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from 시작/생각 2009. 7. 7. 22:27 by 케르베로스
내게 공식적인 일이 아니라면,
사적으로 여러 사람을 상대하는 건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 학교의 사람들이라면.
사실 어렸을 때도 학교에 이렇다할 친구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공적인 시간엔 딱부러지고 똑똑한 척 하면서
사적인 관계에서는 어리버리하고 약지 못했던 내가 꽤나 좋은 공격 대상이었다.
소위 말해 눈치가 없었던 것이다.
집중하지 않을 때는 항상 나사가 어딘가 하나 풀려 있곤 했었으니까.

성적표만 나오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싫었고,
친구라고.. 가끔 집에 놀러 가면 오직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이번엔 전교 몇등했다고 소개되는 것도 싫었다.
으레 친구 어머니도 이번 전체 시험에 몇개 틀렸냐고 묻는게 예사였다.
나와 달리 열두시까지 예사로 학원에 있던 아이들이었다.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다.

출세욕을 가지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고,
내 마음은 지나치게 상처를 쉽게 받았다.
그밖에도 너무 많은 일들이 어린 나를 흔들고 있었다.
학교생활이고 공부고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몸에도 마음에도 병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습관적으로 나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했다.
공적인 얘기 말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내 곁에 다가올 수 없었다.
나도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어떤 세계든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어려울 정도로 빠졌다.
사람을 미워하고 아파하는 대신 그 사람을 내 안에서 지워버렸다.

시간이 지나고, 주변의 도움으로 점점 나아지게는 되었지만..
아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인지.
정말로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하긴 요 전부터 이젠 괜찮아, 하고 생각하는 순간에 나약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글 보면 누군가는 나약한 게,
도망치는 게 나쁜거라고..  비웃을 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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