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합리화

from 시작/생각 2009. 7. 7. 22:43 by 케르베로스
레스토랑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오줌 누는 소년은 브뤼셀의 명물이다.
 
그 작은 소년을 보려고 인파가 몰려들고,
각국의 명사들은 옷을 선물하기도 한단다.
거기를 둘러본 사람들은 모두 명성에 비하여 너무 초라하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내가 유럽에 가게 된다면 거기를 지나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명해진 이유도 납득이 가고, 실망한 이유가 납득이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의 입은 타인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 주무른다.
가끔은 와전된 정보로 평생 그것을 옳다고 생각하고 살게 할 수도 있다니 무서운 일이다.

만리장성이 어떤 목적으로 지어졌고,
얼마에 걸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다시 들어도 흥미로웠다.

근데 갑자기 '인공위성에서 눈으로 유일하게 보이는 지구의 건축물'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괴로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폭이 좁은 곳은 겨우 이삼미터에 불과한 만리장성이 인공위성에서 보일 리가 없잖아.
지금 당장 육안으로 보아도 저 멀리는 실처럼 가느다랗게 보이는데,
길기만 길다고 보일 것 같냐.그러면 원효 대교도 인공위성에서 보이겠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른들과 같이 앉아있었던 나는 차마 잘난 체를 할 수 없었다.

인터넷은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다.
그리고 온갖 추측과 소문이 떠돌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무서운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조금 고약하더라도,
모든 것을 의심하는 버릇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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