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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화의 조건 2009.11.12

대화의 조건

from 시작/생각 2009. 11. 12. 20:50 by 케르베로스

나는 부끄럽게도 말하는 게 서툴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고 그런 건 아니고 어떠한 내 생각을 타인에게 논리있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을 귀찮아하며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머리 속에서는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는데 결론은 항상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으니 답은 알 수 없다 라고 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면서 어떠한 일이나 인물에 대해서 단호히 단정 짓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데 그들 역시 어떠한 삶의 경험이나 반복된 교육의 결과로 그렇게 단정 짓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게 이해하기가 힘들고 미치도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떠한 일이나 사람에 대해서 결론 내리기에는 보통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한 경우가 많이 있다. 어떤 사건에 관련된 상황, 인물, 관계 등등 알아야 수많은 것들을 싸그리 무시하고 그냥 결론을 내리고 만다. 재미난 건 그 후 내 결론은 옳다 라고 생각해버리고 나중에 그 결론이 옳은지 옳지 않았는지 확인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조금 지난 일이긴 한데, 대화 도중 한 두 문장 정도 밖에 이야기 하지 않았음에도 이미 결론을 내리고 나를 비난하고 혐오스럽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사람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난독증도 아니고 바로 코 앞에서 내 의견은 이래요 라고 말을 하고 있는 짧은 시간에 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어떻게 너 그런 녀석이야? 라고 결론을 내렸을까? 내 입에서 나온 앞의 두 문장 정도가 자신의 의견과 대립한다고 해서 그 뒤의 문장들을 듣지도 않다니...

게다가 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더 이상 이야기할 게 없지 않느냐며 화를 냈다. 같이 있던 사람의 중재로 험악해지기 직전에 이야기는 끝이 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 사람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며 추가적인 설명을 안 해가지고 자신을 오해하게 만든 나한테 잘못이 있다고 했다. 나는 좋게 좋게 이야기를 끝내고 싶었고 제가 실수했네요 라고 대답하고 끝냈다.

이건 내가 논리적으로 말하는 게 서툴고를 떠나서 대화 자체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대화에는 화자와 청자가 있으면 최소한의 조건은 만족하는 거겠지만 그 외 최소한 상대의 대화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 사람의 생각은 저렇구나 혹은 저 말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이 가능할까? 혹은 내가 너무 성급하게 결론 짓고 있는 건 아닌지 정도는 생각하는게 예의 아닌가?

글을 적다보니 결국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글을 적었다. 확실히 가슴 속에 담아둔 이야기는 있는데 실명과 사건을 거론하면 골치 아파서 애매하고 두루뭉실하게 이야기 했다. 앞으로는 타인과 만날 때는 지금보다 더 입을 무겁게 해야겠다. 괜히 말을 해봤자 내가 잘 못했다는 이야기나 들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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