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생각

고백의 종류

케르베로스 2009. 7. 7. 22:28
고백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고ː백(告白)[명사][하다형자동사·하다형타동사] 마음 속에숨기고 있던 것을 털어놓음
- 네이버 사전검색이다.

우 리는 일반적으로 '사랑고백을 했어'라고 말을 쓰고 있지만 이 말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가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사귀지 않을래요?"라고 말하는 연애시작용 고백이 있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당신을 좋아해요"라는 말하는 사실폭로용 고백이 있다.

일반적인 경우야 이 사실폭로용 고백과 연애시작용 고백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두 가지를 크게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특별한 경우에 이 중에 한가지의 고백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연애시작용 고백만 하게 되는 경우는
- 상대방이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을 때
- 소개팅으로 만난 상대가 마음에 들어서 정식으로 시작할 때

사실폭로용 고백만 하는 경우는
-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는데 좋아졌을 경우
- 사귀기 어렵거나 사귈 수 없는 상대이지만 마음을 알리고 싶은 경우
- 얼굴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작업 하겠다고 선전포고할 때를 들 수 있다.

오늘의 주안점은 역시 사실폭로용 고백!

이 사실폭로용 고백이라는 게 술술 풀리는 시나리오가 전개되어
- "네가 좋아"
- "응 나도 널 좋아하고 있었어."
- 포옹 후 키스 돌입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 "네가 좋아"
- "……."
- "……."
- 침묵.. 침묵.. 침묵...
의 상황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게 바로 사실폭로용 고백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저 사실폭로용 고백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까? 그건 당연히 연애시작용 고백의 경우
- "나랑 사귀자"
- "응"

이라는 대답이 나올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 "엣? 난 아직 너랑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는걸?"
- "아직 우린 서로 잘 모르잖아."
-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미안~"
과 같은 대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즉, 사실폭로용 고백을 하는 이유는 [나는 널 잘 몰라. 그리고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어서 마음의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어. 너란 사람에 대해서 난 전혀 모르고 있는걸.]이라는 대답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 이다.

그러니까 사실폭로용 고백은 '난 너 좋아해....... 그러니까 나 이제부터 너한테 작업할 거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지 "난 너 좋아해....... 그러니까 우리 사귀자."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버리면 나올 대답은 뻔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실폭로용 고백을 한 뒤에 "난 당신 싫어요."이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 한은 결코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뜻도 된다.

어 차피 여자마음이라는 게 갈대 같은 것이고 지금 당장 고백을 했을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날 좋아하고 있군.'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한번이라도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이런 식으로 의식하게 된다면 작업을 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후 행동에 신경을 쓰면 분명 다시 한번 기회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짝사랑인 경우 사실폭로용 고백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지루한 짝사랑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는 것이다.

물론 사실폭로용 고백을 했다 할지라도 작업을 제대로 못해서 또 지리지리해져버리는 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그건 일단 그 이후의 문제인 것이고 짝사랑이란 단계별로 진행시켜가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혼자서만 사랑하는 건 에너지낭비다. 상대방이 날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알리고 사랑하는 게 그나마 짧은 인생 절약할 수 있다.