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은 전쟁터 라는 말

from 시작/생각 2014. 10. 8. 03:28 by 케르베로스
요식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도 한번정도는 들어본 말일거고 저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많은 말이다.

나는 저 말이 너무 싫다.
왜냐하면 단도직입적으로 저말은 완전히 틀렸다.

한국인 특유의 경쟁의식과 삶에 대한 치열한 열정이 만들어 낸 비극적인 문장일 뿐이다.

귀국하고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이건 뭔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당연히 월급이 적다는 걸 알았고 근무시간이 많다는 것 또한 알았는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꾸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근본적인 생각은 이건 아닌데? 였다.

결국 나는 저 말에서 깨달았다. 저런 생각이 박혀 있는 사람들이 주방에 있어서 문제구나.

예를 들어보자,
주말 저녁 피크타임 30분 전 팽팽한 긴장감이 주방에 가득 채운다. 그리고 오더가 시작되고 주방이 후끈 달아오른다. 파트별로 바빠지고 정신이 없어진다. 베테랑도 신입도 톱니바퀴가 되어 서로 일이 맞물리고 처리되어진다.

그러다 신입 하나가 실수를 하고 일이 엉킨다. 일의 순서가 어긋나고 시간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이때 어김없이 베테랑들의 고함이 터져 나온다. 간간히 욕설이 섞이기 시작한다. 신입은 더 당황하기 시작하고 일이 더 꼬일때쯤 어느정도의 경력자들이 일의 수습에 돌입된다.

그렇게 하루가 끝난다. 내리갈굼이 시작된다. 자기일 잘하고 일을 수습한 경력자들의 기분이 상한다. 신입들은 미안한 마음과 자책감에 고개를 떨군다. 다들 말이 없어지고 그렇게 퇴근한다.

마치 전쟁 같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여기서도 신입 하나가 실수를 하고 일이 엉킨다. 일의 순서가 어긋나고 시간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이때 어김없이 베테랑들의 고함이 터져 나온다. 간간히 욕설이 섞이기 시작한다. 신입은 더 당황하기 시작하고 일이 더 꼬일때쯤 어느정도의 경력자들이 일의 수습에 돌입된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는 순간 모두들 상기된 표정으로 수고했다고 서로를 격려하고 실수를 지적해주며 그럴때 대처법을 알려준다. 누구도 화를 내지 않으며 누구를 비난하지 않는다. 팀이기에 모두의 책임이다.

몇년 차인데 그거 하나 똑바로 못하냐 라든지 니는 애들 똑바로 안 가르치냐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신입은 배워나간다. 경력자가 되어가고 경력자의 실수까지도 대처해주는 여유가 마음에 생겨난다. 실수 하나로는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고 견고한 팀이 되어간다.

이게 호주에서의 예이다.

우리는 팀이였고 주방은 축제의 장이였다. 끝나면 다들 즐거웠다.

쉐프가 성격이 드럽다는 건 절대 자랑이 아니다. 쉐프는 성격이 깐깐한 사람이어야지 성격이 더러운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잘잘못을 가려서 책임을 씌우면 당장의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팀이 되진 않는다. 팀을 만들어 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주방은 축제가 열리는 곳이지 전쟁터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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