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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주차 한탄

from 시작/생각 2010. 7. 16. 19:06 by 케르베로스

신은 왜 주유를 보내시고 또 제갈량을 보내시었는가.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말인지, 삼국지라는 게임에 나오는 말인지 아니면 삼국지 관련의 만화 혹은 소설에 나오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유가 저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지금 딱 내 기분이 그렇다. 상대는 바로 오믈렛!(응?)

오믈렛은 악마의 음식이 분명하다. 우리 가게 음식 중에서 제일 어렵다. 다들 2주 정도 지나면 만들어 낸다는 데... 난 모양은 나오는데 윗부분이 찢어진다. 정말 만들기 싫다. 만약에 내가 다른 가게에 가서 밥 먹을 일 있으면 무조건 오믈렛 시켜서 그쪽 쉐프 실력을 평가하도록 해야지.


연애? 하고 싶지. 대로변에서 지랄발광을 떨 정도로 하고 싶지.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못 하겠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 수록 사랑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만큼 더 가난해져서 포기 할란다.

말하려고 하면 3일 밤낮을 내내 떠들수 있는데 싫다. 귀찮다. 게다가 지금은 푹 자고 일어나서 별로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가 않다. 나중에 술이나 마시면서 궁상이나 떨어야지.



인생 = 돈, 요즘 느끼는 거지만 진짜 저거 진리 아냐?

사랑, 우정, 열정, 희망, 성실, 가족, 보람, 꿈 등등 각종 듣기만 해도 세상이 밝고 환해지는 그런 단어들이 정답이 아닌 거 같아.  원래 난 야망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는 참 밍밍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정말 단란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꿈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꿈이 쉬운 꿈이 아닌가 싶더니 벅차게 느껴지더라.

그래, 돈이 깡패고 진리지.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게 의식주 라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돈이 필요하더라. 그런데 웃긴 건 사람답게 살려고 돈을 벌면서 개처럼 일하고 있잖아.


그림은 영화 비열한 거리의 포스터 중 일부. 조인성씨는 저런 표정을 지어도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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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마 전 일하다가 물청소 마치고 미끄러운 계단에서 넘어졌는데 팔꿈치에 깊은 상처에 생겼다. 온 몸이 아프고 쉐프 옷의 오른쪽이 순식간에 붉게 물드는데 바로 일어나서 티타월로 팔꿈치 감싸고 피 닦아내고 일했다.

그래, 내가 미련한 건지도 모르지. 그 순간에 병원 갈 수도 있지. 그런데 사람이 그게 안 되더라. 20분만 더 일하면 오늘 마감인데 나 때문에 가게 하나를 마비 시킬 수도 없잖아. 그냥 내가 일하다 죽고 말지.

이런 성격 참 괴상하다는 건 나도 안다.

집에 오는 길에 약국에서 이것저것 사서 집에서 혼자 치료하는데 팔꿈치라 잘 보이지도 않고 피는 안 멈추고... 병원은 예약하면 일주일 후에 진료 가능하다고 하고 그렇다고 $200 내고 응급실 가도 최소 5시간 기다려야 된다네.

간신히 약 바르고 피 나던 말던 붕대로 칭칭 감고 약국 들렸다가 오는 길에 일식 테이크어웨이 전문점에서 점심때 만들어서 팔다가 남아서 반값 할인하는 장어 덮밥을 "피 흘렸으니까 단백질 먹자." 라며 혼잣말을 하고 우걱우걱 씹어 먹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길래 밥 먹다 말고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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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잘 자고 일어나서 왜 이런 일을 적고 있나 모르겠다. 그냥 좁은 방에 혼자 있으니까 대화할 상대도 없고 자꾸 나한테 내가 말 걸고... 현실을 보자니 울고 싶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있으니 그것도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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