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이라는 시간의 무게

from 시작/생각 2010. 5. 8. 20:41 by 케르베로스

제목은 조금 장난을 쳤는데 사실 2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그냥 저렇게 적어봤다.

드디어 호주 온지 2년이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파란만장 한 거 같기도 하고 유유자적 편하게 지냈다 싶기도 하고...

사실 1주년과 달리 2주년은 기분이 조금 묘하다. 호주라는 곳에 대한 생각도 유학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많이 변했다. 가장 큰 건 2년간 도대체 나는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한 실망감이 제일 크다.

처음에 호주에 왔을 때는 자유랄까? 해방감 이랄까? 마음이 편했다. 새로운 출발 같았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자신감이 내 안에 가득했고 깨끗한 자연, 여유로운 생활, 신기한 문화들을 접하며 호주는 정말 좋은 나라 같았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지금도 호주는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를 가던 똑같은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전혀 조금도 편하지가 못하다.

과제, 시험, 인터뷰, 다음학기를 위한 취직, 이사, 금전적인 문제까지 하루하루가 벅차다.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새장에 갇혀 있는 기분이다. 탈출했다고 생각했지만 호주에서도 나는 여전히 새장 안에 있는 거 같다.

특별할 게 없다. 여전히 내 삶의 주는 공부이고 공부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다. 웃을 일이 없다. 한국과 전혀 다르지 않다. 오히려 퇴보한 기분이다.

편안하게 쉴수 있던 집은 언제든지 이사갈 준비를 마친 잠자는 곳으로 변했고 맛있는 어머니의 요리는 조촐한 2첩반상(때로는 1첩반상)으로 변했다. 초고속 인터넷은 느려터진데다가 용량제까지 더해졌고, 교통비는 매년 증가해서 일주일에 3만 2천에서 4만 2천원으로 올랐다. 때때로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대화가 힘들거나 무시당하기도 한다.

같은 건 한국이나 여기나 취직하기는 더럽게 힘들다는거다.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래,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다. 그런데 힘든 건 힘든거다. 지쳤다.
2년 이라는 시간의 무게에 나는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도대체 나는 그 시간동안 무엇을 얻었을까? 그리고 남은 1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동안 나는 또 무엇을 더 잃을지 무섭다.

잃은 만큼 얻었기 바란다. 지금 당장은 모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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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한국이라는 서버에서 캐릭터를 키우다가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익숙하면서 굉장히 어색한 캐릭터가 눈 앞에 뛰어다니고 있었다. 정보창을 열어서 스탯과 스킬을 확인해봤지만 어쩌다가 이런 쓸모 없는 캐릭터가 되어 버렸을까? 라는 의문 말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평범하게 게임을 했다면 잘 하지 않는 "고등학교 자퇴" 나 "나의 수능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지" 같은 퀘스트도 완료했고 분명히 성실히 2년 2개월을 나라와 국민을 위해 군복무 했지만 사회 나오면 천대 받는 "아무리 그래도 어차피 넌 공익이잖아" 라는 퀘스트도 완료해 있었다. 이래서는 만렙은 커녕 앞으로 새로 나올 퀘스트는 뒷전으로 한 채 친구들처럼 "공무원 시험 준비합니다" 퀘스트에 매진할 거 같은 불안함이 가득했다. 게다가 내 전직 랭크는 "고졸" 에서 멈춰 있었기에 당장 "대졸" 랭크로 업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장난 아니었다. 요즘 다들 대졸 랭크는 찍잖아. 나만 안 하면 이상하잖아.

그때 마침 ~호주라는 서버에 오셔서 새롭게 시작하세요~ 라는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고 이미 호주라는 서버로 넘어간 친동생님의 "지원 가능함" 라는 말과 부모님은 아무것도 안하는데 괜히 내가 눈치 보여서 피하고 싶은 분위기 등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호주라는 서버에서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모든 건 결국 내가 결정한 것이고 친동생이나 부모님을 원망한다 식으로 해석하면 많이 곤란하다.)

대망의 2008년 5월 호주라는 서버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시작했다. 아기마냥 영어라는 언어도 새로 습득해야 했고 모든 게 낯설고 신기했다. 물론 쉽지 않는 일이었다. 한국이라는 서버에 두고 온 많은 것들이 그리웠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두려움이 나를 괴롭혔지만 또 한편으로는 재밌었다. 나는 아예 호주라는 서버에 정착하기 위해 "영주권" 퀘스트에 돌입하고 퀘스트 완료에 도움이 되는 요리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친동생과 부모님의 아낌 없는 지원으로 정말 어렵게 게임하는 분들 보다 편하게 퀘스트를 해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퀘스트 완료 조건의 변화가 시작 되었다. 요리사 학교 입학하려면 아이엘츠 5.0 점수를 받아야 하던 게 5.5 로 상향 조정 되었다. 뭐 0.5? 까잇거 해주지. 라며 어떻게 무사통과 했다. 그런데! 또 완료 조건이 변해서 졸업 후 영주권 신청시 아이엘츠 점수 6.0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라? 힘들겠네.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라고 생각하며 우선 열심히 견습 요리사 경험치나 모으자. 라며 어떻게 성실하게 살았다. 그런데! 결국 어제 아침 요리사는 퀘스트 완료에 도움이 되는 보너스 점수를 삭제했습니다. 라고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세부사항은 4월 달에 발표나요. 지만 학교의 수많은 견습 요리사들이 혼란에 빠졌다.

물론 순수하게 요리가 좋아서 견습 요리사 코스를 받아오던 사람들의 혼란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요리사도 되면서 영주권 퀘스트도 완료하자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정말 많이들 힘이 빠져 버렸다. 이래저래 알아보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해봤지만 결국은 다시 한국 서버에서 해야 할 거 같다는 결론이 지배적이었다. 2년 간의 그리고 남은 1년 과 그동안 투자한 돈과 시간은 결국 한국이라는 서버에서는 별로 유망한 직업도 아닌 요리사라는 직업을 습득한 걸로 끝이 날 거 같다.

도대체 난 왜 이렇게 운이 나쁜 걸까? 처음 호주에 왔을 때는 딴 생각하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나도 이 나라에서 나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나라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결국은 다시 한국 돌아 가란다. 부모님한테는 괜찮을 거다. 걱정하지 마라. 방법이 있겠지 정도의 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욕 밖에 안 나오고 허탈하기만 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고민해봤지만 참 막막하다. 프렌치 요리를 배운 요리사의 취직율은 과연 어느정도 될까? 영주권을 따면 애인님과 결혼해야지라고 했던 아는 형은 한국에서 요리사 해봤자 얼마나 벌겠어. 그보다 취직이나 될까? 라더니 에휴~ 혼자 살아야지. 결혼은 무슨... 이라며 절망에 빠졌고 나 또한 나이는 점점 차고 혼자 살아야 하는 건가? 싶었다.

참 사는 게 힘들다. 한 편으로는 화가 막 나고 한 편으로는 담담하다. 살면서 느끼는 건데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는 거 같다. 그러니까 도대체 행운 스탯은 어떻게 하면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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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from 사진/일상 2009. 12. 18. 11:45 by 케르베로스









지금 있는 사진들은 대형 쇼핑몰 위주의 크리스마스 장식과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한정적으로 운영하는 걸로 보이는 승마경찰!

10월 초순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더니
12월 중순부터는 그냥 벌써 크리스마스.
그런데 한 여름이라 너무 더워서 별로 실감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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