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멀리서 한 사람이 느긋한 걸음으로 이 곳을 향해 다가 오고 있었다. 얼마 만에 만나는 사람인지 생각해봤지만 얼마나 이 곳에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있으려니 그 사람은 시야에 점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할 건 없었다. 특징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외모에 평범한 인상의 사내는 조금은 지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던지듯 내 옆에 앉으며 사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 역시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서로가 상대에게 인사를 하고서 한동안 우리는 아무 대화도 없이 그냥 그렇게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배낭을 잠시 뒤지더니 조금 난처한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불 있어요?”
“불..이요?”

나는 잠깐 질문을 이해 못하고 있다가 그가 담배를 꺼내 물었을 때 간신히 질문에 대해서 이해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배낭에서 라이터를 꺼내서 그에게 건넸고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다시 내게 돌려줬다.

“희한하게 내 배낭에 담배는 있는데 라이터가 없는 거 있죠.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통성명도 못했네요?”
“그러네요. 그런데 저기 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당연히 서로의 이름 정도는 알려주는 게 예의겠지 라고 나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산도 안 보이고 사방으로 지평선만 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 라며 주위의 풍경을 구경했고 그렇게 무작정 걸어서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아, 나도 다이어리를 봤으니까 혹시 그쪽도 이름 없어요?”
“네, 이름 부분에는 아무것도 안 적혀 있어서 모르겠네요.”
“재미있네요. 난 거짓말쟁이 라고 해야 하나? 직업란에 소설가라고 적혀 있었으니 거짓말쟁이 인 건 확실한데 그걸 이름으로 부르기는 애매하죠?”
“거짓말쟁이라...”

그는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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