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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from 시작/생각 2010. 9. 23. 21:45 by 케르베로스


사실 어제가 추석 이었다.
무겁고 검은 구름이 전날 부터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결국 달은 보지 못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소원을 빌고 추석이 되면 소원을 빌고 일년에 2번은 꼬박꼬박 소원을 비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루어지기가 힘든 게 세상 모든 사람들 소원을 다 들어주면 악역은 누가 맡아야 하며 피해자는 누가 되야 하겠는가... 그러니 신은 어디서 뭐하냐!

어찌 되었건 호주 바닥에 있다보니 명절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고 우연히 보게 되는 연휴니 교통정체니 뭐 그런 단어들이 이제는 영 어색해서 우습다.

최근 며칠간 좀 파랗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사실 여전히 한쪽 발은 아직 담그고 있는 중이라 언제 다시 우울해질지 모르겠다. 사는 건 변함 없는 데 어찌 된 게 걱정만 늘고 답은 없고...

나는 호주로 오면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과거를 잊으려고 하는데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는 그게 불가능한 모양인지 파랗게 가라앉아 있는 나한테 자꾸 과거의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과거의 내가 한 선택들을 책망한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오고 갈 때 마다 결국 새로운 시작은 불가능하다는 걸 뼈 속 깊이 느낀다.

아마 내가 늙어(혹은 그 전에) 죽을 때 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내가 잊고 싶고 버리고 싶던 것들은 끝까지 나를 따라다니겠지.

추석이 하루 지난 오늘, 달은 구름을 벗어났는데 나는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성거리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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