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from 시작/생각 2009. 7. 7. 22:25 by 케르베로스
나는 그대로 있는데
시간은 잘 흐른다.

누군가가
너란 놈은 현재라는 이름의 미래에
사는게 아니라
과거의 추억에 파묻혀 사는 것만 같아.
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아무래도 난 상관 없다.
잘 지내고 있으니까...

이른 아침 햇살이 너무 좋아
슬픈 노래를 흥얼거리며
공원으로 갔다.

딱히 열정을 가지고 할일도 없고
딱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을 수는 없을까?

귀찮기만 하다.

짙은 회색연기를 마시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느끼고
오후 늦게까지 있었다.

예전에는 오후5시만 되어도
주위의 그림자는 볼 수가 없었는데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지
6시가 넘었는데도 그림자가 나를
따라온다.

내 그림자에 내가 흠칫 놀란다.
나라는 존재가 스스로 부담스럽다.

여전히 나는 그대로 있는데
시간은 언제나 잘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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