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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만 즐겁다.

from 시작/생각 2010. 7. 3. 21:54 by 케르베로스


사진은 묘하게 팬만큼 안티도 많은 제이미 올리버. 개인적으로 나를 이 세계로 들어오게 만드는 데 제일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고, 굉장히 존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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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척이나 바쁘다. 일하는 곳이 조용한 동네라 다양한 레스토랑을 찾기 힘들어서 그런지 역 앞에 있다는 장점 때문인지 의외로 손님이 많다는 점이 놀랍다. 물론 하루에 예약 손님만 200 ~300명 있는 큰 레스토랑에는 못 미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사진의 제이미 올리버처럼 여유있고 멋있게 요리하는 건 아니고 바쁜 시간에는 아주 그냥 정신 없이 일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루하루가 즐겁다.

예전에 일식 스시 전문점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워낙 거기서 개같이 일해서 그런지 조금 바빠서는 바쁜 느낌이 안 드는 것도 큰 몫을 하고 배운 게 프렌치 요리다보니 일식이 아닌 프렌치 요리를 한다는 점도 좋다.

그렇다고 아주 100% 만족스러운 조건은 아니고 몇 가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사장님 스토브 4개는 너무 적습니다, 최소 불은 6개 있으면 좋겠어요!) 그거야 내 사정이지 가게 입장에서는 또 다를테니까...

어찌 되었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사장님 포함)이 워낙 좋아서 참 마음 편하게 일을 하고 있다.

몇 가지 요리 스킬에서 확실히 Head Chef 보다 못하다는 걸 느끼고 있고 더 잘하고 싶기도 하다. 조금씩 조금씩 욕심 부리지 말고 실력을 늘려야겠지. 이론 수업 들어가면서 화상과는 거리가 멀어지다가 6개월 만에 첫 화상을 입었는데(사실 요리를 좀 배우고 나면 칼에 베이고 찔리는 상처는 잘 안 입는다) 이게 또 쾌감이...

그나저나 사장님이 메뉴의 변화를 주고 싶은 지 은근슬쩍 나한테 요구하는 게 있는데 사실 이게 불안한 게 괜히 내 일이 늘어날까봐 걱정된다. 물론 돈 벌러 가서는 최선을 다하는 게 옳겠지만 문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숙달되기 전에 다른 일까지 함께 해버리면 완성도나 여러가지 면에서 가게에 폐를 끼칠까 걱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키친이 홀과 독립적으로 되어 있어서 스피커로 오더를 불러주는데 이게 매번 적응이 안 된다. 오더 종이를 주면 좋겠는데 안 되면 모니터에 띄워 주던지 말이다.(하지만 우리 비스트로는 작아서 이건 무리) 하긴 헤드 쉐프는 잘 알아 들으니까 내가 아직 적응이 안 되서 그렇겠지.

아무튼 요리 참 즐겁다. 나이 먹고 여유가 있다면 나도 늙어서 저런 작은 비스트로나 운영하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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