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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대 이제 웃어요. 2010.03.04

그대 이제 웃어요.

from 시작/생각 2010. 3. 4. 12:29 by 케르베로스


내가 어렸을 때 만났던 녀석은 조금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면이 있었는데 바로 굉장히 어두웠다. 어둡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 녀석에게 태그를 달아준다면 슬픔, 외로움, 눈물 같은 단어를 적어줬을 거다.

지금도 약간 그런 성향이 있지만 난 어두운 아이(특히 소녀) 에게 쉽게 호감을 느끼기에 같이 슬퍼해주고 위로해주며 그럭저럭 알고 지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점차 녀석의 그런 모습 자체가 기믹(Gimmick) 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 그 녀석은 전혀 슬픔, 외로움, 눈물 이라는 단어와는 연관이 없었다. 유복한 가정환경, 원만한 인간 관계,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기믹으로 특히 인터넷(주로 싸이월드)에서 연기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또한 일종의 허세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스스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사춘기부터 20대의 초반을 보낸 것이다.

그러다가 녀석도 점차 자신의 그런 모습이 참 어이 없고 부끄러운 짓이라는 걸 알았는지 점차 밝아지더니 결국 언제 그런 어두운 모습을 보인 적 있냐는 듯 또 잘 살고 있다.

내가 제일 처음 그 녀석을 만났을 때는 나도 어렸고 그 녀석도 어렸고 아마도 요즘 나온 말인 중2병 이라고 하던가? 그런거라 생각 되는데 얼마 전부터 계속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가만히 보면 저 기믹이 꽤나 쓸만한 기믹인 모양이다.

가만히 잘 보면 절대로 어두운 성격은 아닌 거 같은데 10번에 1번 정도 저런 기믹을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마치 예전에 그 녀석과 내가 떠올라서 어이 없는 웃음만 나온다. 나와의 접점은 극히 희미하고 어차피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 보는 사이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누군가는 저 기믹에 넘어가겠지?

물론 그 분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는 없기에 아무리 봐도 저거 기믹 인데 라는 건 틀린 추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런 기믹은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 만화나 애니나 게임에서는 모르겠는데 현실에서까지 저런거에 매력 느끼기에는 삶이 고달프고 지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대 이제 웃어요. 그게 제일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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