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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from 시작/생각 2010. 6. 4. 22:38 by 케르베로스


첫 문장부터 조금 웃기긴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경상도 분이시고 나의 어머니도 경상도 분이시고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공부를 한 곳도 경상도이고 여행을 제외하고 경상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아주 그냥 네츄럴 본 경상도 인 남자이다.

그런데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하다보니 어찌 된 게 한국인들만 날 한국인으로 안 본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어차피 백인들이야 아시아인들 구분을 잘 못하니 둘째치고 아시아쪽 친구들은 다들 넌 가만히 보면 한국인 같아. 라고 말을 하는데 유독 한국 사람들만 나를 다른 나라의 아시아 인으로 생각하더란 말이다.

뭐 그런데 그럴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같이 공부하는 형은 비행기 탈 때마다 일본어로 인사 듣는다고도 하던데 말이다. 그런데 진짜 그런데 우리 전투민족 한국인들은 왜케 날 까냐? 외국인 이라고 생각해서? 아니면 내가 깔 곳이 많아서? 내가 만만해서?

자주 가는 카페가 하나 있는데 그 날도 커피 하나 시켜놓고 필살 과제 모드에 돌입해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남자 한명과 여자 두명이 앉더니 이런저런 호주생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화제가 나로 바뀌더니 신나게 나를 깐다. 카페에 혼자 왔다. 패션이 저질스러운거 보니 중국계 인가 보다(검은색 모자에 회색 후드 점퍼에 평범한 티셔츠랑 청바지, 컨버스 신발 신고 있었음. 그렇게 저질 스러웠나?) 카페에서 과제하는 모습이 허세가 쩐다 등등등...

우연히 거기서 일하는 같은 학교 녀석이 일 마치고 퇴근하다가 날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 나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하더라. 하긴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까서 미안합니다 라고 말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그런데 그런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고르거나 음식을 주문하기 전 고민하는 사이에 거리를 걷는 사이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어딘가로 이동하는 그 사이사이에 나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험담을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는거다.

기분 상한다고 하나하나 반응하면 나만 귀찮고 힘들어지고 그렇다고 무시하고 넘어가자니 신나게 까인 삐에로가 된 기분이고 마음 같아서는 싸그리 다 고소크리 때려서 아주 고생을 실컷 시켜주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을 뿐이고...

까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부터 그냥 외국인이니까 까는 것도 있고 하여튼 좀 심하다 싶다. 그래, 니들 참 잘 나셨어요. 한국 돌아가시면 왜 이래 나 유학파야 라며 어깨에 힘 팍 주고 다니시겠죠.

나야 같은 한국인이니까 나를 까도 에효~ 거리며 블로그에 툴툴 거리면 끝이지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 그런 소리 듣다보면 한국인 이미지가 아주 좋아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방예의지국 같은 옛 말은 그냥 옛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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