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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짧은 만남 2009.12.26

짧은 만남

from 시작/생각 2009. 12. 26. 07:19 by 케르베로스

2년 만에 만나는 거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우유향이 났던 거랑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는 게 전부.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말, 듣고 싶은 말이 넘쳐 났지만
조급해하지 말자며 어깨를 움츠리고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로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며 거리를 서성 거렸다.

만나기 전 날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생각했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에는 아기 같았는데 이제는 정말 아가씨가 되었다.
라고 생각하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이런 저런 말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우습다.

2년 만에 만난 것 치고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고
꽤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거리를 걷고 서로를 놀리고 괴롭히고 웃고...

확실히 녀석이랑 있으면 너무 편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얘 때문에 그렇게 괴로워했는데
녀석은 그건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거라고 했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콩깍지라는 게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벗겨지지 않는거야?

헤어질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지하철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는데 그걸 봤는지 울지 말란다.
난 안 울었다고 주장했지만 다 봤다면서 괴롭혔다.
이제 또 몇 년의 시간이 지나야 간신히 볼 수 있겠지?
라는 게 계속 가슴을 때리고 때리는 데...
뽀뽀하는 거 힘들다니까 연습해오란다. 누구랑?

여전히 녀석과 나의 관계는 미로처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녀석 때문에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나와 그 녀석을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정말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짧은 만남 이었지만 행복했고 즐거웠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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