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이유

from 경계의서/미아 (완료) 2009. 7. 6. 22:22 by 케르베로스

이유理由 존재의 기초가 되거나 진리라고 할 수 있는 조건
 
천천히 상황을 살핀다.
확실히 상대의 숫자가 너무 많다.

「소년에게 경계를 만든 게 자네인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담배를 꺼낸다.
순간 하얀 깃털이 날아와 담배를 반으로 잘랐다.

「이게 무슨 짓이지?」
「연기술사 엘, 담배 연기를 이용할 생각은 하지 마라.」

제기랄, 녀석들은 뒷조사를 마친 모양이다.
담배 연기를 쓰지 못하게 된다고 해서 불리해지는 건 아니다.
다만 마나의 소모가 많아지고 결국 지게 되겠지만...
하지만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거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왜 소년을 돕는 건가?」
「나는 도와줄 수 있으니까...」

녀석들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게 더 신나잖아.」
「마술사 주제에 감히 우릴 놀리는 건가?」

흩날리는 하얀 깃털사이로 거대한 낫이 보인다.
침착하게 공격을 피하고 소환해둔 구름을 확인한다.

-콰쾅!!

「신의 천벌이 담긴 벼락이다.」
「신을 농락하지 마라!」

쉴 새 없이 상대의 위치를 확인하고 벼락을 떨어뜨린다.
폭죽놀이를 하는 것처럼 불꽃이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너희들은 착각이 심해.
무슨 이유가 있어야만 모든 게 이해가 되겠지.
하지만 무지하게 위험한 일을 그냥 할 수도 있는 거야.
소년이 이유를 못 찾았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다시 나락으로 데려가겠다는 건 억지잖아.」
「이유도 없이 왜 살아가야 하는가?」
「다른 사람의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
자기 자신이 누군가의 이유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잖아, 뭐가 더 필요한데?
너희들도 다를 바 없잖아. 이유가 있어서 사는 거야?
그저 신의 이유이기 때문에 살고 있는 거 아니야?」

녀석들의 공격이 멈춘다.
지금쯤이면 소년은 무사히 역에 도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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