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다.

from 단편 2009. 7. 6. 23:00 by 케르베로스

일요일도, 누군가의 생일도,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도 아니었다.
이른 아침 따뜻한 햇살이 좋았고, 갑자기 떠오른 좋은 멜로디의 음악이 즐거웠다.
새로 꺼내 신은 신발은 편했고, 오래된 회색 후드 점퍼는 아늑했다.

우연히 횡단보도 맞은 편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의 너를 발견한 나는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이네? 잘 지내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넌 미안하다고 말했던 3년 전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나를 스쳐 지나갔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점점 멀어지는 네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따뜻한 햇살은 눈이 부셨고, 흥얼거리던 멜로디도 거리의 소음에 묻혀 버렸다.
새로 꺼내 신은 신발은 불편했고, 오래된 회색 후드 점퍼는 너무 낡아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도, 누군가의 생일도,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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