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날다.

from 단편 2009. 11. 30. 22:52 by 케르베로스

비가 내리는 주말, 한참을 침대에서 밍기적 거리다가 결국 배가 고파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 흐느적 거리는 걸음으로 부엌에 도착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팔팔 끊는 물에 파스타 면을 삶고 팬에다가 마늘, 양파, 베이컨을 노릇하게 굽는다.
다 익은 파스타 면을 팬에 넣은 후 올리브 오일, 후추,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한다.
반으로 짜른 방울 토마토로 장식을 하면 맛있는 파스타가 완성 되는 것이다.

거실로 나와 TV를 보며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타국에서의 식사는 언제나 조용하고 외롭고 허무하며 귀찮은 일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는 영어의 축제 속에서 한 남자가 말했다.

"돼지가 날 수 있을 때까지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자 고백을 들은 여자는 남자를 꼭 안으며 슬픈 눈으로 대답했다.

"돼지가 날 수 있게 된다면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잠깐의 혼란이 남자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크리스마스 세일을 알리는 광고가 나왔다.
나는 순간 이해를 하지 못하고 방금 전의 남자와도 같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아무래도 나랑은 상관 없잖아? 라며 넘어가버렸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귀찮음만 따라오지 않는다면 파스타는 정말 맛있는 음식이다.
그렇게 설거지를 하다가 나는 잠깐 슬픈 기분이 들었지만 얼른 설거지를 끝냈다.
다시 침대에 기어 들어가며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여자는 슬프게도 너무나도 재치있게 남자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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