이거의 행복의 조건이라는 노래의 가사중 일부이다. 예전에는 힙합 참 좋아했지만 요즘은 별로 듣지 않는데 그래도 가사가 참 좋다.

짐은 이미 거의 다 옮겨났지만 이사하기 전날 여유를 내서 오랜만에 블로깅을 한다. 이래저래 참 힘든 나날이다. 저번주 목요일에 학교를 끝마치고(다행히 재시험 과목이 하나도 없었다.) 한시도 쉬질 못했다.

행복해지자며 여기를 왔는데 어찌 된 게 별로 행복하지 못하다.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간신히 때우는 기분이다.

행복해지기 전에 행복의 조건을 먼저 알아야 할텐데 그게 벅차서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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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몇 번이나 생각나?

from 시작/생각 2010. 6. 13. 20:51 by 케르베로스


겨울이 오고 한동안 비가 계속 내려서 마음이 울적했는데 요즘은 추운 건 그대로지만 다행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뜻하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은 복잡하지만 어찌되었건 8주차를 무사히 보냈고 남은 9주차만 어떻게 넘어가면 이번 학기도 끝이구나 싶고 9주차 월요일이 영국 여왕님 생신이라 공휴일인데다가 때마침 월드컵 개막이라 금요일부터 괜히 마음이 여유롭다.

캔버라 갔던 친동생이 남은 일처리를 위해 집에 오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친한 형님이 와서 남자 3명이서 맥주 마시면서 그리스 전을 봤다.

승리의 기쁨에 겨워하다 자고 일어나니 한가한 일요일 아침이 어쩜 이렇게 맑고 투명할 수 있는가? 진짜 이런 날에는 달달한 연애하고 싶다. 아침 늦게 여친 데리고 카페 가서 브런치 먹으면서 수다나 떨고 말이다.

 적적하다. 변방의 요새에서 성벽을 지키는 늙은 병사 같다. 명예도 돈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무얼 지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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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from 시작/생각 2010. 6. 6. 19:23 by 케르베로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서정수 시인의 자화상 이라는 시의 한 문장이다. 재미 있게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딱 저 문장이 떠 오른다.

궁극적으로 완벽하기 그지 없는 신이 되길 원하는 인간이 만든 단어중 인간미 라는 게 있다. 최후에는 신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도망칠 방법으로 만든건지는 몰라도(애초에 저렇게 해석하는것 부터가 문제겠지만) 인간미 라는 것 자체가 불완전한 것 혹은 미완성인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관대하다는 것이다.

최근 제일 관심이 생기는 건 타블로씨의 학력의혹에 관한 것인데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갱신되고 의혹물 반박물등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주 그냥 일일 아침 드라마 마냥 재밌다.

뭐 그건 그렇고 에픽하이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타블로씨나 그 친형 되시는 분의 대처 방법은 이해가 안 된다.

반박 카페를 만든다던지 트위터에 쉰다고 말해버린다던지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 단순 의혹 때문에 졸업 증명 서류를 인증한다는 게 자존심 상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일을 만든 건 유명대 졸업이라고 말한 자신에게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냥 쿨하게 인증 때려버리면 조용히 될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는 건 아니다 싶다.

아무튼 학력을 위조했던 어찌되었건 사실 나랑은 하등관계 없는 일이고 위조했다면 에이~ 개새끼 해버리고 실망하면 되고 위조 안 했다면 어휴~ 부러운 새끼 라고 배아파하면 그만이긴 하겠지.

이번 일을 계기로 내 과거를 돌이켜보면 유명인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싶다. 부끄러운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26년 짧은 인생을 헛 살았구나 싶기까지 하다. 이게 게임이면 새로 시작 버튼이라도 누르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하찮고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쓸모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분명히 나는 새로운 실수를 계속해나갈거고 책임질 게 늘어날 수록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겠지만 허리를 펴고 조금 더 높은 곳의 공기로 숨 쉬며 내일을 바라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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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자가 되다.

from 시작/생각 2010. 6. 5. 16:46 by 케르베로스


주변에서 도대체 그런 애매한 관계가 어디 있냐며 신나게 까이는 전여친님이랑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있으면 블로깅 할 시간에 술마시고 있거나 질질 짜고 있을 듯) 호주유학을 결심하게끔 제일 큰 영향을 주었고 제일 많이 도와준 친동생이 시드니를 벗어나 캔버라로 가버렸다.

나나 동생이나 둘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어차피 차차 따로 살아야 할 게 분명함에도 거의 2년 가까이 같이 살다가 떨어지게 되니 참 마음이 허하다.

사실 동생과 나는 여러가지로 완전 극과 극이라 서로 안 맞을 때가 많았는데 이게 또 알게 모르게 미운정이 쌓이고 그래도 형제다보니 고운정 쌓이니 따로 살게 되면 시원할 줄 알았더니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어찌되었건 동생의 미래에 행운이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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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from 시작/생각 2010. 6. 4. 22:38 by 케르베로스


첫 문장부터 조금 웃기긴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경상도 분이시고 나의 어머니도 경상도 분이시고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공부를 한 곳도 경상도이고 여행을 제외하고 경상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아주 그냥 네츄럴 본 경상도 인 남자이다.

그런데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하다보니 어찌 된 게 한국인들만 날 한국인으로 안 본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어차피 백인들이야 아시아인들 구분을 잘 못하니 둘째치고 아시아쪽 친구들은 다들 넌 가만히 보면 한국인 같아. 라고 말을 하는데 유독 한국 사람들만 나를 다른 나라의 아시아 인으로 생각하더란 말이다.

뭐 그런데 그럴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같이 공부하는 형은 비행기 탈 때마다 일본어로 인사 듣는다고도 하던데 말이다. 그런데 진짜 그런데 우리 전투민족 한국인들은 왜케 날 까냐? 외국인 이라고 생각해서? 아니면 내가 깔 곳이 많아서? 내가 만만해서?

자주 가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그 날도 커피 하나 시켜놓고 필살 과제 모드에 돌입해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남자 한명과 여자 두명이 앉더니 이런저런 호주생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화제가 나로 바뀌더니 신나게 나를 깐다. 카페에 혼자 왔다. 패션이 저질스러운거 보니 중국계 인가 보다(검은색 모자에 회색 후드 점퍼에 평범한 티셔츠랑 청바지, 컨버스 신발 신고 있었음. 그렇게 저질 스러웠나?) 카페에서 과제하는 모습이 허세가 쩐다 등등등...

우연히 거기서 일하는 같은 학교 녀석이 일 마치고 퇴근하다가 날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 나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더라. 하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까서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그런데 그런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고르거나 음식을 주문하기 전 고민하는 사이에 거리를 걷는 사이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딘가로 이동하는 그 사이사이에 나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험담을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는거다.

기분 상한다고 하나하나 반응하면 나만 귀찮고 힘들어지고 그렇다고 무시하고 넘어가자니 신나게 까인 삐에로가 된 기분이고 마음 같아서는 싸그리 다 고소크리 때려서 아주 고생을 실컷 시켜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뿐이고...

까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부터 그냥 외국인이니까 까는 것도 있고 하여튼 좀 심하다 싶다. 그래, 니들 참 잘 나셨어요. 한국 돌아가시면 왜 이래 나 유학파야 라며 어깨에 힘 팍 주고 다니시겠죠.

나야 같은 한국인이니까 나를 까도 에효~ 거리며 블로그에 툴툴 거리면 끝이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 그런 소리 듣다보면 한국인 이미지가 아주 좋아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방예의지국 같은 옛 말은 그냥 옛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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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금금

from 시작/생각 2010. 5. 29. 21:24 by 케르베로스


외모는 전사지만 실제 스탯은 법사인 나는 저질 체력에 저질 행동력을 가지고 있는데 운 좋겠도 이번 학기에는 한참을 안 아프더니 기여코 배탈이 나고 도미노마냥 몸살, 감기로 이어지는 바람에 이틀을 골골 거렸다.

그런데 사는게 아프다고 누워만 있을 수가 없는 게 또 슬프다. 곧 이사도 해야 해서 짐도 챙겨야 하고 당장 과제랑 시험 준비랑 다음 주 에 있을 인터뷰 준비도 해야하니 또 약 하나 입에 털어넣고 이리저리 몸을 굴린다.

참 다행인게 그래도 아직 젊어서 그런지 이렇게 며칠 지나면 또 괜찮아 진다는 거다.

겨울이 왔다. 하루종일 우중충한 건 당연하고 일주일에 해가 떠 있는 날도 며칠 없다. 덕분에 빨래는 안 마르고 몸은 아프고 밖은 비가 쏟아지는데다가 추워서 미칠 거 같은데 이사할 때 쓸 가방이 필요해서 결국 시티로 나갔다.

시티까지 가는 30분 동안 멍하니 창 밖을 보는데 참 기분이 서글프더라.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짤방처럼 따뜻한 침대에서 전여친님 괴롭히고 놀면 좋겠다. (그런데 난 전여친님 못 이기니까 괴롭힘 당하고 있지 싶기도 하다.)

아, 진짜 이건 어쩔 수 없는 건지. 아프니까 빵에 고기 넣어 먹는 것보다 따뜻한 쌀밥에 고기가 먹고 싶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햇쌀로 지은 밥 먹고 싶다. 갓 담근 엄마 김치랑 삼겹살 이랑 같이 먹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지.

드래곤볼에 나오는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가서 한 1년만 푹 쉬었다가 나오면 좋겠다.
최근에 월드컵 한다고 여기저기서 떠드는데 우연히 본 나이키 광고가 아주 대박이더라. 과연 호주에서 월드컵을 얼마나 챙겨줄지 심히 의심 스럽다. 뭐 어차피 축구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상관 없긴 하다.

어찌 되었건 날이 춥다보니 외롭다. 역시 사람은 광합성을 하며 살아야 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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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은 공익공익 하며 울지요

from 시작/생각 2010. 5. 16. 21:51 by 케르베로스


우선 글을 쓰기 앞서서 나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을 무조건 존중합니다. 아래글에 아무리 공익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지만 그 힘든시간이 현역보다는 못하다는 점도 인정 합니다.

또한 이 글에서 여성을 까고 있다고 해서 세상 모든 여성을 까는 게 아니니 괜한 시비 거시면 참 피곤해집니다.

요즘 시험과 과제와 그 외 잡다하게 하루하루 시간이 부족해서 인터넷도 거의 못하며 살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삶은 참 버라이어티 해서 재밌는 일이 많다. 그 중 이번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국인 여성 두 분이 신나게 공익을 까고 있었던 일이다.

"그 녀석 공익이야."
"남자도 아냐."

등등 듣고 있다보니 기가 찬다. 도대체 공익이 니들한테 잘못한 게 뭐냐?

나는 2006년부터 2008년 까지 2년 2개월간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4주간 훈련을 마친 뒤 울산 남구청 건설과 토목계에서 공익으로 근무했다. 주 업무는 과적차량 단속 이었고 가끔 행정계의 불법 노점상 단속을 지원 했다.

솔직히 공익이 현역보다 편한 건 인정한다. 그래서 술자리에 나가서 현역들이 공익들 무시하면 나는 그냥 입 다물고 넘어간다. 나는 최소한 퇴근하고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었고 온라인 게임도 했고 연애질도 했으니까 2년간 휴가를 제외하면 부대에 갇혀 있던 현역들보다는 편했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도 대체 군복무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했잖아. 한 겨울 새벽에 덜덜덜 떨면서 덤프트럭을 추적해서 붙잡고 한 여름에는 뜨거워 미치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땀 뻘뻘 흘리며 덤프트럭 밑에 윤중기 깔아서 덤프트럭 중량 재었다. 시비가 붙어서 기사 및 시민들에게 욕먹기도 하고 후배들 도로에서 사고 날까봐 괜히 기합도 주고 공무원 분들 서류준비부터 민원전화를 받는 업무까지 했다.

그래, 막말로 2년 2개월간 내 소중한 청춘 나라를 위해서 소비했다. 그런데 사회 나오면 현역 나온 남자들 한테는 공익 주제에라며 까이지 여자들은 저런 식으로 남자도 아니라며 공익 무시한다.

다시 한 번 물어보자. 도대체 공익이 니들한테 잘못한 게 뭐냐? 도대체 대체군복무라는 명목하에 2년 2개월 개고생한 우리들은 왜 최소한의 정당한 평가도 받지 못하는 건데? 남자도 아니라고? 장난치나...

내 말이 그냥 편하게 공익 나온 놈이 열등감 폭발 하는 글 같기도 할테지만 정말 공익 나와서 사회생활 해보면 면제보다 못한 느낌이다. 도대체 내 2년 2개월은 무엇을 위한 시간 이었는지 후회가 가득하다. 취직해서 군대 나왔어? 라고 질문 받아서 네. 라고 답하고 어느 부대였냐는 질문에 공익이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그것도 군대 나온거야? 라고 되묻지 말란 말이다.

하긴 요새 신체 건장한 연예인들이 다 공익 빠지는 거 보면 나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공익들 다 열심히 일한다.(물론 노는 보직에서 편하게 노는 놈들도 있긴 하지만 그건 현역도 그렇잖아. 소위 땡보직이라고 하던가?)

제발 공익 나왔다고 까지 말자.
공익은 공익공익 거리면서 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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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이라는 시간의 무게

from 시작/생각 2010. 5. 8. 20:41 by 케르베로스

제목은 조금 장난을 쳤는데 사실 2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그냥 저렇게 적어봤다.

드디어 호주 온지 2년이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파란만장 한 거 같기도 하고 유유자적 편하게 지냈다 싶기도 하고...

사실 1주년과 달리 2주년은 기분이 조금 묘하다. 호주라는 곳에 대한 생각도 유학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많이 변했다. 가장 큰 건 2년간 도대체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한 실망감이 제일 크다.

처음에 호주에 왔을 때는 자유랄까? 해방감 이랄까? 마음이 편했다. 새로운 출발 같았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자신감이 내 안에 가득했고 깨끗한 자연, 여유로운 생활, 신기한 문화들을 접하며 호주는 정말 좋은 나라 같았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지금도 호주는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를 가던 똑같은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전혀 조금도 편하지가 못하다.

과제, 시험, 인터뷰, 다음학기를 위한 취직, 이사, 금전적인 문제까지 하루하루가 벅차다.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새장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탈출했다고 생각했지만 호주에서도 나는 여전히 새장 안에 있는 거 같다.

특별할 게 없다. 여전히 내 삶의 주는 공부이고 공부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다. 웃을 일이 없다. 한국과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퇴보한 기분이다.

편안하게 쉴수 있던 집은 언제든지 이사갈 준비를 마친 잠자는 곳으로 변했고 맛있는 어머니의 요리는 조촐한 2첩반상(때로는 1첩반상)으로 변했다. 초고속 인터넷은 느려터진데다가 용량제까지 더해졌고, 교통비는 매년 증가해서 일주일에 3만 2천에서 4만 2천원으로 올랐다. 때때로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대화가 힘들거나 무시당하기도 한다.

같은 건 한국이나 여기나 취직하기는 더럽게 힘들다는거다.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래,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다. 그런데 힘든 건 힘든거다. 지쳤다.
2년 이라는 시간의 무게에 나는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도대체 나는 그 시간동안 무엇을 얻었을까? 그리고 남은 1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동안 나는 또 무엇을 더 잃을지 무섭다.

잃은 만큼 얻었기 바란다. 지금 당장은 모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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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쓰러지듯 마음이 무너진다.

from 시작/생각 2010. 4. 8. 20:16 by 케르베로스


방학이 시작되고 조금씩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인데 도저히 될 거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물론 아직 이력서도 더 돌려야 하고 더 발로 뛰어야 하는데 마음이 점점 더 조급해진다.

4월달에 바뀌는 독립기술 이민법이 상세하게 나오기 전에 뭔가 결과물을 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더 그런것 같다.

아무튼 마음이 조급해지니 다른게 손에 안 잡힌다. 블로그도 취직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블로그질이야 싶고 게임도 공부도 다 손에 안 잡힌다. 옆에서 동생의 은근한 갈굼도 스트레스가 되고...

얼른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의 플랜을 잘 짜서 안정적인 생활을 다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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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과를 고르더라도 난 죽겠지.

from 시작/생각 2010. 4. 5. 15:21 by 케르베로스

사진출처: 소설 Twilight 영문 발행판 표지


요즘 한국은 곧 선거를 앞두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투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선관위의 어이없는 이벤트를 조롱하는 글도 보이는데 사실 외국에서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그런가보다 싶다.

사실 이 이야기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왠지 꺼내만 아주 시원하게 까일 거 같아서 안했는데 묻어두면 언젠가는 이런 내생각도 같이 사라질 거 같아 그냥 까이면 까이자라는 마음으로 쓴다.

사람들은 투표에 관심이 없는 투표일이 그냥 노는 날인줄 알고 있는 젊은이들을 비난하는데 사실 나도 그러한 젊은이들을 비난하는데는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투표에 왜 관심이 없어질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투표 안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안타깝다.

나는 느낌이 딱 그렇다. 눈 앞에 2개의 사과가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지만 하나는 독이 들었고 다른 하나 역시 독이 들어 있다. 옆에서는 꼭 골라야 한다지만 사실 어떤 사과를 고르더라도 난 죽을 게 뻔해 보인다. 결국 그러한 사실들이 나를 그냥 도망쳐버리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는 투표에 관한 게 아닌 독사과를 고를 수 밖에 없는 슬픈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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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거짓말을 해보자

from 시작/생각 2010. 4. 1. 20:54 by 케르베로스


사진출처 http://yourchoice.tistory.com

솔직히 말해서,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나는 거짓말인거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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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는 말은 언제나 묘하다.

from 시작/생각 2010. 3. 14. 22:29 by 케르베로스


몸은 한가한데 고민할 게 많아서 살짝 정줄 놓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늘이 화이트 데이. 사실 내가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딱히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니지만(물론 미안하게 생각함) 부랴부랴 문자도 보내고 이메일도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나니 조금 허탈하다.

녀석은 쿨데레라서 그런건지 날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건지 혹은 연애세포가 남들보다 적은건지 아니면 바빠서 인지(수많은 가정의 연속) 장거리 연애를 하면 이런 날 섭섭할 법도 한데 아무 말도 없다.

메일을 다 적고 나면 안녕 이라고 적는데 안녕이라는 말이 참 묘하다. 외국인 친구들이 Hello 와 Bye 를 한국말로 가르쳐 달라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우리나라 말로는 둘다 "안녕" 이라고 한다고 다만 억양이 다르지 라고 가르쳐 주는데 그러면 거의 대부분은 "그래? 그거 흥미롭군." 이라며 신기해 한다.

물론 안녕, 잘가 로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내가 딱히 어디 다른 곳을 가는건 아니고 공통된 공간에서 위치의 변경만 있을뿐이니 왠지 그건 조금 아닌거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다.

아무튼 안녕이라고 적고 나면 이게 또 영원히 안녕 이라는 의미인 거 같은 예전 이별의 기억이 떠올라서 소심한 새가슴에 다음에 만날 때 까지 안녕 이라고 고쳐 적고는 속으로 보고 싶다를 덧붙인다.

언젠가는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와서 우리 사이에 안녕 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될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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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슬럼프

from 시작/생각 2010. 3. 13. 14:09 by 케르베로스

갑자기 떨어지는 빗소리에 놀라서 잠이 깼다. 핸드폰을 보니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었다. 옆을 보니 동생은 자고 있고 나는 다시 잠을 청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못한 채 몇 번이나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나버렸다.

최근 몇 가지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고, 기록보관사의 밤 1화를 마치고, 4주차 5주차 6주차 시험과 7주차 레포트 제출를 끝내고 진짜 바쁘게 살았는데 저번주 들어서 갑자기 스스로 템포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기여코 이틀 만에 완전 방전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마냥 멍하니 있으려니까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서 뭔가 해야지하면서 어지럽혀 놓고는 있지만 도무지 손이 가질 않는다.

문서배달원의 밤 초안을 잡고 괜히 게임 공략도 해보고 취직도 하려고 이력서도 다시 손 보고... 억지로 하니 흥이 안 생기고 흥이 안 생기니 마음에 들지 않고 또다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움직이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노력은 하는데 결과가 없다. 노력을 한다고 좋은 결과가 있으란 법은 없지만 그냥 사는게 편안해지면 좋겠다. 꼭 좋은 일이 안 생겨도 괜찮으니까 걱정 없이 물 흐르듯 살고 싶은데 인생은 자꾸 파도가 친다.

다 세상과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라고 하기에는 "니 나이가 몇 인데 적당히 하자 이 녀석아..." 라며 스스로 웃는다. 그렇다고 이 답답함을 쌓아두자니 짜증낼 힘도 생기지가 않는다.

아는 형은 "형도 딱 그랬는데 일자리를 찾아봐" 라고 조언했다. 그래 몸이 한가하니까 마음이 심란한 모양이다. 내일부터는 슬금슬금 다시 기어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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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제 웃어요.

from 시작/생각 2010. 3. 4. 12:29 by 케르베로스


내가 어렸을 때 만났던 녀석은 조금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면이 있었는데 바로 굉장히 어두웠다. 어둡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 녀석에게 태그를 달아준다면 슬픔, 외로움, 눈물 같은 단어를 적어줬을 거다.

지금도 약간 그런 성향이 있지만 난 어두운 아이(특히 소녀) 에게 쉽게 호감을 느끼기에 같이 슬퍼해주고 위로해주며 그럭저럭 알고 지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점차 녀석의 그런 모습 자체가 기믹(Gimmick)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그 녀석은 전혀 슬픔, 외로움, 눈물 이라는 단어와는 연관이 없었다. 유복한 가정환경, 원만한 인간 관계,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기믹으로 특히 인터넷(주로 싸이월드)에서 연기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또한 일종의 허세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스스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사춘기부터 20대의 초반을 보낸 것이다.

그러다가 녀석도 점차 자신의 그런 모습이 참 어이 없고 부끄러운 짓이라는 걸 알았는지 점차 밝아지더니 결국 언제 그런 어두운 모습을 보인 적 있냐는 듯 또 잘 살고 있다.

내가 제일 처음 그 녀석을 만났을 때는 나도 어렸고 그 녀석도 어렸고 아마도 요즘 나온 말인 중2병 이라고 하던가? 그런거라 생각 되는데 얼마 전부터 계속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가만히 보면 저 기믹이 꽤나 쓸만한 기믹인 모양이다.

가만히 잘 보면 절대로 어두운 성격은 아닌 거 같은데 10번에 1번 정도 저런 기믹을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마치 예전에 그 녀석과 내가 떠올라서 어이 없는 웃음만 나온다. 나와의 접점은 극히 희미하고 어차피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 보는 사이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누군가는 저 기믹에 넘어가겠지?

물론 그 분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기에 아무리 봐도 저거 기믹 인데 라는 건 틀린 추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런 기믹은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 만화나 애니나 게임에서는 모르겠는데 현실에서까지 저런거에 매력 느끼기에는 삶이 고달프고 지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대 이제 웃어요. 그게 제일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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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중성

from 시작/생각 2010. 3. 2. 19:37 by 케르베로스


요즘 가끔 생각하는 게 있는데 결국 사람은 두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하나는 대외적으로 자기가 표현해야 하는 표현해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며 환경적으로 혹은 자기 스스로 바라는 모습인 외면성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타고난 어쩌면 주변의 시선으로는 조금 이상하게 보일 지도 모르는 내면성 이 있는 것이다.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내면성과 외면성의 이중성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단어들의 느낌이 이런 것을 설명하기에 가장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것 뿐이지 그쪽에 대해서 난 무지하다고 해도 상관 없다.

어찌 되었건 내면성과 외면성이 같아서 언제나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겉으로는 안 그런데 실제로는 다른 사람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츤데레라는 용어도 생기고 인기를 끄는 거겠지.

내가 아는 당신은 굉장히 부지런하고 차가워보이며 자신의 발전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또한 당신은 굉장히 게으르고 깜짝 놀랄만큼 귀엽기도 하다. 그런 당신이 가끔 내게 보이는 이중성이 나는 너무나도 반갑고 사랑스럽다.

아직 난 당신에 대해서 새끼 손톱만큼도 모르지만 혹은 그런 얇은 지식으로 인한 오해일 수 도 있지만 가끔 당신의 진심어린 응석이 벽을 허무는 느낌이다. 저런 모습은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절대로 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어떤 사람의 외면성만 보고 그 사람에게 빠지고 어찌보면 그 사람의 진실과 같은 내면성에 충격을 받고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실망하고 도망치는 타인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오히려 당신의 내면성을 알면 알수록 더 빠져 드는 것 같다.

상대를 이해하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인데 20년 이상을 알고 지낸 친동생과도 도저히 좁힐 수 없는 성격, 이상, 행동양식의 차이점에 괴로워하고 이해하기를 포기하는데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편하다.

넌 편해서 좋아. 라는 말은 그런 의미 인 것 같다.

물론 나는 버림받은 적이 있는 몸이라 네가 또 나를 버릴까봐 매일매일 걱정하고 불안해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조금 더 너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것 또한 이해할 각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버림 받을 각오가 생겼다니 그것 또한 참 어리석고 우스운 이야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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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from 시작/생각 2010. 2. 27. 10:28 by 케르베로스


왠지 김연아 선수라고 하면 안되고 연아 신 이라던지 연아 괴물(?) 이라던지 연아 외계생물체(?) 라고 불러야 할 거 같은 김연아 선수.

사실 호주에서 유학생활 중이라 한국의 중대사에 대한 소식이 늦을 수 밖에 없는데(물론 인터넷을 하니까 그렇다고 아주 늦지도 않다.) 이번에도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 땃다는 소식과 여러 블로거들의 김연아 선수 찬양을 보긴 했지만 "이야~ 대단하네." 라고 생각해버리고 시험공부하느라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드디어 일단 1차적인 시험이 끝나고 집에 와서 벤쿠버 동계 올림픽 방송을 보는데 무슨 한국의 방송 보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게 분명히 전날인가 호주에 금메달 딴 프리스타일 스키의 선수 방송보다 김연아 선수 방송이 더 많이 나왔다. 진짜 호주의 벤쿠버 동계 올림픽 방송에서 한국 경기랑 한국 선수가 제일 오래 나왔지 않나 싶음.

진행자랑 해설자랑 입에 침이 마르게 Amazing, Unbelievable, Fantastic, Beautiful 등을 연신 말하고 김연아 선수 경기가 끝나고 경기 분석하면서도 장난 아니던데 나중에 호주 선수라고 우길까봐 무섭기까지 했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봐도 다른 선수들하고는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잘하던데 다른 선수들이 기술을 선보이려고 아둥바둥 하는 모습이라면 김연아 선수는 전체적으로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달까 보면서 흐름이 끊기는 게 전혀 없었다.

어찌되었건 한국에서 인물 하나 제대로 나왔다 싶다. 나보다 한참 어린 아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걸 보면 배가 아프긴 하지만 또 가만히 생각하면 내가 하지 않았을 뼈를 깍는 노력을 했으니까 인정 받는 거 아니겠는가...

확실히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 급의 연아 신이라고 불리는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아이 인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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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조언

from 시작/생각 2010. 2. 24. 20:19 by 케르베로스

사진 출처 http://mimic.tistory.com/502

사람은 하루하루 수많은 결정 속에서 살고 있다. 가볍게는 오늘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부터 크게는 이 사람과 결혼할까? 라던지 이 프로젝트를 시행할까?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결정을 내리는게 쉬울 때도 있지만 분명히 어려울 때도 있기에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고 이미 그런 일을 체험했거나 그런 방면에 깊은 연구 혹은 공부를 마친 전문가의 조언은 매우 도움이 된다.

분명 조언자의 수가 한정적이고 조언자의 자격이 객관적이며 조언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논리적인 일이라면 좋겠지만 요즘 시대는 수많은 조언자의 수에 검증이 되지 않은 조언자의 자격 그리고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없는 애매한 문제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이건 아니야 하지만 저건 옳다 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이건 옳다 하지만 저건 아니야 라고 한다. 누구는 20대에는 이런 일을 꼭 해봐야 해라고 하고 누구는 이런 일은 절대 하지 마라고 한다.

수많은 조언 속에서 과연 사람들은 어느 것은 취하고 어느 것은 버려야 할지 쉽게 고를 수 있을까?

물론 학교 수업의 방향이 자료를 모아서 결론을 내는 방식이 아닌 모은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바뀌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그런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기본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건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고민할 문제이고 지금 당장을 살고 있는 나는 너무나도 힘이 든다.

괜히 재미도 없는 앞의 이야기가 길었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어른의 사랑에는 판타지란 없는 거야." 라는 말을 하는 블로거를 봤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알고 있는 형님 한분은 이 말에 동의하겠지만 나 또한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사실 저 조언이 진리이고 정의인 건 아니지 않나?

어떤 주옥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글루스 연애 벨리에 자주 놀러가는데 의외로 저런 말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이런 사람과는 연애하지 말라고 하고 그는(혹은 그녀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고 하고 이런 태도를 보이면 상대의 사랑이 식은 거라고 하고 사랑은 이런 거야, 이게 아니면 그건 사랑이 아니지 라고... 마치 자신은 연애박사 처럼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거 전부 상황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른거 아닐까? 이런 사람도 있는 법이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물론 다들 그정도 생각은 하고 글을 쓰고 읽겠지만 덧글들을 보다보면 안 그런 사람도 있기에 놀라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한 때 잠깐 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석이 유행을 탔을 때 소개팅 나갔다가 B형 이라고 대답하자마자 매몰차게 끝났던 적도 있는데 그 상대도 분명히 "동의해요. B형 남자랑 많이 만나서 아는데 다들 바람둥이더라구요!" 라고 덧글을 달았겠지.

끝이 이상하긴 하지만 연애 이야기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일들의 수많은 조언들 속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능력을 길러야 될 거 같다. 그렇지 않고 받아 들이기만 해서는 결국 마리오네트가 되서 놀아날 거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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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from 시작/생각 2010. 2. 18. 14:56 by 케르베로스


요즘 밤이 되면 날씨가 꽤 쌀쌀한데 그래서 그런지 감기 기운이 있는 건지 머리는 딩하고 피곤해서 며칠을 골골 거리는데 학교에서는 너 12월 6일까지 내야 하는 Certificate 4 학비 $11,000 내라고 독촉이다. 그리고 거기에 5%로 가산금 붙었으니까 알아서 하라고...

아니, 이보게 부지런히 11월 19일에 낸 학비를 2월 중순에 와서 태클 거는 이유가 뭔가? 라는 심정으로 학비 낸 영수증을 유학원에서 받아서 학교에 가서 확인 결과 순전히 학교 측의 실수로 일이 벌어진 거였다.

그래, 학교도 안 가는 날에 아침부터 깨서 시티까지 30분 다시 학교까지 30분 걸려서 가고 교통비만 가볍게 $10 이 깨졌지만 그래도 문제가 잘 해결되서 다행이다는 심정으로 집에 도착하니 또다시 너 2009년 5월 달에 학비 $355 덜 낸게 있으니 최대한 빨리 은행가서 내라는 메일이 와 있다.

방금 30분 전에 내가 만나서 Basic 때부터 학비 낸 영수증 다 복사해서 주고 확인까지 다 했는데 어디서 또다시 $355 가 만들어지는건데? 지금 나랑 투닥투닥 한 번 해보자는 거지? 진짜 씨X 내가 X 같아서 내일 또 찾아갈거니까 그때 보자.

밥도 못 먹고 몸은 다시 아파오고 다음 주에 시험은 3과목이나 있고 학교는 자꾸 돈 가지고 지X 하고 자기들은 툭하면 메일 보내면서 내가 확인 해달라고 메일 보내면 찾아갈 때까지 X까고 나는 모르겠으니 억울하면 사무실 찾아오라고 X기고 있고... 그래 씨X 일처리 그따위로 계속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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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rom 시작/생각 2010. 2. 13. 22:12 by 케르베로스

중국인들이 새해맞이 행사를 하던지 말던지 한국인 이민자들이 구정 행사를 하던지 말던지 호주인들이 발렌타인 행사를 하던지 말던지 나는 언제나 예외. 세뱃돈도 없고 연휴라서 노는것도 없다.

게다가 월요일에 시험이랑 레포트 제출이 기다리고 있어서 주말을 거기에 투자해야 하게 생겼음. 유학생은 공부하는 게 미덕이니까... 크흐흑 ;ㅅ;

여러분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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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한국이라는 서버에서 캐릭터를 키우다가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익숙하면서 굉장히 어색한 캐릭터가 눈 앞에 뛰어다니고 있었다. 정보창을 열어서 스탯과 스킬을 확인해봤지만 어쩌다가 이런 쓸모 없는 캐릭터가 되어 버렸을까? 라는 의문 말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평범하게 게임을 했다면 잘 하지 않는 "고등학교 자퇴" 나 "나의 수능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지" 같은 퀘스트도 완료했고 분명히 성실히 2년 2개월을 나라와 국민을 위해 군복무 했지만 사회 나오면 천대 받는 "아무리 그래도 어차피 넌 공익이잖아" 라는 퀘스트도 완료해 있었다. 이래서는 만렙은 커녕 앞으로 새로 나올 퀘스트는 뒷전으로 한 채 친구들처럼 "공무원 시험 준비합니다" 퀘스트에 매진할 거 같은 불안함이 가득했다. 게다가 내 전직 랭크는 "고졸" 에서 멈춰 있었기에 당장 "대졸" 랭크로 업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장난 아니었다. 요즘 다들 대졸 랭크는 찍잖아. 나만 안 하면 이상하잖아.

그때 마침 ~호주라는 서버에 오셔서 새롭게 시작하세요~ 라는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고 이미 호주라는 서버로 넘어간 친동생님의 "지원 가능함" 라는 말과 부모님은 아무것도 안하는데 괜히 내가 눈치 보여서 피하고 싶은 분위기 등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호주라는 서버에서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모든 건 결국 내가 결정한 것이고 친동생이나 부모님을 원망한다 식으로 해석하면 많이 곤란하다.)

대망의 2008년 5월 호주라는 서버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시작했다. 아기마냥 영어라는 언어도 새로 습득해야 했고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다. 물론 쉽지 않는 일이었다. 한국이라는 서버에 두고 온 많은 것들이 그리웠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두려움이 나를 괴롭혔지만 또 한편으로는 재밌었다. 나는 아예 호주라는 서버에 정착하기 위해 "영주권" 퀘스트에 돌입하고 퀘스트 완료에 도움이 되는 요리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친동생과 부모님의 아낌 없는 지원으로 정말 어렵게 게임하는 분들 보다 편하게 퀘스트를 해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퀘스트 완료 조건의 변화가 시작 되었다. 요리사 학교 입학하려면 아이엘츠 5.0 점수를 받아야 하던 게 5.5 로 상향 조정 되었다. 뭐 0.5? 까잇거 해주지. 라며 어떻게 무사통과 했다. 그런데! 또 완료 조건이 변해서 졸업 후 영주권 신청시 아이엘츠 점수 6.0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라? 힘들겠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라고 생각하며 우선 열심히 견습 요리사 경험치나 모으자. 라며 어떻게 성실하게 살았다. 그런데! 결국 어제 아침 요리사는 퀘스트 완료에 도움이 되는 보너스 점수를 삭제했습니다. 라고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세부사항은 4월 달에 발표나요. 지만 학교의 수많은 견습 요리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물론 순수하게 요리가 좋아서 견습 요리사 코스를 받아오던 사람들의 혼란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요리사도 되면서 영주권 퀘스트도 완료하자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정말 많이들 힘이 빠져 버렸다. 이래저래 알아보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해봤지만 결국은 다시 한국 서버에서 해야 할 거 같다는 결론이 지배적이었다. 2년 간의 그리고 남은 1년 과 그동안 투자한 돈과 시간은 결국 한국이라는 서버에서는 별로 유망한 직업도 아닌 요리사라는 직업을 습득한 걸로 끝이 날 거 같다.

도대체 난 왜 이렇게 운이 나쁜 걸까? 처음 호주에 왔을 때는 딴 생각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나도 이 나라에서 나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나라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결국은 다시 한국 돌아 가란다. 부모님한테는 괜찮을 거다. 걱정하지 마라. 방법이 있겠지 정도의 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욕 밖에 안 나오고 허탈하기만 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고민해봤지만 참 막막하다. 프렌치 요리를 배운 요리사의 취직율은 과연 어느정도 될까? 영주권을 따면 애인님과 결혼해야지라고 했던 아는 형은 한국에서 요리사 해봤자 얼마나 벌겠어. 그보다 취직이나 될까? 라더니 에휴~ 혼자 살아야지. 결혼은 무슨... 이라며 절망에 빠졌고 나 또한 나이는 점점 차고 혼자 살아야 하는 건가? 싶었다.

참 사는 게 힘들다. 한 편으로는 화가 막 나고 한 편으로는 담담하다. 살면서 느끼는 건데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거 같다. 그러니까 도대체 행운 스탯은 어떻게 하면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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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주차 잡담

from 시작/생각 2010. 2. 1. 22:41 by 케르베로스


1.
벌써 2월이다. 2010년 시작하고 벌써 한달.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재충전의 1월달을 보냈으니
2월달에는 열심히 살아야지.

2.
학교 수업 재밌는듯...
확실히 난 몸으로 때우는 타입보다는 머리 굴리는 타입인 모양.
물론 영어로 수업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할만하다.

그런데 과제가 심하게 귀찮고 많은 듯... 젠장.

3.
일년 가까이 일주일에 3일씩 요리하다가
갑자기 안 하고 책 보고 있으니 그것도 참 기분이 묘함.
일년 만에 사람이 참 많이도 바뀌는 구나 싶다.

어휴~ 갑자기 막!

고기 손질도 하고 싶고
오븐에 불도 붙이고 싶고
치킨스톡도 리듀스 하고 싶고...

4.
최근의 분위기는
크리스마스 신정 다 끝났으니 이제 발렌타인 데이다!
라는 느낌인데 나는 2월 15일이 Inclass test day.
와~ 신난다. 젠장...

5.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참 나도 별일 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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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호주.

from 시작/생각 2010. 1. 22. 18:39 by 케르베로스


12월 20일 비행기로 한국에 들어갔다가 1월 20일 비행기로 다시 호주로 돌아왔다.
한달 동안 정말 편하게 지내다가 와서 그런지 막상 다시 호주로 오니 어색하다.
긴 잠을 자고 장도 봐오고 그럭저럭 이제는 적응하는 분위기.

우선 기억에 남는 건 한국은 참 추웠다는 점.

울산은 지낼 만 했는데 서울은 진짜 너무 추워서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
한 겨울에서 살다가 호주로 돌아오니 한 여름이라 너무 덥다.
그래도 안양의 던킨 도너츠에 앉아서 내리는 눈을 본 건 참 재미 있었다.

전여친님이랑 만나서 놀았던 건 너무 좋았음.

오늘 메일로 너무 쌀쌀맞게 대한 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던데
솔직히 이런 식으로 호주 와버리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미안한 걸로 치면 내가 한 수백배는 더 미안함.
그리고 어찌되었건 난 무지 즐거웠고 행복했으니까 미안할 건 없는 거 같음.
아무튼 참 힘들고 애매한 관계이지만 나중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다.

울산으로 돌아와서 부모님과 공익 동창, 후배들 만난 것 역시 좋았음.

공익 후배 녀석들이랑 술마시면서 느낀건데
즐겁게 술 마실 사람이 있다는 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함.
나처럼 술 마시는 거 안 좋아하는 사람이 그걸 느낄 정도로 즐거웠음.
가기 전에 술 한 번 더 마시자고 해놓고 결국 못 마셨네.

공익 후배들과는 다르게 공익 동창은 또 다르게 재밌었음.
아무래도 동창이다보니 서로 막내때 이야기 하는 게 또 재밌음.
마지막에 간신히 만나서 다행이긴 한데 다음에는 몇 번 더 봐야 할텐데...

중학교 동창들은 다들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바쁘던데
몇 명은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 나도 늙었구나 싶었음.
나도 결혼하고 싶다. 히히히~

참 변한 게 없었다.

나는 이제 26살이 되었고 남구청에 아는 공익 후배들은 전부 제대했고
모르는 건물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세워지고 계절은 꼬박꼬박 바뀌는데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변한 게 없다.

결국은 내가 처한 상황이 변하고 주변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조금씩 변한다.
아무리 그래도 여전히 그들은 내 소중한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는 거 같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호주에서부터 알고 지낸 지숙 누나
알고 지낸지 10년이 되어가는 태양 형과 경은 누나
제대했는데도 선배라고 날 부르는 공익 후배 태연과 현주
하나밖에 없는 공익 동기 원식
중학교 친구 수진과 정숙 그 외 정대, 구영
전여친에서 승급한 사랑하는 혜연

하나밖에 없는 동생 관훈
언제나 나를 위해주는 부모님

그 외 자기 이름 빼달라고 말했던 사람들 혹은 내가 적지 않은 수 많은 사람들

모두 고마웠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모두 행복하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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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

from 시작/생각 2009. 12. 26. 07:19 by 케르베로스

2년 만에 만나는 거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우유향이 났던 거랑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는 게 전부.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말, 듣고 싶은 말이 넘쳐 났지만
조급해하지 말자며 어깨를 움츠리고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로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며 거리를 서성 거렸다.

만나기 전 날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생각했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에는 아기 같았는데 이제는 정말 아가씨가 되었다.
라고 생각하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이런 저런 말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우습다.

2년 만에 만난 것 치고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고
꽤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거리를 걷고 서로를 놀리고 괴롭히고 웃고...

확실히 녀석이랑 있으면 너무 편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얘 때문에 그렇게 괴로워했는데
녀석은 그건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거라고 했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콩깍지라는 게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벗겨지지 않는거야?

헤어질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지하철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는데 그걸 봤는지 울지 말란다.
난 안 울었다고 주장했지만 다 봤다면서 괴롭혔다.
이제 또 몇 년의 시간이 지나야 간신히 볼 수 있겠지?
라는 게 계속 가슴을 때리고 때리는 데...
뽀뽀하는 거 힘들다니까 연습해오란다. 누구랑?

여전히 녀석과 나의 관계는 미로처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녀석 때문에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나와 그 녀석을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정말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짧은 만남 이었지만 행복했고 즐거웠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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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from 시작/생각 2009. 12. 18. 12:02 by 케르베로스

내일 비행기로 거의 9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가서 한달 정도 있으면서 아는 사람 식당에서 요리사 경력도 쌓고
옛 여자친구(최근 나를 너무 심란하게 하는) 도 만나고
공익 후배들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할 겁니다.

아무튼 참 별거 없는 블로그에
가끔은 이것저것에 낚이시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라도
방문해주시는 손님 여러분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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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난다

from 시작/생각 2009. 12. 16. 00:13 by 케르베로스

약 2년 만에 대화를 했다.
노래 가사처럼 그동안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신나게 웃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고 나는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하늘에 맡기자.

처음에는 보기만 해도 좋았는데
욕심이 생겨서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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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하는 일

from 시작/생각 2009. 12. 8. 19:47 by 케르베로스

사실 내가 하는 고민의 거의 대부분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나와 있는 답이라는 것은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결정이지만 문제는 항상 대부분의 고민의 이유는 내 마음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공부 하기 싫다. 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제일 좋은 답은 마음을 다 잡고 조금만 더 노력하자며 나에게 격려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답일 것이지만 항상 현실은 그렇지 못한 채 마음만 흔든다. 결국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다른 방법, 조금 더 편한 방법,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며 고민해봤자 답은 없다. 결국은 이미 마음 속에 나와 있는 답이 가장 최선인 것이다.

그런데 삶이라는 게 또 재미 있어서 그것 말고 다른 답이 하나 더 있다. 상처 입을 것을 알지만 실패가 당연시 되지만 그냥 마음 내키는 일을 하고 태연하게 상처를 입고 실패를 받아 들이는 것이다. 대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으니까 만족해 라며 자신을 위로 하면 된다.

이렇듯 누구를 좋아하는 일은 참 우스운 일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당장 혹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나는 분명 상처 투성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어찌 되었건 좋았잖아? 라며 가볍게 웃겠지.

다시 상처 투성이가 될 각오를 하고 앞으로 한발짝 몸을 내민다. 그리고 해피 엔딩을 꿈꾸며 가볍게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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