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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사는 세상 5 2011.01.18
  2. 누가 나를 위해 주지? 2 2010.07.28

내가 사는 세상

from 시작/생각 2011. 1. 18. 17:49 by 케르베로스


전화 한통에 잠을 깨서 샤워를 했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다가 어제 밤 늦게 비가 내리더니 추웠는지 샤워를 끝내고 나니 어질어질한게 몸상태가 썩 좋지 못했다. 체력이 고작 날씨 하나에 왔다갔다 하는 꼴이 우스워 억지로 시티에 나가기로 결심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지만 딱히 뭔가를 먹고 싶지도 않았고 배가 부르면 나태해지는 성격탓에 그대로 몇군데를 옮겨다니며 이것저것 정보를 모았다. 딱히 포지티브한 정보는 없었다. 네거티브 하거나 임파시블한 일들이 나열되고 결론은 자기들한테 유리한 길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정보제공이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정보를 획득하고 조금은 가라앉은 기분을 바꿔보자 자주가는 카페에 갔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한국과 통화하기가 힘들었고(또한 옆에 앉아 있던 늙은 손님이 굉장히 이기적이었다.) 결국 급하게 아이스 롱 블랙을 마시고 다시 밖으로 나와 골목을 돌아나와 통화를 마쳤다.

몇 통의 전화를 더하고 예약을 하고 다시 다른 몇몇 곳을 찾아갔지만 몇 시간 전에 획득한 정보와 대동소이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마치고 나니 오후 5시 30분이 넘은 시간, 하루종일 먹은 거라고는 아이스 롱 블랙, 설탕 2 스푼이 전부였지만 헛구역질이 나려고 했다. 결국 저녁은 먹지 않기로 결심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지옥이 따로 없다.

집에 전화할 때는 밝고 긍정적으로 대화했지만 사실 답답하다.

그렇다고 어둡고 부정적으로 있다가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내가 더 잘 알기에 막연한 두려움 불안감에 또 한발을 걸쳐놓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억지로 고함을 치고 해보자고 거짓 용기를 낸다.

이런 세상에는 아무도 초대하지 못하겠다. 허세니 자의식과잉이니 상황에 대한 과민반응이니 성격이 부정적이니 너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다든지 등으로 나를 욕하더라도 상관 없지만(그게 사실일지도 모르니까) 그냥 힘들어서 힘들다고 말하는 것 뿐이다. 그걸 좀 길게 헛소리와 함께 적은 것 뿐이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나는 굉장히 좋다. 나는 활자로 말하는 게 좋아서 이러는 것 뿐이다.

어찌 되었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져야 내 세상에 내가 아닌 그 누구라도 초대해서 나 요즘 이렇게 살아, 인생 살만하지 하하하~ 라며 웃을텐데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 시간 돈 현실 삼박자가 삐걱거리는데 쓴웃음이라면 모를까 마음씨 좋은 아저씨마냥 허허 거리지는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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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위해 주지?

from 시작/생각 2010. 7. 28. 19:56 by 케르베로스


알람 소리에 간신히 일어나서 창 밖을 봐도 달이 하늘 높은 곳에 걸려 있는 어두운 새벽에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고 있으면 이래저래 참 슬퍼진다. 잠자리에 누울 때는 왠지 이대로 죽을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용케 나는 또 하루를 더 살겠구나 싶다.

중학교 때 이야기가 이미 10년 전의 일이고 고등학교 때 이야기도 곧 10년 전 일이 되어버린 지금의 나는 그때와 같이 하나도 변한 게 없는 데 어찌 거울 속의 나는 조금 초췌해보이고 많이 늙어버린 느낌이다.
그 때 내가 꿈 꾸던 내 모습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흐름을 타고 나도 이제 어떻게 될 지 조금도 모를 인생을 살고 있다.

사실 힘들다 말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본다. 여태 부모님의 도움으로 별 걱정없이 편하게 공부만 했으니까 이제는 나도 내 인생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차례라고 생각한다.

다 좋은데 제일 힘든 건 누가 나를 위해 주는 걸까?

나보고 힘내라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를 응원해줄 그런 존재가 너무 필요하다. 그래, 나도 이거 적고 있다보니 무슨 개소리인가 싶고 나이 먹을대로 먹은 놈이 무슨 놈의 투정인가 싶다.

그런데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잖아. 내 개인적으로 인간 관계 형성이 더딘 것도 사실 이지만 그렇다고 남이라고 볼 수 있는 관계, 일종의 단기, 장기 계약의 형태에서 어떤 것을 더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니까...

결국 내가 나를 챙겨야 하고 믿을 건 나 하나 인데 가끔은 그런 내가 못 미덥고 그런 내가 지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시작이고 언젠가는 부모님도 없어질 그 날이 오면 내가 중심을 잡고 서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삶이라는 건 참 재미 있어서 늙어버리고 초췌한 내 모습을 슬픈 눈으로 보다가 의미 없는 헛웃음을 가볍게 짓고 나갈 채비를 마저 한다.

어찌 되었건 시간은 멈추지 않고 죽지 않은 나는 또 하루를 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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