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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변하는 것들에 대한 변하지 않는 2010.11.26

변하는 것들에 대한 변하지 않는

from 시작/생각 2010. 11. 26. 19:11 by 케르베로스


외국 카페의 장점은 인터넷이 가능하고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몇 시간을 있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덕분에 공부하러 혹은 시간을 때우러 답답하고 자료 찾기도 힘든 도서관보다 카페를 자주 찾게 되는데 문제는 시티의 카페는 비싼 땅 값만큼 테이블들이 오밀조밀하게 배치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 타인과의 물리적인 가까움이 불편한 나는 결국 손님이 없는 즉, 망하기 좋은 카페를 발견하게 되고 그 곳의 단골이 된다는 점에 있다.

일을 마치고 나면 학원이 시작하기 까지 2시간 가량 여유가 있는 나는 카페를 찾아 단골이라는 이유로 공짜나 다름 없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이나 죽치고 공부를 하는데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 카페 입장에서는 참 좋지 못한 손님일 것이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얼마동안 이용하던 카페가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문을 닫아 버리고 기분이 착잡해졌다.

어차피 세상 모든 게 변하기 마련 이겠지만 그동안 나름 편하게 지냈던 곳이 사라진다는 건 확실히 좋은 기분일 수는 없다. 당장 새로운 카페를 찾아야 한다는 걱정도 있지만 내가 남긴 어떠한 흔적 자체를 고스란히 잃는다는 건 참 사람을 외롭게 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의 상황도 비슷하다. 각자의 사정으로 모두가 떠나버리고 이제는 처음의 내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홀로 남은 나는 옛추억에 잠겼다가 이내 씁쓸해진 기분으로 쓴 웃음을 짓고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오래된 기억을 떠 올린다.

나 또한 나만의 사정으로 정든 곳을 떠나야 할 테고 언젠가 나의 기억은 아름답게 꾸며져 좋았던 시간, 좋았던 사람들로 기억된 채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게 되겠지만 결국 그건 변하는 것들에 대한 변하지 않는 것의 마지막 배려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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