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한국인

from 시작/생각 2009. 11. 6. 20:38 by 케르베로스
비록 얼마 일하지 않고 일을 그만 두는 걸로 결정했지만 그래도 이 나라 와서 처음으로 일을 했고 나름 노동의 즐거움 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틀 전의 일로 인해서 짜증은 파도같이 밀려오고 다시는 한국 레스토랑에서는 일 안해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일을 그만둔다고 말하고 빈둥거리던 나에게 사모님이 전화를 주셨다. 내용은 유니폼도 돌려 받아야 하고 일한 수당도 줄테니 이번주 수요일에 레스토랑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물론 유니폼은 씻어서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꼴랑 2주 일하고 수당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치 못했기에 화들짝 놀라며 응? 이게 무슨 횡재야? 라며 신이 나 있었다. 그리고 수요일이 다가왔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7시. 6시 50분에 도착한 나는 혹시나 싶어서 레스토랑 앞에서 사모님을 찾아보고 사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안 다음 20분간 서성거리다가 7시 10분에 사모님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 XX 인데요."
"아~ 예, XX씨."
"저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는데 언제쯤 뵐 수 있을까요?"
"그래요? 지금 금방 내려갈게요."
"네."

내려온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금방이라고 했으니까 최소 30분 안에는 도착하겠지라 생각하며 사모님을 기다리는데 50분이 지난 오후 8시가 되어도 사모님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한번 더 전화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잠깐 쉬러 나온 매니저 형님을 만났고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니 매니저 형님이 말했다.

"XX야."
"네."
"그냥 유니폼 나한테 주고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고 가는게 좋겠다."
"네?"
"아마 안 올거야."
"아, 네."
"미안하다 XX야, 어지간하면 한국인이 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일하지 마라."


대충 분위기 파악이 끝난 나는 유니폼을 매니저 형님에게 맡기고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갔다. 애초에 그냥 수당은 못 주겠다고 말해주었다면 나도 쿨하게 유니폼 돌려주고 그만 뒀을 건데 굳이 사람을 1시간이나 기다리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내가 일하기 전에 7명이 트레이닝만 받고 그만둘 정도로 혼자서 하기에는 힘든 일을 한명에게 시키고 그 사람들 전부 이런 식으로 수당도 안 주고 더럽게 끝냈으니 우리 사장, 사모는 오래오래 장수하시겠다.

여기 중국인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인들을 무시하지만 자기들은 최소한 자기 나라 사람들을 등쳐먹고 살지는 않으니까 한국 사람들보다 나은거 아니냐고, 물론 모든 한국인들이 그런건 아니지만 호주에 온 지 2년이 거의 다 되가고 정말 한국인들에게 당하다보니 이제는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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