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느리다.

from 시작/생각 2014. 9. 6. 01:57 by 케르베로스


동생과의 대화에서 깊은 짜증이 났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생각의 속도라는 걸 종종 느끼는 데 나는 순간적인 판단이나 정리에 있어서는 꽤나 둔한 편 인 것 같 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정도 그 일에 대해 곱씹은 다음에야 만족스러운 결론이 나온다.

이 글 역시 6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정리가 되었다.

전여친과 다시 사귀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동생은 꽤나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래도 동생은 내 여자관계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전여친과의 두번의 헤어짐을 알고 있고 또한 형제로서 걱정스러운 마음에서의 반응이였을테지만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내가 내린 불쾌해진 이유는

간단하게 피해자인 내가 괜찮다고 나는 피의자를 용서하며 심지어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제3자가 나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사건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고 했다는 점이다.

물론 인간관계에서 명확한 피해자, 피의자, 제3자 를 나누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이 일 역시 그렇게 구분 짓기에는 복잡한 이야기 일테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팩트는

나는 도저히 이성적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여친을 사랑하며

동생 역시 아끼고 사랑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내 삶의 흐름에 내가 아닌 타인(신이라 할 지라도)이 간섭하는 일은 심히 불쾌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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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의 거리

from 시작/생각 2010. 6. 27. 19:22 by 케르베로스


내가 무지 이기적이라서 그런지 요즘 상황이 힘들다보니 그냥 너무 보고 싶다. 그런데 우습게도 보고 싶다고 말을 못하겠다.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 나서 두려워서 그만둔다.

같이 공부하는 아는 형 이야긴데 그 형이 1년 만에 한국 들어갔을 때, 한국 있는 내내 태연하던 여자 친구가 가는 날 엉엉 울면서 왜 자기는 남들처럼 연애 못하냐고 괜히 너 같은 거 좋아해서 자기는 상처 투성이라며 그러더란다.

그래서 결국 헤어졌다고 그 형은 도저히 그런 상황을 견딜 수가 없어서 헤어졌다고 술 마시면서 내 앞에서 엉엉 울었다.

내가 모자라서 생각을 깊이하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생각해보면 진짜 무서운 이야기다.

만약 그 녀석이 내가 외국에 있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것도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면 나따위는 어떤 다른 것에 가볍게 뒤로 밀려서 생각나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다면 그것 또한 너무 싫을 것 같다.

그래서 보고 싶다고 말을 못하겠다. 내 말에 녀석이 와르르 무너질까봐 아니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을까봐...

벌써 녀석을 만난지 반년이 지났다. 내년 1월까지는 학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기도 힘들고 사실 비행기 표 값도 만만치 않은 편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나는 그 녀석이 차라리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그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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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몇 번이나 생각나?

from 시작/생각 2010. 6. 13. 20:51 by 케르베로스


겨울이 오고 한동안 비가 계속 내려서 마음이 울적했는데 요즘은 추운 건 그대로지만 다행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뜻하다.

이런저런 일로 마음은 복잡하지만 어찌되었건 8주차를 무사히 보냈고 남은 9주차만 어떻게 넘어가면 이번 학기도 끝이구나 싶고 9주차 월요일이 영국 여왕님 생신이라 공휴일인데다가 때마침 월드컵 개막이라 금요일부터 괜히 마음이 여유롭다.

캔버라 갔던 친동생이 남은 일처리를 위해 집에 오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친한 형님이 와서 남자 3명이서 맥주 마시면서 그리스 전을 봤다.

승리의 기쁨에 겨워하다 자고 일어나니 한가한 일요일 아침이 어쩜 이렇게 맑고 투명할 수 있는가? 진짜 이런 날에는 달달한 연애하고 싶다. 아침 늦게 여친 데리고 카페 가서 브런치 먹으면서 수다나 떨고 말이다.

 적적하다. 변방의 요새에서 성벽을 지키는 늙은 병사 같다. 명예도 돈도 없는 이 곳에서 나는 무얼 지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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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는 말은 언제나 묘하다.

from 시작/생각 2010. 3. 14. 22:29 by 케르베로스


몸은 한가한데 고민할 게 많아서 살짝 정줄 놓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늘이 화이트 데이. 사실 내가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딱히 의미가 있는 날은 아니지만(물론 미안하게 생각함) 부랴부랴 문자도 보내고 이메일도 쓰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나니 조금 허탈하다.

녀석은 쿨데레라서 그런건지 날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건지 혹은 연애세포가 남들보다 적은건지 아니면 바빠서 인지(수많은 가정의 연속) 장거리 연애를 하면 이런 날 섭섭할 법도 한데 아무 말도 없다.

메일을 다 적고 나면 안녕 이라고 적는데 안녕이라는 말이 참 묘하다. 외국인 친구들이 Hello 와 Bye 를 한국말로 가르쳐 달라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우리나라 말로는 둘다 "안녕" 이라고 한다고 다만 억양이 다르지 라고 가르쳐 주는데 그러면 거의 대부분은 "그래? 그거 흥미롭군." 이라며 신기해 한다.

물론 안녕, 잘가 로 가르쳐 줄 수 있지만 내가 딱히 어디 다른 곳을 가는건 아니고 공통된 공간에서 위치의 변경만 있을뿐이니 왠지 그건 조금 아닌거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다.

아무튼 안녕이라고 적고 나면 이게 또 영원히 안녕 이라는 의미인 거 같은 예전 이별의 기억이 떠올라서 소심한 새가슴에 다음에 만날 때 까지 안녕 이라고 고쳐 적고는 속으로 보고 싶다를 덧붙인다.

언젠가는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와서 우리 사이에 안녕 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될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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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중성

from 시작/생각 2010. 3. 2. 19:37 by 케르베로스


요즘 가끔 생각하는 게 있는데 결국 사람은 두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하나는 대외적으로 자기가 표현해야 하는 표현해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며 환경적으로 혹은 자기 스스로 바라는 모습인 외면성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타고난 어쩌면 주변의 시선으로는 조금 이상하게 보일 지도 모르는 내면성 이 있는 것이다.

그냥 어디서 주워들은 내면성과 외면성의 이중성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단어들의 느낌이 이런 것을 설명하기에 가장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것 뿐이지 그쪽에 대해서 난 무지하다고 해도 상관 없다.

어찌 되었건 내면성과 외면성이 같아서 언제나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겉으로는 안 그런데 실제로는 다른 사람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츤데레라는 용어도 생기고 인기를 끄는 거겠지.

내가 아는 당신은 굉장히 부지런하고 차가워보이며 자신의 발전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또한 당신은 굉장히 게으르고 깜짝 놀랄만큼 귀엽기도 하다. 그런 당신이 가끔 내게 보이는 이중성이 나는 너무나도 반갑고 사랑스럽다.

아직 난 당신에 대해서 새끼 손톱만큼도 모르지만 혹은 그런 얇은 지식으로 인한 오해일 수 도 있지만 가끔 당신의 진심어린 응석이 벽을 허무는 느낌이다. 저런 모습은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절대로 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어떤 사람의 외면성만 보고 그 사람에게 빠지고 어찌보면 그 사람의 진실과 같은 내면성에 충격을 받고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실망하고 도망치는 타인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오히려 당신의 내면성을 알면 알수록 더 빠져 드는 것 같다.

상대를 이해하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인데 20년 이상을 알고 지낸 친동생과도 도저히 좁힐 수 없는 성격, 이상, 행동양식의 차이점에 괴로워하고 이해하기를 포기하는데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편하다.

넌 편해서 좋아. 라는 말은 그런 의미 인 것 같다.

물론 나는 버림받은 적이 있는 몸이라 네가 또 나를 버릴까봐 매일매일 걱정하고 불안해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조금 더 너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것 또한 이해할 각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버림 받을 각오가 생겼다니 그것 또한 참 어리석고 우스운 이야기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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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조언

from 시작/생각 2010. 2. 24. 20:19 by 케르베로스

사진 출처 http://mimic.tistory.com/502

사람은 하루하루 수많은 결정 속에서 살고 있다. 가볍게는 오늘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부터 크게는 이 사람과 결혼할까? 라던지 이 프로젝트를 시행할까? 같은 것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결정을 내리는게 쉬울 때도 있지만 분명히 어려울 때도 있기에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고 이미 그런 일을 체험했거나 그런 방면에 깊은 연구 혹은 공부를 마친 전문가의 조언은 매우 도움이 된다.

분명 조언자의 수가 한정적이고 조언자의 자격이 객관적이며 조언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논리적인 일이라면 좋겠지만 요즘 시대는 수많은 조언자의 수에 검증이 되지 않은 조언자의 자격 그리고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없는 애매한 문제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이건 아니야 하지만 저건 옳다 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이건 옳다 하지만 저건 아니야 라고 한다. 누구는 20대에는 이런 일을 꼭 해봐야 해라고 하고 누구는 이런 일은 절대 하지 마라고 한다.

수많은 조언 속에서 과연 사람들은 어느 것은 취하고 어느 것은 버려야 할지 쉽게 고를 수 있을까?

물론 학교 수업의 방향이 자료를 모아서 결론을 내는 방식이 아닌 모은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바뀌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그런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기본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건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고민할 문제이고 지금 당장을 살고 있는 나는 너무나도 힘이 든다.

괜히 재미도 없는 앞의 이야기가 길었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어른의 사랑에는 판타지란 없는 거야." 라는 말을 하는 블로거를 봤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알고 있는 형님 한분은 이 말에 동의하겠지만 나 또한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사실 저 조언이 진리이고 정의인 건 아니지 않나?

어떤 주옥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글루스 연애 벨리에 자주 놀러가는데 의외로 저런 말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이런 사람과는 연애하지 말라고 하고 그는(혹은 그녀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고 하고 이런 태도를 보이면 상대의 사랑이 식은 거라고 하고 사랑은 이런 거야, 이게 아니면 그건 사랑이 아니지 라고... 마치 자신은 연애박사 처럼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거 전부 상황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다 다른거 아닐까? 이런 사람도 있는 법이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물론 다들 그정도 생각은 하고 글을 쓰고 읽겠지만 덧글들을 보다보면 안 그런 사람도 있기에 놀라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한 때 잠깐 혈액형에 따른 성격 분석이 유행을 탔을 때 소개팅 나갔다가 B형 이라고 대답하자마자 매몰차게 끝났던 적도 있는데 그 상대도 분명히 "동의해요. B형 남자랑 많이 만나서 아는데 다들 바람둥이더라구요!" 라고 덧글을 달았겠지.

끝이 이상하긴 하지만 연애 이야기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일들의 수많은 조언들 속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능력을 길러야 될 거 같다. 그렇지 않고 받아 들이기만 해서는 결국 마리오네트가 되서 놀아날 거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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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nA - 001

from 시작/질문 2010. 2. 2. 12:22 by 케르베로스

Q) 당신은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 어렵게 될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머나먼 타지로 이민을 가겠습니까?

For a person you loved deeply, would you be willing to move to a distant country knowing there would be little chance of seeing your friends or family again?

A) 최근들어 많이 하는 고민이긴 한데 나라면 갈 것 같다.
이거랑 똑같은 말을 녀석이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고 한편으로는 참 야속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는 헤어지지 않는 이상 결국 한쪽이 한쪽을 따라야만 답이 나오니까 녀석도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참 야속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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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

from 시작/생각 2009. 12. 26. 07:19 by 케르베로스

2년 만에 만나는 거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우유향이 났던 거랑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는 게 전부.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말, 듣고 싶은 말이 넘쳐 났지만
조급해하지 말자며 어깨를 움츠리고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로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며 거리를 서성 거렸다.

만나기 전 날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생각했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에는 아기 같았는데 이제는 정말 아가씨가 되었다.
라고 생각하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이런 저런 말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우습다.

2년 만에 만난 것 치고는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고
꽤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거리를 걷고 서로를 놀리고 괴롭히고 웃고...

확실히 녀석이랑 있으면 너무 편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얘 때문에 그렇게 괴로워했는데
녀석은 그건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거라고 했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콩깍지라는 게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벗겨지지 않는거야?

헤어질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지하철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는데 그걸 봤는지 울지 말란다.
난 안 울었다고 주장했지만 다 봤다면서 괴롭혔다.
이제 또 몇 년의 시간이 지나야 간신히 볼 수 있겠지?
라는 게 계속 가슴을 때리고 때리는 데...
뽀뽀하는 거 힘들다니까 연습해오란다. 누구랑?

여전히 녀석과 나의 관계는 미로처럼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녀석 때문에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나와 그 녀석을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정말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짧은 만남 이었지만 행복했고 즐거웠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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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from 시작/생각 2009. 12. 18. 12:02 by 케르베로스

내일 비행기로 거의 9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가서 한달 정도 있으면서 아는 사람 식당에서 요리사 경력도 쌓고
옛 여자친구(최근 나를 너무 심란하게 하는) 도 만나고
공익 후배들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할 겁니다.

아무튼 참 별거 없는 블로그에
가끔은 이것저것에 낚이시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라도
방문해주시는 손님 여러분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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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난다

from 시작/생각 2009. 12. 16. 00:13 by 케르베로스

약 2년 만에 대화를 했다.
노래 가사처럼 그동안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신나게 웃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고 나는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하늘에 맡기자.

처음에는 보기만 해도 좋았는데
욕심이 생겨서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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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하는 일

from 시작/생각 2009. 12. 8. 19:47 by 케르베로스

사실 내가 하는 고민의 거의 대부분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나와 있는 답이라는 것은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결정이지만 문제는 항상 대부분의 고민의 이유는 내 마음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공부 하기 싫다. 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제일 좋은 답은 마음을 다 잡고 조금만 더 노력하자며 나에게 격려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답일 것이지만 항상 현실은 그렇지 못한 채 마음만 흔든다. 결국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다른 방법, 조금 더 편한 방법, 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며 고민해봤자 답은 없다. 결국은 이미 마음 속에 나와 있는 답이 가장 최선인 것이다.

그런데 삶이라는 게 또 재미 있어서 그것 말고 다른 답이 하나 더 있다. 상처 입을 것을 알지만 실패가 당연시 되지만 그냥 마음 내키는 일을 하고 태연하게 상처를 입고 실패를 받아 들이는 것이다. 대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으니까 만족해 라며 자신을 위로 하면 된다.

이렇듯 누구를 좋아하는 일은 참 우스운 일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당장 혹은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나는 분명 상처 투성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어찌 되었건 좋았잖아? 라며 가볍게 웃겠지.

다시 상처 투성이가 될 각오를 하고 앞으로 한발짝 몸을 내민다. 그리고 해피 엔딩을 꿈꾸며 가볍게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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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꿈

from 시작/생각 2009. 11. 15. 19:08 by 케르베로스


언제부터인지 솔직하지 못한 채 내 연애에 대해서 두루뭉실하게 말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끝이 난 연애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도 않았고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연애에 패널티로 적용될까봐 겁나는 마음도 있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두서 없이 생각나는대로 조금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다.

11월 이지만 호주는 구름이 낀 무더운 여름이다. 이런 날은 왠지 그냥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진다. 물론 그 녀석과 처음 가진 데이트이자 마지막이었던 만남이 이런 꼭 비가 내릴 것 같은 여름 이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얼마 전부터 그 녀석과 다시 연락이 되고 이메일 주소만 알던 게 최근에는 핸드폰 번호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비록 나는 호주에 있어서 연락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고 답답해하던 예전보다야 많이 나아진 거 아닌가?

주변 사람들은 그 여자 애는 니가 좋아서 연락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오빠로서 연락하는 거다. 그러니 너무 빠지지 마라. 결국에는 너 혼자 또 상처 입을 거다라며 나에게 조언들을 해주었다. 호주에 있다보면 한국의 인연이 별 거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 역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와 있는 사람들과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뭐 그건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주제와 크게 관련이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나 역시 녀석이 내가 다시 좋아져서 연락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좋은 오빠로서 나를 생각하고 연락하는 거겠지. 하지만 확실히 문제는 나다. 그 녀석과 사귈 때 그 녀석한테 "나는 너랑 헤어지면 다시 연애 못할 거 같아." 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그 녀석은 그걸 어떻게 아냐? 라고 되 물었고 난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고 대답했다. 논리적인 이해가 아닌 느낌이 그랬으니까 솔직한 대답 이었다.

말이 씨가 되는건지 확실히 호주에 와서 1년 동안 연애를 못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었던 건 아니고 물론 다른 여자와 데이트도 하고 그랬는데 사실 외로워서 데이트 신청을 하는거지 내가 진심으로 상대여자들이 좋아서 데이트 신청을 한 건 아니라는 거다.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진 나는 아이스 모카를 사서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서 여전히 나를 들뜨게 하는 그 녀석을 생각했다. 화가 나다가 기쁘고 슬프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그 녀석이 나에게 쓴 편지가 하나 있는데 편지 끝에는 자기가 내 마지막이 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연애할 때 사랑한다, 헤어지지 말자, 난 너밖에 없다 등등 달콤한 말이야 넘쳐 나겠지. 그래 그 말들을 다 어떻게 믿겠어. 그런데 나는 슬프게도 정말 그 녀석이 내 마지막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무슨 사춘기 소년이 적은 글 처럼 겁나게 유치해 보인다. 이걸 쓰고 있는 이유도 모르겠다. 다만 그냥 나중에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까봐 기록해둔다. 그래, 나는 아직 그 녀석을 사랑한다. 그리고 앞으로 그 녀석을 사랑할 거 같다. 그 녀석의 미소도 아직 떠오르고 그 녀석의 목소리도 떠오르고 그 녀석의 향기도 떠오르고 추억은 왜곡되서 지워지지도 않고 이제는 그 녀석에게 나는 그저 좋은 오빠라고 해도 곧 한국에 가서 그 녀석을 만나서 좋은 오빠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게 되더라도 스스로에게는 솔직해지자. 뭐 나중 일은 아무도 모르잖아. 정말 내가 원하는 것 처럼 그 녀석도 다시 내가 좋아졌다던지...젠장, 더럽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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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황금기

from 시작/생각 2009. 8. 23. 14:21 by 케르베로스

고기 먹으로 가자, 고기

보통 한가한 주말에는 동생이 아는 형(엽)과 나그리고 동생 이렇게 셋이서 시간을 보낸다. 셋 다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주로 셋이서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데 이번 주에도 어김 없이 셋이서 밥을 먹으러 갔다. 거의 매주 만나다 보니 요리 관련 이야기(셋 다 요리사)를 제외하고는 참 할 이야기가 없는 편인데 그나마 이번에는 할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헌팅!


사냥? 그거 말고!

엽이 형이 최근에 한국 식품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여자에게 헌팅을 했고 그 결과를 오늘 이야기 해주기로 한 것이었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리하자면 폰번호를 따고 통화를 하고 같이 커피도 마셨지만 여자 쪽은 연애를 할 생각이 없다는 것. 우리 셋은 왜 이렇게 연애하기가 힘드냐며 푸념을 하다가 자신의 연애의 황금기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나는 호주 오기 직전이 연애의 황금기지 않았을까? 생각했고 엽이 형은 호주오고 얼마 안되서라고 했다. 둘다 그때 나이는 24살.

그때가 정말 좋았다며 추억에 빠져 있는데 가만히 보니까 내 동생은 아직 22살. 곧 연애의 황금기가 오겠구나 라며 나와 엽이 형은 부러워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24살,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매일 밤새 통화하고도 녀석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고 6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가서 만난 첫 날을 잊을 수 없는 첫사랑보다 더 가슴에 남는 연애의 황금기였던 시절이 그립다.


당신의 연애의 황금기는 언제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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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안녕

from 시작/생각 2009. 8. 12. 11:42 by 케르베로스
나도 어리다면 어린 나이었지만 녀석은 나보다 한참 더 어린 나이었기에 별로 진지하게 빠질 생각은 없었다. 결국 나중에는 깊게 빠져서 허우적거리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갑작스런 이별통보와 녀석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블로그도 그만두고 연락처도 바꾸면서 나를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다. 정말 좋았었는데 뭐가 문제였는지 내가 둔해서 혹은 내가 바보라서 그런건지 사실 아직도 헤어진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헤어진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가끔 녀석이 생각 나는 거 보면 좋아하기는 많이 좋아했나보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녀석의 새 블로그를 찾았고 무심코 들어가버렸다. 블로그 내용을 읽어볼까 하다가 이제와서 무슨 미련이 있다고 읽어 라며 안부 게시판에 우연히 들어온거고 신경 쓰지 말라고(네이버 블로그는 방문기록이 남으니까) 적고 나왔다.

화가 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흐지부지 헤어진거다 보니(한동안 연락하지 말자가 그대로 연락 두절로 이어졌었다.) 애매하다 싶었는데 뭐랄까?

영화로 치면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걸 보는 것 같고 소설로 치면 완결 이라고 적힌 두 글자를 읽은 느낌이다. 이제서야 끝났구나 연애기간 1년에 혼자만의 시간 1년을 보내고 나서야 그래 끝이구나 라는 슬픈 감정과 안도의 감정이 동시에 든다. 그래 그래 끝이구나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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