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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 2010.09.23
  2.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2010.06.06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from 시작/생각 2010. 9. 23. 21:45 by 케르베로스


사실 어제가 추석 이었다.
무겁고 검은 구름이 전날 부터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결국 달은 보지 못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소원을 빌고 추석이 되면 소원을 빌고 일년에 2번은 꼬박꼬박 소원을 비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이루어지기가 힘든 게 세상 모든 사람들 소원을 다 들어주면 악역은 누가 맡아야 하며 피해자는 누가 되야 하겠는가... 그러니 신은 어디서 뭐하냐!

어찌 되었건 호주 바닥에 있다보니 명절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고 우연히 보게 되는 연휴니 교통정체니 뭐 그런 단어들이 이제는 영 어색해서 우습다.

최근 며칠간 좀 파랗게 가라앉아 있었는데 사실 여전히 한쪽 발은 아직 담그고 있는 중이라 언제 다시 우울해질지 모르겠다. 사는 건 변함 없는 데 어찌 된 게 걱정만 늘고 답은 없고...

나는 호주로 오면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과거를 잊으려고 하는데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는 그게 불가능한 모양인지 파랗게 가라앉아 있는 나한테 자꾸 과거의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과거의 내가 한 선택들을 책망한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오고 갈 때 마다 결국 새로운 시작은 불가능하다는 걸 뼈 속 깊이 느낀다.

아마 내가 늙어(혹은 그 전에) 죽을 때 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내가 잊고 싶고 버리고 싶던 것들은 끝까지 나를 따라다니겠지.

추석이 하루 지난 오늘, 달은 구름을 벗어났는데 나는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성거리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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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from 시작/생각 2010. 6. 6. 19:23 by 케르베로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서정수 시인의 자화상 이라는 시의 한 문장이다. 재미 있게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딱 저 문장이 떠 오른다.

궁극적으로 완벽하기 그지 없는 신이 되길 원하는 인간이 만든 단어중 인간미 라는 게 있다. 최후에는 신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도망칠 방법으로 만든건지는 몰라도(애초에 저렇게 해석하는것 부터가 문제겠지만) 인간미 라는 것 자체가 불완전한 것 혹은 미완성인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관대하다는 것이다.

최근 제일 관심이 생기는 건 타블로씨의 학력의혹에 관한 것인데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갱신되고 의혹물 반박물등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주 그냥 일일 아침 드라마 마냥 재밌다.

뭐 그건 그렇고 에픽하이 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타블로씨나 그 친형 되시는 분의 대처 방법은 이해가 안 된다.

반박 카페를 만든다던지 트위터에 쉰다고 말해버린다던지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 단순 의혹 때문에 졸업 증명 서류를 인증한다는 게 자존심 상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일을 만든 건 유명대 졸업이라고 말한 자신에게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냥 쿨하게 인증 때려버리면 조용히 될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는 건 아니다 싶다.

아무튼 학력을 위조했던 어찌되었건 사실 나랑은 하등관계 없는 일이고 위조했다면 에이~ 개새끼 해버리고 실망하면 되고 위조 안 했다면 어휴~ 부러운 새끼 라고 배아파하면 그만이긴 하겠지.

이번 일을 계기로 내 과거를 돌이켜보면 유명인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다 싶다. 부끄러운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26년 짧은 인생을 헛 살았구나 싶기까지 하다. 이게 게임이면 새로 시작 버튼이라도 누르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하찮고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쓸모 없다고는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분명히 나는 새로운 실수를 계속해나갈거고 책임질 게 늘어날 수록 자존심이라는 단어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겠지만 허리를 펴고 조금 더 높은 곳의 공기로 숨 쉬며 내일을 바라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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