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from 시작/생각 2009. 7. 7. 22:59 by 케르베로스
연애에서 언제나 손해만 본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지금까지 했던 사랑을 돌이켜보면 아끼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주었다고 생각했고,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는 쪽이었기에
자신이 상대방보다 훨씬 많은 애정을 가졌다고 여겼다.
 
그들은 늦은 밤에 각자의 발자국에 대해
되직한 애증을 쏟아내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다가,
서로가 더 이타적인 사랑이었노라고 말했다.
 
갑자기 남자가 여자에게 제안했다.
그럼 우리가 사귄다면 누구의 애정이 더 커질까.
여자는 무슨 패자부활전이냐며 단박에 거절했고,
남자 또한 농담이었다고 의뭉스럽게 자신이 했던 말을 눙쳤다.

하지만 여자는 모든 것이 시시하게 느껴지는
깊은 밤이 되면 가끔 그 제안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어쨌든 자신이 더 좋아했을거라고 말이다.
그녀는 언제나 무언가를 내어 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물론 그 기회를 아무에게나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또한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은 된다고 믿었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그게 편하기에
그렇게 믿어버리기로 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랬기에 그런 어설픈 희생은
오히려 상대방의 권태를 앞당겼고,
사랑은 위태로웠다. 그 애정이 정말 그를 위한 것이었나.
또한 그에게 가는 것이었나. 내 만족을 위해 사랑했고,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어떤 새벽에 나는 생각한다.
사랑이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사랑한다고 머리 아픈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니라고,
그러니까 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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