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누각

from 경계의서/미아 (완료) 2009. 7. 6. 22:08 by 케르베로스

누각(樓閣)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문과 벽이 없는 다락집 
 

이곳은 나락과 달 사이에 존재하는 누각.
일찍이 사람들은 공중누각이라고 부른 적도 있었다.
지금은 다른 뜻으로 해석되지만 나랑은 상관없다.

「왜 마술사가 된 거에요?」
「능력이 있었으니까...」
「다른 일을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마술사가 소년을 가만히 바라본다.
소년은 애매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마술사를 바라본다.

「하고 싶은 일을 해서는 먹고 살수가 없었어.
능력이 있는 놈이 노력을 하면 일류가 되고,
능력이 없는 놈이 노력을 하면 이류가 되고,
능력이 없는 놈이 노력을 안 하면 삼류가 된다고 했어.
아무래 해도 이류가 내 한계였지.
세상이치라는 게 간단해서 내 노력의 결과물은
일류를 빛나게 해주는 멋진 비교대상이 된 후에 무시당했지.
그 이상은 될 수가 없었어.」
「그랬군요.」

마술사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과거를 바라보던 눈동자에 다시 현실이 비친다.

「그래서 마술사가 되기로 했어.」
「후회 안 해요?」
「안 해.」

마술사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오히려 소년의 질문에 망설임이 보인다.

「후회하면 어쩔 건데?」
「네?」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어.
난 내가 내린 선택에 반성은 해도 후회는 절대 안 해.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야.」

두 사람은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닌 거 같지만,
혹시 자네들이 찾는 사람 A 아닌가?
작은 체구에 하얀 피부의 귀여운 소녀였는데...」
「네, 맞습니다.」
「A를 아세요?」
「아침에 자네들을 보내고 나서 손님이 한 명 있었지」
「혹시 제 이야기를 하던가요?」
「확실히 내가 끼어들 일은 아닌 거 같지만,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네의 아파트를 가르쳐 주었네. 미안하네.」
「아뇨, 보고 싶었어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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