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from 시작/생각 2009. 7. 7. 22:27 by 케르베로스
누구나 자신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모두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은 없다.
마음 속에 담겨진 수많은 생각들을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명을 한다해도 이해받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일지 모른다.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미운 마음, 짜증나는 마음 등등등.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 있고,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으면 병이 될 수도 있고,
어떤 것들은 말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누구 말처럼 세상에는 내가 절대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제는 알 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일 일지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나와 직접적으로 상관이 있는 일이든, 아니든.
이제 조금은 진짜 어른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인간은 순간순간의 기분만큼은 절대 숨기지 못하지만
그외의 내 생각을 숨기는 데에는 타고난 소질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아무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 지 못한다.
그것이 내 외로움의 핵이다.
아마도 '나'를 털어놓고 나면 거부당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스스로 흔들리게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지 모른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것들을 털어놓고 도움 받기를 거부하면서도
그런 내 자신을 외롭다고 생각한다.
웃기지 않는가?
스스로 자초해 놓고도 외롭다고 힘들어 하다니.
그 누가 나를 이해하겠냐며 오만을 떨다가도 다음 순간,
누군가에게 그래도 나만큼은 너를 이해한다는 교만을 떤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든다.
가끔씩은 나는 내가 너무나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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