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의 변주곡

from 시작/생각 2009. 7. 7. 22:45 by 케르베로스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거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밤이 있었다.
나는 사랑에 찢긴 너덜한 마음으로 울었고,
상대는 아마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다음에도 사랑이라는 것을 하긴 했으나
예전과는 달랐다. 적당히 주고, 적당히 받는 것이 편했다.
고전에서 말하는 숭고한 사랑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각박한 세상에서 내 마음 뉠 자리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어설프게 가리는 것보다 대놓고 그런 자세를 보이는 것이 서로에게 편했다.

누군가는 연애란 원형의 변주곡이라던데,
그건 사람이 바뀌어도 어차피 주체가 자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고,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고,
그럼으로써 내가 느끼는 기분이 연애다.

나는 가끔 누군가의 얼굴을 보며,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한탄하게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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