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상

from 시작/생각 2011. 1. 18. 17:49 by 케르베로스


전화 한통에 잠을 깨서 샤워를 했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다가 어제 밤 늦게 비가 내리더니 추웠는지 샤워를 끝내고 나니 어질어질한게 몸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체력이 고작 날씨 하나에 왔다갔다 하는 꼴이 우스워 억지로 시티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지만 딱히 뭔가를 먹고 싶지도 않았고 배가 부르면 나태해지는 성격탓에 그대로 몇군데를 옮겨다니며 이것저것 정보를 모았다. 딱히 포지티브한 정보는 없었다. 네거티브 하거나 임파시블한 일들이 나열되고 결론은 자기들한테 유리한 길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정보제공이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정보를 획득하고 조금은 가라앉은 기분을 바꿔보자 자주가는 카페에 갔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한국과 통화하기가 힘들었고(또한 옆에 앉아 있던 늙은 손님이 굉장히 이기적이었다.) 결국 급하게 아이스 롱 블랙을 마시고 다시 밖으로 나와 골목을 돌아나와 통화를 마쳤다.

몇 통의 전화를 더하고 예약을 하고 다시 다른 몇몇 곳을 찾아갔지만 몇 시간 전에 획득한 정보와 대동소이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마치고 나니 오후 5시 30분이 넘은 시간, 하루종일 먹은 거라고는 아이스 롱 블랙, 설탕 2 스푼이 전부였지만 헛구역질이 나려고 했다. 결국 저녁은 먹지 않기로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지옥이 따로 없다.

집에 전화할 때는 밝고 긍정적으로 대화했지만 사실 답답하다.

그렇다고 어둡고 부정적으로 있다가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더 잘 알기에 막연한 두려움 불안감에 또 한발을 걸쳐놓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억지로 고함을 치고 해보자고 거짓 용기를 낸다.

이런 세상에는 아무도 초대하지 못하겠다. 허세니 자의식과잉이니 상황에 대한 과민반응이니 성격이 부정적이니 너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다든지 등으로 나를 욕하더라도 상관 없지만(그게 사실일지도 모르니까) 그냥 힘들어서 힘들다고 말하는 것 뿐이다. 그걸 좀 길게 헛소리와 함께 적은 것 뿐이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나는 굉장히 좋다. 나는 활자로 말하는 게 좋아서 이러는 것 뿐이다.

어찌 되었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져야 내 세상에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초대해서 나 요즘 이렇게 살아, 인생 살만하지 하하하~ 라며 웃을텐데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 시간 돈 현실 삼박자가 삐걱거리는데 쓴웃음이라면 모를까 마음씨 좋은 아저씨마냥 허허 거리지는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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