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론

from 시작/생각 2009. 7. 7. 23:07 by 케르베로스
연애란 일반적인 인간 관계에서 약간 다른 구석이 있다.

우선은 사람이 연애에 쏟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인과 이어지는 시간은
생활에서 아주 작은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생활 전반을 지배해버리는 무서운 정복자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연락을 필요로 하고,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것이 동성이든 이성이든 간섭할 수 있으며,
준만큼 받는다는 보장이 없고,
오히려 주는 사람이 더 상처받는 경우가 많으며,
아무리 좋다고 부비고 지내다가도 끝나는 순간에 따라서
모두 추억으로 결정되어 버리는 것도 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아무리 십년을 죽고 못 살아서 만나다가도
하루만에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원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것은 상대방이 나 아닌 다른 이성이 생겨서 헤어질 때,
나와 헤어지기 전에 이미 만나고 있었을 때,
그 이성에게 투자를 더 많이 했을 때 더욱 깊어진다.

어차피 연인이란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활 반경이 겹치지 않는 이상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추억이 많은 사람이 부자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헤어졌다고 해도 그걸 분쇄기에 넣어서 산산히 조각을 낸 후에
다시는 찾을 수 없는 매립지로 보낼 필요는 없다.

헤어짐도 연애에 포함되니 말이다.
일단 잘 헤어졌다고 하는 것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본다.
전자는 '그 쓰레기, 잘 헤어졌어!'이고 후자는 '괜찮아. 잘 헤어졌어.'이다.
전자야말로 사실 잘 헤어질 필요가 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연애는 사업과 비슷하다.
경험이 없는 무리한 투자는 화를 자초하며,
사업 기대치를 현실성 있게 낮추는 것이 좋다.
마진이 50%를 넘는다는 등의 허황된 기대는 버려야하고
고객의 의식 구조를 이해해야 하는 것도 종요하다.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고,
막연한 기대로 사업 포기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나는 이 사업 포기 시점을 놓친 적이 몇번 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것 때문에 전체에서 본전을 찾지도 못하고
처절하게 도산하였음을 깨달았다.

일단 상대와 정말로 끝내고 싶지 않다면 해보는 것은 다 해보는 것이 좋지만,
이렇게해서까지 상대의 곁에 있는 것은 어떤 미래를 가져다주나 생각도 해봐야한다.
개인적으로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데,
대부분 그들은 헤어진 원인에 대하여 고치지 않는다.
떨어져있다가 점차 시간은 흐르고 미움은 걷혀가고
애틋함이 쌓이다가 그런 기분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기에 또 비슷한 문제를 두고 싸우다가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헤어지는 것도 사람에 대한 예의이니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자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만약에 생겼다면 눈치채지 않도록,
눈치채지 않도록 한다면 앞으로도 들키지 않게,
상대방이 약간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
상대방의 상태가 너무 나쁘지 않은 시기에 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막상 이별이 다가오면
너무 괴롭지 않도록 단칼에 잘라달라고 속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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