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해당되는 글 4건

  1. 아무렇지 않아. 1 2011.07.26
  2. 예상치 못한 슬럼프 2010.03.13
  3. 그대 이제 웃어요. 2010.03.04
  4. 눈물이 난다 2009.12.16

아무렇지 않아.

from 시작/생각 2011. 7. 26. 00:02 by 케르베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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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일어나면 나는 멍하니 창 밖을 보다가 속으로 말한다.
괜찮아. 별일 없어. 난 아무렇지 않아.
나는 나에게 최면을 걸 듯 계속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 시티에 나갔다가 회덮밥을 먹었다.
좋아하는 일식집이라 맛있을 줄 알았는데 짜증이 나도록 맛이 없었다.
그렇게 맛이 없는 회덮밥은 처음 이었지만 꾸억꾸억 입 안으로 넣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너무 안 쓰러워서... 모르겠다, 그냥 막 불쌍해서 슬펐다.

밤이 깊었고 집이랑 통화하고 한국에 있는 아는 형이랑 통화하고 나서
다시 슬퍼졌고 결국 펑펑 울었다. 야밤에 다 큰 청년이 숨죽여서 끅끅 거리며
우는 게 또 너무 안 쓰러워서 더 울었다.
한참을 우는데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근데 또 헛구역질이 나왔다.

집에서 보내주는 약을 꼬박꼬박 먹는데
요즘은 헛구역질이 더 심해져서 걷다가도 전화하다가도 자다가도 그런다.

모르겠는데 막 내 전부가 불쌍해서 울고 또 울고 계속 울었다.

어떤 형이랑 통화를 하다보면 그 형은 내가 무지 생각 없이 사는 줄 안다.
그래서 무슨 말만 하면 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것처럼 말을 한다.
제가 뭐 그렇죠 라며 하하 웃고 넘어가지만 나는 그게 사실일까봐 겁난다.

사는 게 이렇게 지치고 힘든 게 다 내가 못나서 그런가 싶어서...

속으로 삼키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활자로 토해내는 것도 내가 약해빠져서
강인하지 못해서 남들은 다 꿋꿋하게 사는 데 나혼자만 이 지랄인가봐 너무 겁난다.

내가 못나고 약해빠진 게 겁나는 게 아니라
그게 겁나면 왜  네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냐는 말이 겁난다.

노력하라고, 더 대단해지라고...

적다보니 난 진짜 나약하구나. 또 이런 내가 안 쓰럽다.
다들 힘들어도 노력하며 사는 데 나도 그렇게 노력하며 살면 되는데
왜 나는 그게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그래, 그래. 다 내가 못나서 그렇지.
그래도 위로해달라고 다 포기하고 싶다고 말 안 하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울어야겠다. 나라도 날 위로해줘야지.
내일 아침에는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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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슬럼프

from 시작/생각 2010. 3. 13. 14:09 by 케르베로스

갑자기 떨어지는 빗소리에 놀라서 잠이 깼다. 핸드폰을 보니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었다. 옆을 보니 동생은 자고 있고 나는 다시 잠을 청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못한 채 몇 번이나 뒤척이다가 결국 일어나버렸다.

최근 몇 가지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하고, 기록보관사의 밤 1화를 마치고, 4주차 5주차 6주차 시험과 7주차 레포트 제출를 끝내고 진짜 바쁘게 살았는데 저번주 들어서 갑자기 스스로 템포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기여코 이틀 만에 완전 방전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마냥 멍하니 있으려니까 그것도 마음에 안 들어서 뭔가 해야지하면서 어지럽혀 놓고는 있지만 도무지 손이 가질 않는다.

문서배달원의 밤 초안을 잡고 괜히 게임 공략도 해보고 취직도 하려고 이력서도 다시 손 보고... 억지로 하니 흥이 안 생기고 흥이 안 생기니 마음에 들지 않고 또다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움직이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노력은 하는데 결과가 없다. 노력을 한다고 좋은 결과가 있으란 법은 없지만 그냥 사는게 편안해지면 좋겠다. 꼭 좋은 일이 안 생겨도 괜찮으니까 걱정 없이 물 흐르듯 살고 싶은데 인생은 자꾸 파도가 친다.

다 세상과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라고 하기에는 "니 나이가 몇 인데 적당히 하자 이 녀석아..." 라며 스스로 웃는다. 그렇다고 이 답답함을 쌓아두자니 짜증낼 힘도 생기지가 않는다.

아는 형은 "형도 딱 그랬는데 일자리를 찾아봐" 라고 조언했다. 그래 몸이 한가하니까 마음이 심란한 모양이다. 내일부터는 슬금슬금 다시 기어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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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제 웃어요.

from 시작/생각 2010. 3. 4. 12:29 by 케르베로스


내가 어렸을 때 만났던 녀석은 조금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면이 있었는데 바로 굉장히 어두웠다. 어둡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 녀석에게 태그를 달아준다면 슬픔, 외로움, 눈물 같은 단어를 적어줬을 거다.

지금도 약간 그런 성향이 있지만 난 어두운 아이(특히 소녀) 에게 쉽게 호감을 느끼기에 같이 슬퍼해주고 위로해주며 그럭저럭 알고 지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점차 녀석의 그런 모습 자체가 기믹(Gimmick)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그 녀석은 전혀 슬픔, 외로움, 눈물 이라는 단어와는 연관이 없었다. 유복한 가정환경, 원만한 인간 관계,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기믹으로 특히 인터넷(주로 싸이월드)에서 연기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또한 일종의 허세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스스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사춘기부터 20대의 초반을 보낸 것이다.

그러다가 녀석도 점차 자신의 그런 모습이 참 어이 없고 부끄러운 짓이라는 걸 알았는지 점차 밝아지더니 결국 언제 그런 어두운 모습을 보인 적 있냐는 듯 또 잘 살고 있다.

내가 제일 처음 그 녀석을 만났을 때는 나도 어렸고 그 녀석도 어렸고 아마도 요즘 나온 말인 중2병 이라고 하던가? 그런거라 생각 되는데 얼마 전부터 계속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가만히 보면 저 기믹이 꽤나 쓸만한 기믹인 모양이다.

가만히 잘 보면 절대로 어두운 성격은 아닌 거 같은데 10번에 1번 정도 저런 기믹을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마치 예전에 그 녀석과 내가 떠올라서 어이 없는 웃음만 나온다. 나와의 접점은 극히 희미하고 어차피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 보는 사이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누군가는 저 기믹에 넘어가겠지?

물론 그 분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기에 아무리 봐도 저거 기믹 인데 라는 건 틀린 추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런 기믹은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 만화나 애니나 게임에서는 모르겠는데 현실에서까지 저런거에 매력 느끼기에는 삶이 고달프고 지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대 이제 웃어요. 그게 제일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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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난다

from 시작/생각 2009. 12. 16. 00:13 by 케르베로스

약 2년 만에 대화를 했다.
노래 가사처럼 그동안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우리는 신나게 웃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대화가 끝나고 나는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하늘에 맡기자.

처음에는 보기만 해도 좋았는데
욕심이 생겨서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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