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아.

from 시작/생각 2011. 7. 26. 00:02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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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나면 나는 멍하니 창 밖을 보다가 속으로 말한다.
괜찮아. 별일 없어. 난 아무렇지 않아.
나는 나에게 최면을 걸 듯 계속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 시티에 나갔다가 회덮밥을 먹었다.
좋아하는 일식집이라 맛있을 줄 알았는데 짜증이 나도록 맛이 없었다.
그렇게 맛이 없는 회덮밥은 처음 이었지만 꾸억꾸억 입 안으로 넣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너무 안 쓰러워서... 모르겠다, 그냥 막 불쌍해서 슬펐다.

밤이 깊었고 집이랑 통화하고 한국에 있는 아는 형이랑 통화하고 나서
다시 슬퍼졌고 결국 펑펑 울었다. 야밤에 다 큰 청년이 숨죽여서 끅끅 거리며
우는 게 또 너무 안 쓰러워서 더 울었다.
한참을 우는데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근데 또 헛구역질이 나왔다.

집에서 보내주는 약을 꼬박꼬박 먹는데
요즘은 헛구역질이 더 심해져서 걷다가도 전화하다가도 자다가도 그런다.

모르겠는데 막 내 전부가 불쌍해서 울고 또 울고 계속 울었다.

어떤 형이랑 통화를 하다보면 그 형은 내가 무지 생각 없이 사는 줄 안다.
그래서 무슨 말만 하면 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것처럼 말을 한다.
제가 뭐 그렇죠 라며 하하 웃고 넘어가지만 나는 그게 사실일까봐 겁난다.

사는 게 이렇게 지치고 힘든 게 다 내가 못나서 그런가 싶어서...

속으로 삼키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활자로 토해내는 것도 내가 약해빠져서
강인하지 못해서 남들은 다 꿋꿋하게 사는 데 나혼자만 이 지랄인가봐 너무 겁난다.

내가 못나고 약해빠진 게 겁나는 게 아니라
그게 겁나면 왜  네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냐는 말이 겁난다.

노력하라고, 더 대단해지라고...

적다보니 난 진짜 나약하구나. 또 이런 내가 안 쓰럽다.
다들 힘들어도 노력하며 사는 데 나도 그렇게 노력하며 살면 되는데
왜 나는 그게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그래, 그래. 다 내가 못나서 그렇지.
그래도 위로해달라고 다 포기하고 싶다고 말 안 하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울어야겠다. 나라도 날 위로해줘야지.
내일 아침에는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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