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는 곳에서 며칠을 지내면 시간이라는 것에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또다시 잠이 들었다가 일어난 내 눈 앞에는 길게 이어진 붉은 선과 거짓말쟁이 씨가 만든 발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담배를 피우며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거짓말쟁이 씨가 있었다.

“일어났어?”
“네.”

대답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이 곳에서 오지도 않을 무언가를 기다리기가 싫었다. 나는 충분히 기다렸고 충분히 지쳤고 충분히 쉬었다.

“이봐, 어디 가는 거야?”
“부적응자요. 기억이 아주 조금 돌아왔는데 아마도 전 부적응자 일겁니다.”
“부적응자라면 사회 부적응자를 말하는 건가?”
“뭐 사회가 아닌 살아 있다는 것에 부적응했다고 해두죠.”
“살아 있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다니 그거 슬픈 일이군. 그래서 어디 가는 건데?”
“처음에는 여기가 역이기에 뭔가가 올 줄 알았어요. 버스 라던지 아니면 마차도 좋고요. 그런데 아무것도 오질 않네요. 그래서 이 길의 끝을 향해서 갈 생각 인데 같이 가실래요?”

거짓말쟁이 씨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고 나 역시 따라서 걸었다.

“처음에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어. 그러다가 눈 앞에 붉은 선과 발자국이 있었어. 무턱대고 따라 갔지. 그러다 보니 너를 만났고 말이야. 스스로 인생 부적응자니 뭐니 해도 너 꽤 도움이 되는 편이야.”
“고맙습니다.”

이 사람 한없이 가볍게 행동하는데도 불구하고 거부감 없이 쉽게 사람의 마음 속을 파고드는 재주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새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나저나 서로 약간의 기억이 돌아온 듯 보이는데 뭐 이렇게 걸으면서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나 나누자. 이 곳에서 이렇게 만난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 같으니까... 게다가 난 아직 네가 왜 인생 부적응자 인지도 못 들었고 말이야.”
“재미 있겠네요.”

그렇게 그와 나는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길을 따라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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