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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2010.06.06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from 시작/생각 2010. 6. 6. 19:23 by 케르베로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서정수 시인의 자화상 이라는 시의 한 문장이다. 재미 있게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딱 저 문장이 떠 오른다.

궁극적으로 완벽하기 그지 없는 신이 되길 원하는 인간이 만든 단어중 인간미 라는 게 있다. 최후에는 신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도망칠 방법으로 만든건지는 몰라도(애초에 저렇게 해석하는것 부터가 문제겠지만) 인간미 라는 것 자체가 불완전한 것 혹은 미완성인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관대하다는 것이다.

최근 제일 관심이 생기는 건 타블로씨의 학력의혹에 관한 것인데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갱신되고 의혹물 반박물등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주 그냥 일일 아침 드라마 마냥 재밌다.

뭐 그건 그렇고 에픽하이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타블로씨나 그 친형 되시는 분의 대처 방법은 이해가 안 된다.

반박 카페를 만든다던지 트위터에 쉰다고 말해버린다던지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 단순 의혹 때문에 졸업 증명 서류를 인증한다는 게 자존심 상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일을 만든 건 유명대 졸업이라고 말한 자신에게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냥 쿨하게 인증 때려버리면 조용히 될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는 건 아니다 싶다.

아무튼 학력을 위조했던 어찌되었건 사실 나랑은 하등관계 없는 일이고 위조했다면 에이~ 개새끼 해버리고 실망하면 되고 위조 안 했다면 어휴~ 부러운 새끼 라고 배아파하면 그만이긴 하겠지.

이번 일을 계기로 내 과거를 돌이켜보면 유명인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싶다. 부끄러운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26년 짧은 인생을 헛 살았구나 싶기까지 하다. 이게 게임이면 새로 시작 버튼이라도 누르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하찮고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쓸모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분명히 나는 새로운 실수를 계속해나갈거고 책임질 게 늘어날 수록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겠지만 허리를 펴고 조금 더 높은 곳의 공기로 숨 쉬며 내일을 바라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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