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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하는가? 2011.03.27
  2. 신뢰라는 단어의 무게 2009.11.29

왜 하는가?

from 시작/생각 2011. 3. 27. 16:09 by 케르베로스


아주 어렸을 때 가족여행으로 해인사로 놀러갔던 적이 있다.


거기서 만난 스님은 지나가는 수많은 방문객 사이에서 내 손을 붙잡고 "왜 공부를 하느냐?" 라고 물었고 나는 당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요." 라고 답했었다. 하지만 스님은 "모르는 걸 알기 위해서 하는 거란다." 라는 말을 하고 나를 놓아주었고 나는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얼른 부모님의 뒤를 쫒아 갔었다.


문득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때 일이 생각났고 "왜 공부를 하는가?"는 질문에 나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입니다." 라고 답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왜 그런 답이 떠 올랐냐면 사람답게 사는데 가장 필요한 건 돈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그럼 왜 하는가?


왜 일어나고, 운동을 하고, 샤워을 하고,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돈을 벌고, 고민을 하고, 무언가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왜 사는가? 와 연관되기도 하는 것 같지만 인간 답게 살기 위해서라는 답은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하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아마 평생을 의문해도 답하기 힘들 거 같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그 도를 아십니까? 라는 도, 즉 길이라는 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 나가는 거라고 한다. 무도는 끊임없이 무에 대해서 생각하고 수련을 하는 것이며 선도는 선함에 대해서 생각하고 선한 일을 하는 것이며, 이러한 것들 함으로 인해 그 길을 걸어 나간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아둥바둥 거리다가 기어다니고 걷고 달리기 시작하면서 사람은 각자의 도 를 완성해 나가기 시작하고 그게 인생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남들보다 빠르게 그 길을 개척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느리지만 주변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걷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생각하는 것들이 이리저리 섞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애매해지기는 했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인간다운 대접을 받으며 인간답다고 느끼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힘들어 하고 고민해가며 때로는 너무 지쳐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너무 큰 보람에 인생은 아름답다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속해서 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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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라는 단어의 무게

from 시작/생각 2009. 11. 29. 20:47 by 케르베로스


한국이나 외국이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겠지만 의식주 같은 생활 필수 조건을 제외하고 가장 필요한 건 우습게도 인간이다. 그냥 인간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인간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인간이 아니겠는가?

결혼한지 3년도 되지 않은 신혼의 아는 누나에게 "누나, 결혼의 장점이 뭐야?" 라고 물었을 때 "내 편이 생겼다는 거?" 라는 대답이 돌아왔듯이 믿을 수 있는 인간의 잠정적인 완성 단계는 서로의 편에 서주는 것이다. 물론 무턱대고 일방적인 신뢰는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말 자체는 너무나도 달콤한 과일과도 같이 다가온다.

타국에서 소수의 같은 나라 사람들 중에서 나와 인연의 끈을 맺은 사람들은 정말 소수의 소수이지만 그 몇 안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현재 자신의 이득을 위해 혹은 앞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가치를 평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참 슬프다.

속인다고 해서 내가 끝까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넌 이번 일에서 빠져야 겠다." 고 말한다면 잠깐 섭섭하겠지만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믿음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쓸모 없는 자식." 이라고 한다면 이건 당연히 그 사람에 대한 믿음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간혹 사람을 상대하는 게 나는 정말 힘들다. 혹은 사람을 믿는 게 나는 정말 힘들다. 라고 말을 하면 나를 이상하게 보거나 무슨 사회부적응자처럼 대하는 데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상대의 등 뒤를 찌르는 일을 하기도 하는 거고 자기도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상대의 등 뒤를 찌르기도 하는 거고 자기가 원해서 상대의 등 뒤를 찌르기도 하고...

그러니 함부로 나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똑같고 당신도 똑같고. 오십보 백보. 다만 이번 일에서 배신감을 느낀 건 나니까 난 그냥 한심한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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